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등학교 3학년 1년 기억의, 또 감정변화의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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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제 고등학교 3학년 1년 기억의, 또 감정변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 친구 A에 대해 써 보려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추억 회상글이고 길고 지루할거에요. 필력도 좋지 않아서 뭔 소리 하나 싶으실겁니다. (스압주의. 노잼주의. 추억충주의.) 앞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기숙사고를 나왔고 남자이며 이미 제 스스로가 게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럼 얘기 시작할게요. 이 친구 A와 처음 말을 섞어 본 건 2학년 말쯤입니다. 뭐 3년동안 같은 애들이 같은 기숙사에서 같은 밥 먹고 같은 데서 운동하고 공부하고 하니 얼굴을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딱히 얘기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반도 달랐고 서로 겹칠만한 부분이 1도 없었거든요. 심지어 이미지도, 얘는 머리좋고 잘생긴 노력파 범생이고 저는 거의 학교공인 ***이었습니다. 담배피고 여자랑 놀고 그런 게 아니라 매일 학교에서 겜하고(게임 금지 학교였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기숙사에 노트북 들고가서 겜하고 애니보고 영화보고(기숙사 노트북 반입 금지였습니다) 학교선 자고 수업은 안듣고 (근데 4등급... 밑에 애들은 뭘까)(저희학교 공부 잘하는 학교였어요) 여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뭐 이런 이미지였습니다. 느낌이 오시나요? 얘랑 접점이 생긴 건 제 룸메 B가 계기였습니다. 얘네 방은 룸메 4명이 서로 다른 방에서 자고 돌아올 정도로 (룸메란 표현이 어*** 정도?) 방 단합이 안됐고, 그러니까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니라 갈등조차 존재하지 않는 방이었고, 마침 그 애랑 친한 친구 B가 제 룸메였습니다. 번외로 저는 3학년 기숙사 관리장(=노예)이었는데요, 우연찮게 이면지 정리하다가 기숙사 전기세 관련 문서를 보게 되었는데 얘네 방 한 달 전기세가 5백원이 안나오더군요. 3백4십 얼마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방들 다 기본 사천원씩은 나오던데ㅋㅋㅋㅋㅋ 그 정도로 걔네 방 애들이 따로 살다 보니 (항상 방이 비어있습니다. 다른 방들 청소하느라 애먹는데 얘낸 할게 없어요), 뭐 얘는 그냥 저희 방 제 5의 룸메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A가 자주 놀러오다 보니, 아니 그냥 저희 방에서 살다시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저와도 친해지게 되었고, 얘기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자세한 과정같은 건 생략하겠지만, 저하고 A하고 B하고 모여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셋 다 노래부르는 걸 좋아함) 저하고 B가 A한테 노래 강의해주기도 하고 ( 옆방도 윗방도 몰래 노트북들고와서 밤에 같이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서로서로 안마를 해준건데요, 쓰고 보니 어감이 좀 어긋나는 느낌인데 그런 게 아니고... 제가 저희학교 안마사로 유명했습니다. 등안마 진짜 잘한다고 평판이 나있어요. 어쩌다 이런 이상한 타이틀이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제가 봐도 진짜 시원하게 잘합니다. 제가 받고 싶어질 정도로요. 뭐 그 정도의 이미지이다 보니(?) 얘한테도 어쩌다가 해주게 됐는데 그게 점점 잦아지고 나중에 가서는 제가 얘한테 가르쳐주는 식으로 서로서로 안마교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얘가 한 번은 몸이 아주 안 좋았었는데 그때 제가 따뜻하게 차 타 주고 면학실에서 엎드려있길래 방에 올라가서 팔베게 가져다 주고 뭐 여튼 잘 챙겨준 적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다른 애가 그랬으면 절대로 그렇게까진 안 했을 겁니다. "헐 몸 안좋냐, 쉬어라" 이 정도에서 끝냈겠죠. 근데 얘한테는 진짜 뭐든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다 나았을 때, A가 고맙다고 하면서 저한테 이렇게 저렇게 말을 붙이더라구요. 솔직히 접점이라고 하면 기숙사가 끝이었는데 학교에서 둘이서만 말해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엔 되게 놀랐고 또 좋았죠. 근데 얘기가 진행될수록..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할 얘기가 B 얘기밖에 없더군요. 접점이라곤 B가 끝이었던 거죠. 여튼 그 일을 계기로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얘와 친구가 맞나. 그 전에 나는 얘를 친구로서 보고 있는가. 뭐 짐작하셨겠지만... 위의 행동들만으로 미루어 보아서도 누구나 알 수 있듯.. 아니었습니다. 일단 제 시선부터가 글러 먹었더군요. 얘가 좋아서 가까이 가고 싶었던 게 맞지만, 그 "좋아서" 라는 표현이 친구를 향한 그것과는 좀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얘를 이성 아닌 이성으로 본 거죠. 솔직히 좀 이쁘장하게 생기긴 했어요. 웬만한 여자 데려다가 옆에 앉혀 놔도 음... 네. 얘가 더 예쁠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자를??? 