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스트레스|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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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게 좋아서 밝게 행동했고 친구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갔어요.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지는 이제 기억도 안 나지만, 친하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외롭고 불안해서 그날따라 더 활발하게, 조금 나댄다 싶을 정도로 행동했던 저에게 짜증을 내고 이상한 것을 본마냥 눈을 흘기며 나대지 마라, 차갑게 얘기했던 적이있어요. 어린 마음에 상처 받고 사춘기까지 오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모두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없었어요. 항상 내가 뭔가를 하면 욕하고 비난할 것 같았고 그래서 늘 부정적인 생각만 담아두고 다녔어요. 친한 친구에게 의존했던터라, 아직까지 친한 친구가 아니면 쉽게 말을 걸지 못하고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요. 한때 친구였던 애가 뒤에서 제 얘기를 하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가 들으란 듯이 욕을 했던 적도 있어서 이제는 뒷담화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적응하지 못했던 중1, 무리에서 쫓겨나고 이사로 전학간 2학년. 3학년인 지금은 친구가 어느정도 생겼지만, 1~2학년 때는 정말 혼자여서 이제는 외로운 것도 아무렇지 않네요. 항상 무기력 해요. 자존감은 처절하게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있고 우울하고 희망없는 날들을 보내요. 그래서인지 되고 싶은 것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있는 하고 싶은 건 안락사와 단명인데 너무 세상 혼자 불행한 척하는 것 같아 매번 자괴감을 느껴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 없이 자랐어요. 부모님은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이혼하셨고 저를 고아원에 버리자고 했던 아빠와 친가 사람들은 얼굴도, 목소리도 몰라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저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벌러간 엄마 대신 저를 돌봐주셨어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행사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오던 아이들이 부러웠어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을 다른 아이들의 상황과 비교하기 시작했고 그 비교는 아직까지 쭈욱 이어지고 있어요.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말을 들었는지 몰라요. 외가친척들은 매번 저를 아빠에게 꿇리지 않으려면, 엄마를 위해서라면 이런 직업을 가지라면서 저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말을 쉽게쉽게 내뱉었어요. 초등학교 때 쟤는 할머니가 키워서 저런다고 중얼거리던 말이 아직까지 기억에 선명해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먹고는 살 수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는 없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애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나는 엄마가 부담될까봐, 부족한 환경에 죄책감을 가질까봐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없었는데. 열등감이 치밀었어요. 부족한 환경에, 부족한 재능에. 결국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고 나서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어요. 나는 하고 싶어도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걸, 가정형편이 넉넉한 애들은 그게 당연한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으니까요.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는 겨우 이 정도밖에는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매번 도전을 가로막았어요. 게다가 엄마가 마냥 친절하신 분은 아니셔서 제게 화풀이를 할 때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기 전에 자해를 하고 가까이에 있는 이모와 함께 봉합을 하기 위해서 응급실을 찾아갔던 적도 있어요. 1학기 기말고사 첫날을 끝내고 둘째날을 앞두고 있을 때였어요. 공부를 하려고 할 때 잠깐 사소한 것으로 언쟁이 오갔을 뿐이었는데 두꺼비집으로 자꾸 불을 내리셔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싫으면 집을 나가라는 말에 피가 조금씩 묻어나는 손목을 가리며 집을 나섰어요. 올해만 해도 엄마와의 불화로 스트레스를 받은 게 수십번이고 집을 나간 것도 거의 대여섯번은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느정도의 합의를 통해 괜찮아졌지만,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네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겠지만, 여러 일을 겪다보니 감정에 무뎌진 것 같아요. 미인과 친절에 설레어 연애를 한다고 해도(모쏠이지만) 자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고 남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왜 사랑인지 공감할 수 없었어요. 남들이 다 웃을 때 멀뚱거리며 왜 웃긴지 이해할 수 없었고 남들 다 울 때 그저 가만히 있었어요. 제가 겪었던 일이나 상황이 힘들어 운 적은 있어도 감동적이고 슬픈 장면을 봐도 동정만 하고 넘어가기만 해요. 우울증인가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더러 이 정도는 우울증이 아니라 가끔 느끼는 감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제가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왜 남과 자신을 비교해가며 열등감을 느끼다가 허탈해지는지, 삶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올해 들어서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아픈건 싫고 죽고는 싶고. 아픈건 싫은데 죽으려면 아파야 하니까, 억지로 살고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너무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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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lm
· 6년 전
행복해지기는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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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lm
· 6년 전
하지만 님은 행복해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