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나 좋아하지마." 웃음기 있는 그 얼굴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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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너나 나 좋아하지마." 웃음기 있는 그 얼굴을 잠시간 빤히 쳐다봤다. 깜박깜박 눈꺼풀을 두 번 정도 깜박이는 시간동안 나는 네 말을 곱***었다. 차르륵. 낚싯줄이 풀리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너도 나도 가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을거다. 그래서 나는 들고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부러 표정변화 하나 없이 대꾸했다. "너 최근에 친구 누구한테 고백받았어?" "뭐? 아니?" "흠.."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넌 뭐라 말하고 싶은 표정을 한다. 네 말을 먼저 막기 위해 빠른 판단을 해야한다. 너를 향해 미끼를 던지고 좀 더 흔들어보고 건드려볼지, 아니면 늘 그렇듯 편안한 친구로 남을지. 턱을 괴면서 시선을 똑바로 마추면 잠깐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언제나 그렇듯 계산이 허무할 정도의 순간적인 판단이다. "아니, 저번부터 너 그런 말 하더라." 자, 널 건드려볼거야. 넌 무슨 대답을 할까. "왜 자꾸 엮으려고 들어." 여기까지만 들은 너는 벌써 표정에 파문이 인다. 나는 입꼬리를 당기고 눈매를 휘어 장난끼로 위장한다. 그리고 또 다시 팽팽하게 당겨본다. "나를." 누구와 엮는 지 말을 하지 않는 건 최소한의 내 자존심이다. 너는 항상 나를 헷갈리게 했고,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나를 친구라고 선을 그어버렸고, 나는 절친하고도 소중한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 나름 만족을 하며 머물렀다.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알면 넌 날 이전처럼 대해주지 않을거야. 겁쟁이 낚시. 나는 이렇게 이름붙였다. 더 당겼다간 놀라 도망갈 널 그저 그곳에 두고 싶어 감지도 풀지도 못하는 겁쟁이 낚시. 그러니까 이 비밀을 지키는 것은 이 관계를, 나를 지키는 것과 같아. 자, 그래서 너는 뭐라고 할래? "아유, 뭔 헛소리야. 얘가 드디어 노망이 들었나." 너는 또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간다. 너도 나도 그런 감정을 품을 리 없다고. 항상 이 순간은 허무하다. 세게 당기지도 못한 낚시줄은 풀릴 것도 없지만 느슨하게 늘어지고, 안개 같이 뿌옇던 긴장감은 흩날리듯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간만에 세게 당겨보나 했더니. 아쉽지만 오늘 겁쟁이 낚시질은 여기서 끝인 것 같다. "난 또 니가 오죽 외로웠으면, 하고 걱정했지 뭐야. 이 누나, 십년 감수했다." "웃겨." 그럼에도 도망가지 않는 널 의아해하며. 못돼처먹은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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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k
· 8년 전
에헤헤헿ㅎ 재밌당 겁쟁이 낚시라는 말도 되게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