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저는 밀려오는 자괴감을 채우기 위해서 어렸을 적부터 각종 커뮤니티를 전전해왔어요.
덕분에 어딜가든, 인기 있고 화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물론 온라인상에서만.
실제 성격이 내성적인건 아니에요. 오히려 적극적인 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성은 좋은 편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온라인상에서의 제 모습과 실제 제 모습은 확연히 차이가 나더라고요.
실제 친구들 중에서도 같이 커뮤니티를 하는 친구가 두어명 있었는데, 그 친구들 모두 제 성격이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제가 커뮤니티의 그 회원인지 전혀 못 알아본 케이스도 있고요.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가 그렇게까지 다르다는 것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어요.
내가 왜 성격을 바꿔야 하지? 이미 충분히 나는 괜찮은 사람인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제 시선이 달라지게 된 계기가 있어요. 중학생 시절 친구이면서도 동경하던 상대에게 외면을 받았는데, 그 친구가 온라인상에서는 저에게 무지 잘 해주는거에요. 그 때 깨달았어요. 이 곳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그래서 무작정 그 친구가 좋아해주는 그 성격을 실제로도 닮으려 노력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도 입었지만, 대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노력한 결과 제 성격은 온라인상의 성격과 완전히 일치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저는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으며, 그들을 이끌어나가는 역할로 변화했죠. 하지만 제 자아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나봐요. 무슨 일이든 쿨하게 넘어가자, 주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잘 해주자. 이게 제 생활 신조라고 생각하며 지금껏 그렇게 지내왔는데 한 발 물러서 보니 저는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상처를 받았어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원래 자기비하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냥 살아있다는 사실이 끔찍했고 제 자신이 미웠거든요. 그런데 커뮤니티를 하다보면 저는 상당히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잘난척도 많이 하게된 것 같아요. 살려고 발버둥 치는 행위였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하고 보니까 커뮤니티를 하면서 더 자존감이 약화되는게 아닌가 싶거라고요. 그런 생각이 들고부터 굉장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것 같아요.
커뮤니티를 계속 하다 보니 말투 자체도 굉장히 거칠어졌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즉각 내뱉어야 직성이 풀리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에 대해 어떤 소문이 들리고, 누가 제 앞에서 어떤 욕을 하든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상태가 되었어요. 쿨해서 좋다? 아니. 저는 쿨한 사람이 아니에요. 남들한테 말 뱉어 놓고도 최소한 몇 달은 그 몇 마디 가지고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사람인데요.
그래도 초면에는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편이라 저와 친하지 않은 아이들은 제가 말수가 적다고 생각할거에요. 그런데 대화가 좀 통하기 시작하면 커뮤니티에서 대화하듯이 모진 말도 툭툭 내뱉는 제 자신이 미워요. 주위 사람들이 그런 제 모습을 보면 놀라요. 자제해야죠. 알고 있는데 오히려 니들이 뭔데 내 인성을 판단해? 라고 생각하며 말을 더 직설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현실에서는 익명성에 기댈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온라인상에서도 익명성에 기대서 악플을 단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지만, 자꾸 괴리감이 느껴지다보니 요즘은 제가 다른 사람인 것 같이 느껴져요.
두서없는 글 올려서 죄송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