이 고민은 제 성적 정체성에 관한 고민으로까지 번졌지만, 뭐 결론적으로 저는 게이가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애초에 지금까지 사랑이라 부를 만한 감정을 느꼈던 건 모두 여자들이었고,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경우가 처음이긴 하지만 저는 남자 그 자체로서의 A 보다도 "A의 외모"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튼 전 이 애가 좀 더 '특별히' 좋았고, 계속 붙어 있으려 하고 말도 붙이고 그랬습니다. 얘가 좀 귀찮아한다, 나한테 호감이 없구나 싶었어도 그냥 너무 보고 싶어서 보러 갔고, 같이 있고 싶어서 말 붙이고, 좀 떨어져 있다 싶으면 불안하고 그랬습니다. 쓰면서도 암걸리네요. 당연히 누구라도 귀찮아할 텐데 (심지어 그때의 저는 그냥 완전히 어린애였습니다. 말주변도 없고 사고수준이 길에 고인 물보다 얕았습니다.) 걔가 귀찮아하거나, 나하고 얘기할 때는 안 웃으면서 다른 애들하고 얘기할 때 즐거워 보이면 혼자서 상처받고 그랬어요. 근데 또 이상한 건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이제 관계를 끊어야겠다 마음먹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면 또 얘가 다가옵니다... 이런 적이 세 번정도 있어요. 그럼 또 반복이죠. 진짜.. 머리로는 '접는게 합리적이고 너한테 좋아' 하는데 감정만큼은 이성이 손을 못 대는 영역이라 그런지 물을 뿌려도 불씨는 안 죽더군요. 허허.. 결국 또 다른 친구에게 상담을 받았습니다. 이때가 고 3 다 끝나갈 즈음인가요. 1년짜리 얘기네요. 여튼 다른 친구에게 상담을 받았습니다(당연히 A를 좋아한다고 얘기는 안했습니다.) '내가 느끼는 A와의 관계는 이러한데 아무래도 이게 일반적인 친구관계로 보긴 좀 어려운 것 같다. 니 의견은 어떻냐.' 물어보니까 되게 의외라는 듯이 말하더군요. 너희 둘이 진짜 친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냐고. "그게 어딜 봐서 친구관계냐 니가 똥X 빠는 주종관계지"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관계를 끊어 봐라. 걔가 진짜 친구였으면 널 다시 붙잡을 거고, 정상적인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그냥 그 정도에 끊어질 관계인 거다" 솔직히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조언은 아니었지만, 저로선 저게 상황에 너무나도 잘 맞는 조언이었습니다. 맞는 말이죠. 2학년 말에 비해선 많이 나아졌지만, 처음 다가간 이후 거의 6개월이 지나서도 제가 느끼기론 A와의 관계가 거의 뭐 제가 끌려다니는 수준의 관계였는데, 그래도 A가 좋아서 못 끊던 관계였거든요. 행여나 다시 친해질 수 없을까 봐 불안해서요. 확실히 친해졌지만, 제가 원했던 그런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저조차도 이게 맞나 고민이 되어 상담을 하러 간 차에 저런 말을 들으니, 결정이 섰죠. 이전에는 "관계를 끊는다"는 게, 그냥 혼자서 상처받고 삐지듯이 걔를 쌩까기만 했다면, 이번엔 달랐습니다. '다시 잡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처음부터 제하고, 진짜 멀어질 작정으로 조금씩 끊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인사는 했지만 얘기는 깊게 하지 않았고, 전에는 진짜 시도때도 없이 찾아갔는데 다짐한 이후론 먼저 찾*** 않았습니다. 서로 얘기하는 상황이 생기면 웃으면서 얘기하긴 했지만, 그 대화도, 웃음도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안 웃고 말도 일부러 성의없게 하고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이전에는 얘한테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웃어도 얘를 좋아한다는 느낌의 웃음? 그런 게 있었는데, 태도를 바꾸고 나선 얘를 진짜 '친구' 대하듯이 대했습니다. 남자가 남자 대하듯이요. 느낌이 오실지 모르겠네요. 여튼 '진짜 친한' 친구보다도 '어느정도 친한 꽂휴' 대하듯이 했습니다. 그렇게 감정을 점점 접어 나가니까 안 보이던 게 보이더군요. 그간 얘에게 몰두하느라 소홀히 했던 내 친구관계, 돌아보니 밥 같이 먹기도 애매한 친구들.. 인간관계가 진짜 망가질대로 망가졌더라구요. 이제 와서 어디 끼기도 애매했습니다. 뭐 사교성이 나쁘지 않다고 자부하는 편이니만큼 같이 껴서 밥 먹을 데는 있었습니다만 그냥 지난 날들이 후회되더라구요. 친했던 친구들이 멀어진 모습을 보는 게 어떤 느낌인지.. 말 붇이면 받아는 줘도 친구들의 말과 표정에서 알게모르게 느껴지는 '응? 얘가 왜이래??' 하는 분위기 하나하나가 후회로 남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미안한 친구들이 많네요. 여튼 그 친구의 조언대로 거리를 두고 보니... 확실히 제가 A를 다했던 그 관계는 뭔가 잘못되어 있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친구들과의 관계를 쌓기 시작했죠. 밥 먹을 때는 좀 애매했어도..ㅋㅋ '그래 이게 맞는 거지' 싶은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원래 'A와의 관계'가 관심과 노력 분배 최우선순위였지만, 이를 제하고 나니.. 뭐 고삼이니만큼 자연스레 공부로 우선순위가 고정되었죠. 해야 할 게 보였고, 톱니가 다시 맞아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는 것도 일부러 모르는 척 하면서 A한테 질문할 때가 많았는데, 다짐 이후론 그러지 않았죠. 거의 없긴 했지만 진짜 몰랐던 건 선생님이나 다른 애들에게 물어봤습니다. A도 변화를 느낀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뇨 아마 느끼고 그랬겠죠...? 말도 더 많이 걸어오고 장난도 치고 그러더라구요. "??? 뭐징" 싶었죠. 말이나 장난같은 건 가볍게 받는 선에서 끝냈고, 막 단호박처럼 끊고 그러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렇게 지낸 지 2주쯤 되는 날이었나 점호끝나고 자려는데 얘가 방에 찾아온겁니다. 