2017.9.10 내일은 다시 학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왕따|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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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2017.9.10 내일은 다시 학교를 간다. 솔직히 항상 어느정도 있긴 했지만 더 그러네. 학교에 가기 싫다는 것. 2학기 들어서 어쩐지 얘기를 더 하나 싶었다. 선생님 때문이었다. 본인 입으로 애들을 얼마나 닦달했는데, 라고 말씀하셨다. 노력을 안 하고 있는 게 문제인거 맞다. 애들이 가끔 말을 걸고 인사도 하는데 나는 더 친해질 노력을 안 하고 있는게 문제는 맞다. 사실 난 문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할일과 분담 역할은 조원과 친하지 않더라도 나서서 원할하게 하는 편이고, 우리반은 왜인지 각 반에서 뭔가 좀 순한 애들만 한 반에 싹 모아놓은 듯한 반이라, 애들이 나를 꺼린다거나 그 정도는 아니어서, 옆자리에 앉게 돼도 미안하다는 마음이 계속 들긴 했으나 애들이 예민하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근데. 그게 굳이 멀쩡하게 잘 지내던 애들을 닦달하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었던가? 나름 원활히 지내고 있고 애들도 지나치게 불편해하는 것 같은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은 뭘 원하시는 걸까. 반이 다같이 친하게 지내는 것? 선생님이 따로 불러서 나에게 말씀하신 그 금요일 이후부터 나는 무너진 상태로 있었다. 아. 하하. 내일 어떡하냐 진짜. 애들 얼굴을 못 보겠다. 애들이 아무리 착하다고 해도 정도는 있다. 선생님 관찰력 좋으신 분이라 그런건 이미 알고 계실텐데 왜... 집 방향이 같은 애가 목요일부터 하교를 같이 하고 있는데 그 애도 선생님이 같이 가라고 시키신 걸까. 그 애에게 미안하고...아 진짜 왜 굳이 애들에게 봐주라고...하...내가 문제다. 내가 다 문제네. 친해질 노력이 큰게 아니라 그렇지 나름 노력은 하고 있다.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얘기도 하긴 한다. 근데 문제는 선생님이 그 말씀을 하셔서 저번주처럼 애들을 대할 자신이 없다. 그나마 자신감이 생겼었는데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아 어떡하지. 내일도 하교는 같이 하게 될거고 난 또 무슨말을 해야 할까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대화를 이어나가겠지. 오버하지 말고, 목소리는 좀 더 크게. 자연스럽게 눈 피하지 않고 웃기. 아침인사는 이제 웃으면서 나도 답인사하고. 짝 오면 나도 인사하고...해야 되는데... 내가 멍청했다. 동등하다고 겨우 생각하면서 대화했던 내가 바보였다. 선생님이 시켜서 봐줘야 하는 그런 애들 중 하나였을 뿐인데. 알고 나니 선명히 보였다. 와 글 보니까 나 진짜 뭐라고 해야 하나... 음. 일단 원래 성격이랑 매우 달라보인다...익명이라 편해서 그런가. 답답하고 소심하고 용기도 못 내고 제대로 노력할 생각도 안 하는 자존심 높은 애. 이게 나고, 요즘따라 더 참을 수 없어서 상처를 내는 게 나인데, 일단 정신부터 차리자. 아. 솔직히 나는 엄살이 심하다. 자존심이 높아서 문제지만 그런 자존심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때도 있었다. 혼자 다니는 건 익숙하다고 속으로 말하긴 하지만 사실 아직도 힘들다. 전보다 익숙해졌고 얼굴에 철판을 깔긴 하지만. 그나마 남녀분반이라 다행이다. 중학교때의 트라우마 같은게 아직 남았다. 왕따는 아니지만 묘하게 남자애들이 괴롭혔었다. 말로. 사소한 행동들로. 같은 학교로 온 애들도 있다. 저번에 보니까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더라. 하교길이 겹쳤을땐 화가 나면서도 아직 무서웠다. 아. 내 자신이 너무 싫다. 항상 노력도 안하면서 다시 태어나면, 이라고 말한다. 난 혼자 있는 애들 중에서 내가 어떤 유형인지 잘 알고 있다. 너무 잘 알아서 그걸 견디기가 힘들어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정말 못 견딜 것 같아서 상처를 낸다. 근데 이것도 이제 별로 안 아파서 소용이 없어. 더 깊게 하는건 겁이 나서 못한다. 웃기게. 난 어떻게 내일을 살아야 할까. 이 상태면 망할텐데. 난 학교에서 정말 존재감 없는 그런 존재다. 눈에 안 띄는, 누가 쟤가 혼자 다닌다고 말하면 누구라고 납득할 만한 그런 외견..? 이라고 해야 하나. 아. 긍정적인 말. 좋은 말....해야지 좋다고 했는데. 걱정되고, 가기 싫은 날이다. 월요일이구나. 1시 16분이네... 다들 좋은 꿈 꾸길... 행복하세요.
댓글 3가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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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nj1004
· 6년 전
걱정보다 그렇게 지옥같은날로 흘러가지않을거에요 지금은 물론 혼자지내도 괜찮고 그냥 신경좀 껐으면하죠? 이해가 갑니다 알아서 잘하는데 왜 다들 신경써주는 척이야 정말...이라는 생각 많이 하실거에요 그래도 저는 오히려 님이 존재감없는사람이 아니라 특별한사람같아요 뭔가 정말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줄수있는 그런사람?이랄까 ...? 내일은 내일의태양이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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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rehd1125
· 6년 전
저의 고딩시절과 비슷하네요. 중학교때는 많은 친구들과 지내다가 (중간에 남자애들이 저를 많이 때리고 괴롭혔긴 했지만) 고등학교 들어와서 중학교 친구들이 친 사고수습하는라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님처럼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어요. 정말 반 애들은 다 순했고 착했지요. 혼자 밥먹고 혼자 다녀도 원활하게 학교생활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부르더군요. 혼자 다닌다는 게 보였을테니, 걱정하신겁니다. 저는 이 상태가 편하다고 선생님께 통보하듯 말씀드리고 계속 혼자 다녔죠. 그리고 저도 그 때 자존심만 높고 제 자신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죠. 그런데 있잖아요.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는 걸 지금 알았어요. 그 때 당시 그 작은 고민도 저 나름의 노력이였고, 그 때 당시 가장 중요했던 건 자존감이라는 걸요. 누군가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남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남을 사랑하 듯 자기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어요. 난 자존심 높은 사람이야가 아니라 난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마음으로 지내다 보면 당신은 정말 빛나는 사람이 될거에요. 당신은 지금 잘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좋아해주세요. 자기 자신의 단점조차도 인정하고 좋아하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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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6년 전
@dkrehd1125 감사해요. 정말, 많은 도움을 받는 댓글이에요. 사실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답글을 쓸까 고민했는데 감사인사는 꼭 하기로 했어요. 감사해요 마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