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었다. 아마 봄이었을 것이다. 네 두 손 가득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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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봄이었다. 아마 봄이었을 것이다. 네 두 손 가득 피어난 벚꽃들이 봄바람에 춤을 추었으니까. 네가 꽃보다 더한 미소로 예쁘지, 하고 물었으니까. 흩날리는 벚꽃들에 숨이 막혔다. 지금도 금방이라도 날*** 듯 투명한 벚꽃잎이 아른거린다. 그 벚꽃길 아래에 가면 네가 있을까, 하는 허무한 상상이 되풀이된다. 네가 거기에 없으리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런데도. 눈을 뜨면 삭막한 천장이 나를 반긴다. 현실로 돌아온 것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보여 조금 기분이 나빴다. 창 밖으로 설레는 웃음소리가 꿈결처럼 멀어졌다. 너를 보낸 뒤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나는 그 사이에서도 너와 닮은 것에 머무르고 싶었으나, 네가 없는 나는 결국 혼자였다. 내 기억 속 너는 아름다움만 남았다. 너는 아름다웠지만, 실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 진실일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었다. 네 환한 미소가 아름답다 여겼지만 지금은 네 얼굴조차 잊어버렸다. 남은 것은 미련뿐이다. '손, 잡아도 돼?' 맞잡은 손이 뜨거웠다. 나는 네 벚꽃같은 얼굴을 차마 똑바로 ***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에스코트하듯 어정쩡한 자세로 굳은 손이 불편했지만 그것도 좋았다. 혼자 걷던 긴 길은 둘이 걸으니 아쉬울만큼 짧았다. 그리고 그 짧은 기억이 너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그만하자고 말한 쪽은 바로 나였다. 좋아했다. 네가 먼저 내 손을 잡아줘서,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다. 너는 내게 과분할 만큼 예뻤고 또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웃음을 보여줄 것은 나처럼 무뚝뚝한 사람이 아니라, 같이 웃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맞았던 것 같다. 몇 년이 지나 너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다섯 살인가 어린 여자애와 사귄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본 적도 없는 아이인데도 너와 잘 어울리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입 안이 커피콩을 잔뜩 우겨넣은 듯 씁쓸했다. '잘됐네, 축하한다고 전해줘.' 그 말 밖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모르는 사람의 경사를 축하하듯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을 연기하는 수 밖에. 내가 그것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2014,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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