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bebonejuo·8년 전
<우울증 치료일지 1, 2주째>
내가 약물치료를 하면서 점점 나아지는 과정을 잘 알아볼 수 있게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기도 하고, 혹시나 우울증 때문에 병원가는 걸 고려중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이곳에 우울증 치료 일지를 적어보기로 했다 :)
정신과 병원에 가서 우울증 약을 받아서 먹은지 2주째이고, 상담은 그냥 5분도 안되게 아주 간단하게하고 약물치료를 주로 하고 있다.
1. 병원에 가기 전,
나는 1년 넘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울증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의지만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혹은 나잇살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1년 넘게 방치하다가 병원을 가기 직전에 나의 상태가 어땠냐면, 우느라고 밤을 샌 적이 거의 매일이고, 심한 무기력증이 있었고, 밖에서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말을 심하게 웅얼거리고 버벅거렸으며 치매걸린 사람처럼 머리도 잘 안돌아갔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서운한 일이 있으면 바로 눈물을 보였다.
2. 현재의 상태는,
일단 치료받기 전의 나는 심히 비관적이었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나를 대할 때, 모든 말과 행동에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깊은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는 걸 느끼고 있고, 또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예민하지 않다는걸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관계는 내가 들이는 노력과 애씀에 반비례하다는 걸 깨닫는 중이라서, 대인관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약물치료를 한 후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문제인 대인관계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인 쪽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 남친도 나보고 전보다 더 자신감 있어보인다고 말해줬다.
무엇보다도 약먹기 시작한 지난 2주간 울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잡생각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는 방학이라서, 개강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아직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상황이 되면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을 탓하는 것도 있고 당황하는 것도 없지 않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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