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제가 키웠어요.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중학교|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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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동생을 제가 키웠어요.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제 나이가 24살 동생이 10살이었습니다. 저는 저대로 힘들었고 동생도 그랬겠죠. 중학생때 태어난 그 애를 제가 얼마나 예뻐했는지 모릅니다. 그 조그만 것을 보느라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다른 애들이 집 밖으로 나돌때 저는 하교하면 바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애는 여자애라 그런지 어찌나 귀엽던지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슬픔보다 저 어린것을 내가 키워야 한다는 각오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번듯한 버팀목이 되주고 싶어서 불안정한 꿈도 접었고 들어가고 싶던 회사도 목록에서 지웠습니다. 저녁있는 삶이 필요해서 공무원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다행히 오래끌지 않고 합격했습니다. 자리잡을 때까지 동생은 이모댁에 맡겼습니다. 얼마 없는 부모님 유산은 집 빼고 모두 드렸지요. 저는 당장 동생과 함께 있어주는 것은 생각해*** 못했고 무엇보다 여인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2년 뒤에야 저는 동생과 함께 살았습니다. 어두워진 얼굴이 걱정이긴 했지만 언제까지 그집에 맡겨 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가족끼리는 같이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을 팔고 중학교를 서울에서 다니게 하려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제 직장도 서울이었으니까요. 싫다는 말이 없어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그때부터 동생은 말이 많이 없어졌던 것 같습니다. 나름 챙긴다고 챙기는 건데도 갓 중학생이 된 여자아이와 10살이 넘게 차이나는 오빠는 메울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걸 때때로 느끼곤 했습니다. 왜 화를 내는지 왜 우는지 도통 알 수 없을 때가 많았고 왜 공부를 하지 않는 건지, 공부가 아니면 뭘 하고 싶은건지 물어도 입을 꾹 다물 때는 서럽기까지 했습니다. 대학 졸업도 포기하고 일하는 내 처지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고...같이 꿈을 향해 달리던 친구들의 푸념도 부럽기만 했습니다. 서로에게 늘어 가는 건 불만 뿐인 것 같았습니다. 아침마다 깨워서 학교에 보내는 것도 버거웠고 뭐 그리 예민한지 떽떽거리는 것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어릴 때에 그렇게 나를 따르던 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내가 뭘그리 잘못했는지 억울했습니다. 그 애가 고등학생이 되고 서로가 무관심해졌을 때 일이 터졌습니다. 임신을 했답니다. 처음으로 동생 뺨을 때렸습니다. 뒤늦게 혹시 ***이라도 당한건 아닌지 겁이나 후회했지만 다행인지 아닌지 그건 아니더군요. 저들끼리 해결하려다 남자애 어머니께 들켰답니다. 보호자와 얘기해야겠다고 연락을 한다기에 그제서야 말한 겁니다. 아찔했고 화가났고 부끄러웠고 부모님께 죄송했습니다. 내일 그쪽 어머니를 만나야 합니다. 온갖 감정이 저를 몰아칩니다. 동생을 지키겠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대체 지난 8년을 왜 살아간 걸까요? 후회하는 점은 많습니다. 그때 이모댁에 보낼 게 아니었나, 그 때 너무 무신경했나. 어디서 머리가 달린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데 왜이리 생각이 뱅뱅 돌기만 하는지.....퉁퉁부은 뺨으로 제 눈치만 보는 동생이 안쓰러워 죽겠다가도 원망스럽습니다. 보듬어줘야 한다는 걸 아는데 무슨 말로...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발 제가 어떡해야할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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