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조금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몇년 전에 크게 아팠어요. 인간관계도 정리되고, 그 전까지의 인생도 정리됐죠. 언젠가 본 글에서 (그분들과 제 이야길 비교하는 게 실례지만) 체르노빌 때문에 사경을 헤매다 돌아온 분들이 이혼하신 분들이 그렇게 많다더라고요. 멀쩡해서 간호하시던 분들보다 아프셨던 분들이 원하셨대요. 그 전까지의 기억이 너무 아득해서, 이 사람을 사랑했던 기억도, 추억들도, 전부 남이야기 같아서.
저는 정신도 못차리고 하루 30분인가 깨어있고 하던 시절에 아주 안좋은 이별을 맞았어요. 연락두절이요. 그 남자를 욕할 수가 없는게 그때 군인이었거든요.(군대 늦게감) 그리고 제가 너무 많이 사랑했던거 같아요. 진짜 첫사랑이 이런 거구나 느꼈죠.
너무 내 이상형이었고, 내 사정, 내 주머니도 좋지 않지만 그 사람 힘든 것 다 보듬어주고 싶고 뭐라도 해주고 싶고. 태어나서 한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 마음이든 뭐든 해줄 수 있는 걸 다 줘보기도 처응이었죠.
돌이켜 보면 못해준 것 아쉬운 것도 많았던거 같지만 전 너무 담담했어요. 까맣게 잊을뻔도 했구요. 아프던 중에, 그러니까 조금 호전됐지만 아직 퇴원하기 전에 그 사실을 깨달았을땐 잠깐 원망한 것도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잊고 살았죠.
한 1년인가. 지나고서 연락이 왔어요. 제대했대요. 미안했대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데 자꾸 잘해주는 게 미안하고 부담스러웠대요. 모르죠. 새 여자가 생겼던 걸지, 아파서 제정신 아닌 와중에 좋다고 카톡하고 아프다고 칭얼대며 헛소리하는 게 짜증났을지. 진짜로 그 말대로 미안하고 부담이었을지.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이 좋아한다는 게 부담이었을지.
어쨌거나 그 카톡을 받고서 순간 덜컹했어요. 남의 기억 같은 기억을 뒤지며 이 사람이 왜 나한테 사과를 하고 있는 건지, 왜 미안해하는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냈죠.
저는 간신히 답했어요. 괜찮다고. 난 그때 너무 아파서 사실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상처받지 않았다고.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읽지 않았거든요.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아마 계속 이야기를 하면 내가 흔들릴 걸 알았나봐요.
그리고 시간이 지났어요. 시간이 갈 수록 보고싶고 그립고 연락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고요한 수면에 비 한 방울 떨어진 것 처럼요. 하지만 안읽은지 시간이 지나서, 또 그때 안해서 더 시간이 지나서, 계속 시간이 더 지나서 연락을 못했죠. 먼저 ***고 연락하기도 염치 없었구요.
근데 그거 아세요? 내 기억이 내 기억 같지가 않아도, 사람 취향 참 안 변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다시 반했어요. 정신 나갔죠.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 모습 중에 절대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걸, 내가 아주 싫어하는 무언가를 그가 갖추었다는걸, 그가 절대 내 생각보다 참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아는데도 말이죠.(아직 사귈때 한 번 심하게 정떨어진 적있음. . . 다른 건 다 견뎌도 그건 아니다. . . . . 남 보기엔 흠이 아닐지 몰라도 난 오만정 다떨어졌어 오빠. . . 그치만 그래도 헤어질 생각을 못하던 중증 나란 인간. . .)
결국 연락 했어요. 근데 할말이 없더라구요. 금방 대화가 끝났죠.
각자의 일상을 살다. 어느 날 또 제가 한 번 카톡. 할 말이 없으니 금방 끝나는 대화.
이젠 몇 달 몇 주에 한 번 하던 카톡도 안 해요. 그의 미련이 끝나갈 즈음 제 미련이 시작된 거 같아요. 타이밍 참. . .
어쩌면 다시 사귀게 되는 게 두려워서 그가 미련을 버릴때까지 기다린 건지도 모르겠어요. 제 감정을 배제하고 보면 그와 다시 사귀는 건 아니, 그와 사귀는 건 정말 *** 짓이거든요.
헤어지고 난 뒤로 언젠가, 그 사람이 말한 적이 있어요. 나를 좋아해준 사람들 중에서, 너처럼 나를 좋아해준 사람은 없었다. 너만큼 날 좋아해줄 사람을 앞으로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너처럼 좋아해줄 사람은 두 번 다시 못 만날 것 같다.
그냥 거기에 의의를 두기로 했어요. 저도 사실 그 사람 만큼 좋아할 사람은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사람 좋아했던 것처럼 좋아하는 건 두 번 다시 못할 것 같거든요.
그 후로 제 연애세포는 사망상태입니다. 뇌사라고 우기고 싶지만 암만 봐도 사망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은 커녕 1도 떨리지 않았어요. 왜 과거형인지는 다음에 썰을 풀어볼게요(고민풀수도 있음)
보는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냥 추억 넋두리예요
다음 이야기는 아래 태그로 올릴게요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