그냥 다짜고짜 와서 그냥 안마해주겠대요. 저도 눈치없는 곰탱이는 아닌지라 '뭔진몰라도 뭔가 얘기하려고 작정하고 왔구나' 싶은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누워서 잠자코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됐다고, 내가 해준다고 하니까 됐다고 그냥 누워있으라고 하고 A가 제 옆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는데, 그냥 실없는 농담 위주였습니다. 근데 분명 실없는 농담들이었는데.. 이전 같았으면 제가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려고 뻘뻘댔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뭔지도 모르는 얘기들이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되게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달라졌죠... 뭔진 몰라도. 진짜 별 얘기들도 아니었는데, 고민같은 걸 얘기하고 풀지도 않았는데 그 대화 하나로 가슴 속에 응어리같은 게 진짜... 녹아 내리더라구요. 말 그대로 그냥 녹아내렸어요. 고민이 그냥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는 그냥 A 와 관계를 끊겠다는 다짐은 깼지만, 예전처럼 되도않게 들러붙는 악순환의 고리로 돌아간 게 아니라, 진짜 친한 친구처럼 잘 지냈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단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하는 친구정도로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A와의 관계에 대해, 그러니까 친구로서의 관계에 대해 확신이 없습니다. 얘가 날 어떤 존재로서 보는지, 내가 중요한 친구이긴 할지 말이죠. A와 이렇게 친해지기까지는 여기에 쓴 내용들 정도야 새발의 피 혹은 빙산의 일각 정도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일들과 감정 교환, 그리고 자기성찰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다가가는 과정과 시도 중 열에 아홉은 상처로 남았기 때문에 저는 솔직히 지금 이 관계의 선을 잡고 있는 와중에도 과거에 제가 입은 상처들이 눈메 계속 걸립니다. 또 내가 상처입는 레파토리는 아닐지. 또 나만 좋은 친구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또 얘가 나와 얘기하면서 웃고 떠들어도 "얘가 날 좋게 생각할 리가 없지" 혹은 "김칫국 먹방 오지고 지리고 렛잇꼬!!!" 하는 생각이 작은 흉터로 은연히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뭐 결론적으로는... 아직도 만들어 나가야 할 미완인 관계이고, 또 이젠 알게 모르게 끊어질 수도 있는 관계가 되었네요. 전 재수생이고 걔는 대학충이니 말이죠. 사는 지역도 멀고. 그래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 친구를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우게 되었다는 겁니다. 인격적으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진짜 속이 깊은 친구였거든요. 인간관계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생각하며 말하는 것, 감정의 절제, 스스로에 대한 성찰, 자존심을 굽히는 법... 진짜 A때문에 수도 없이 많은 고민을 했고, 수도 없이 스스로를 돌아봤고, 스스로의 단점을 찾아봤고, 또 이를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저는 정말 확실하게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A 만나기 전의 그 애thㅐ끼였던 그 때를 떠올리면 말이죠... 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추억이 많고 감정이 많이 얽혔던 친구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랑은 진짜 극과 극인 친구네요ㅋㅋㅋ 그 친구는 오케스트라고 저는 축구부, 걔는 범생이에 저는 그냥 평범한 ***이었으니까요. 고등학교 때는 상처를 통해 배운 게 참 많아서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배우고 깨달았더라면 흠집 없는 사진으로 남을 기억들인데 조금씩 흉진 게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ㅋㅋ 뭐 여튼 저에게는 이런 친구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연락하고 있어요.(물론 예전의 그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가 아니라 진짜 친구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뭐 이런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ㅋ 아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지만 다 알 순 없겠죠. 그냥 뭔가 쓰려니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친구여서 좀 특이한? 특별한? 추억풀이 겸 써 본 글인데... 여기까지 보신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쓰고 보니 엄청나게 길군요. 여러분도 이런 친구가 있으신가요?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네요ㅋㅋ 전 다시 공부하러 가봐야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길. - 한 재수충이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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