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친구와 만났다. 녀석이 여자였으면 내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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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학창시절 친구와 만났다. 녀석이 여자였으면 내가 장기를 팔아서라도 결혼했을만큼 좋아하는, 마음이 맞는 친구다. 녀석은 나름대로 은수저, 중산층이라 어머니 혼자 돈 벌어서 겨우겨우 이제 빚 다 갚은 내 집안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난 백수니 니가 술값 좀 내줘, 했더니 평일이라며 법인카드를 꺼내든다. 마른안주, 맥주, 소주를 마시고 4만원 남짓. 하지만 '있어보이는' 걸 좋아하는 녀석은 2차로 바를 가자고 한다. 나도 녀석도 처음 가본 바였다. 호객하는 삐끼들의 목소리를 피해 도망치듯 들어간 그곳은 녀석이 말하는 '닫힌 커뮤니티'였다. 바의 사장이며 종업원이고 '마스터'인 남자는 '우리가 이 도시에 하나 뿐인 제대로 된 칵테일바이며, 나는 세계대회 우승한 사람'이라는 말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뽐내지 않는 듯 가볍게 말한다. 웃게 만드는 분위기. 하지만 녀석도 나도 사회입네 정치입네 문화입네 뭡네 하며 실없고 무거운, 우리끼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나간다. 나오는 길, 녀석은 아마도 보드카 3잔, 위스키, 가게의 이름이 된 리큐어까지 5잔, 나는 모히또, 예거밤, 위스키를 마시고 5만원. 녀석은 또 다시 법인카드를 든다. 저녁 7시에 만나 새벽 3시 넘도록 그냥 평소에 하던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끊임없는 헛소리를 하고 헤어진다. 녀석은 아버지 회사에 다니다 외국 물 좀 먹어보고 싶다고 다음달 초 즈음 외국을 나간다. 외국, 별 거 없다. 알지만 그냥 여행하다 오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말 잘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며 오랫만에 녀석의 푸념을 듣는다. 난 '니 여자친구 금수저라며. 그냥 행복하게 살어, 니 할거 하면서' 한다. 좋아하는 친구지만 부럽다. 질투도 나고. 약간, 아주 약간 밉기도 하다. 하지만 가서도 돈 잘 벌기를. 그리고 돌아와서 한 잔 더 하기를. 그냥, 나 역시 푸념하며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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