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갑돌이는 항상 혼자였습니다. 갑돌이네 집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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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bearbee
·8년 전
그래서, 갑돌이는 항상 혼자였습니다. 갑돌이네 집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아이들과 동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갑돌이는 학교 뒤로 보이는 야트막한 뒷산 너머에 있는 판잣집에 살았습니다. 갑돌이는 집에 들어가는 동안 파리똥 열매, 산딸기 열매를 잔뜩 따서 우유곽에 꽉꽉 눌러담 듯 담아 집으로 돌아가는 봄날을 사랑했습니다. 시큼새콤떨떠름한 산열매를 먹으며 지붕과 지붕 사이 틈으로 파고드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갑돌이는 혼자 툇마루에 앉아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봄비라도 내리면 말려둔 고사리가 ***을까, 분주하게 앞마당을 쓸고 다녀야 했지만요. 집 앞엔 뱉은 파리똥 열매 씨앗부터 자라난 보리수 나무가 숲처럼 빙 둘러있습니다. 꽃이 저문 자리에 열린 파아란 열매만 드문드문, 갑돌이는 빨갛게 여문 열매는 그자리에서 똑똑 따서 먹어야만 직성이 풀렸나봅니다. 그래서, 갑돌이는 항상 혼자였나봅니다. 나쁜 아저씨네 식당에서 밥하는 엄마가 들어올 때까지, 잘 익은 산딸기는 갑돌이와 함께 기다립니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모나미 볼펜으로 삐뚤빼뚤 *** 글씨 쓰여진 그림일길랑, 진작에 책가방 너머에 던져둔 모양입니다. 쓰여진 내용은 비밀이지만, 날씨는 맑음, 그림은 누군가 보면 앵두라고 착각할만한 파리똥 열매. 갑돌이네 엄마가 힘든 걸음으로 돌아옵니다. 갑돌이는 '엄마, 엄마' 부르며 언덕 아래로 보이는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내일도 혼자가 되겠지만, 갑돌이는 오늘 저녁 북어국과 엄마의 사랑을 듬뿍 먹고 잠듭니다. 그래서 갑돌이는 혼자여도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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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
Sagittariussss
· 8년 전
갑돌이ㅣ이이이ㅣㅣㅣ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