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더 다니기 힘이 듭니다. 이제 중학교 3학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중학교|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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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학교를 더 다니기 힘이 듭니다. 이제 중학교 3학년 올라가는 남학생인데, 오늘 처음으로 급식을 혼자 먹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내가 올 때 까지 날 기다려주고 생각해줄 친구 하나쯤이야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실상 닥치고 보니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혼자 앉아서 먹으면서 한 생각이, 이것도 나쁘지 않네 였습니다. 생각보다 쓸쓸하지 않으니 이제 눈치 볼 선배도 없겠다 나 혼자 밥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기뻐졌다고 해야되나. 그런데 집에 와서 곱***어보니, 두려운 겁니다. 혼자 밥을 퍼먹을 수 있을지, 내일 나오는 회오리감자를 뻔뻔하게 뜯어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전 제가 잘났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수학여행 가서 씻고 나왔을 때 친구가 제 얼굴을 보고 ***처럼 서 있었던 거 알고, 공부도 딱히 노력하지 않고 사교육 전혀 없이 수업만 들어서 200여명 중 30등대 성적입니다. 그러나 그 잘난 얼굴 있어봤자 살 때문에 뽐내지도 못하고, 174에 73이면 뒤룩뒤룩 살 찐 돼지는 아니어도 외모가 충분히 가려져 있을 만큼, 완전히 가려지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제 자존감은 확연히 떨어져 있습니다. 성격 문제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전 제가 또래보다 훨씬 성숙하다고 느낍니다. 정신연령 테스트로 몇 십 문항씩 체크하는 테스트를 했을 때 40대가 나왔으니까. 그래서 더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 끝나고 피***에 몰려가는 애들도 한심하고, 수업시간에 잘 듣지도 않고 학원에 연연해서 성적 망치는 애들도 한심하고, 제 눈엔 전교 1등까지 다 어린애로 보여서, 어울리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제가 연락하는 사람은 인터넷에서 만난 저보다 한 살에서 다섯살까지 많은 사람들입니다. 저보다 어리거나, 나이가 같다면 얜 또 어떻게 한심한 삶을 살까가 먼저 떠오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급식을 혼자 먹게되니 알게되더라고요. 함께 있을 친구의 소중함을요. 딱히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더군다나 오늘 오전 수업시간에 친구라는 주제로 강연을 봤습니다. 내 짐을 다 짊어지려 하지 말고, 버팀목이 되어 줄 친구에게 조금은 기대라고. 남들보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사는데. 단순하게 사는 쟤네는 있는데, 난 단 한 명도 없네. 그런데도 전 남한테 그런 걸 왜 미뤄? 라고 생각했는데. 급식하나 같이 먹을 친구도 없는 게 무슨. 참 웃기죠? 이런데 학교를 어떻게 다닐지 잘 모르겠습니다. 힘들고 슬퍼서 눈물이나 펑펑 쏟고싶은데. 좋아하는 소설을 봐도 슬픈 부분이 나와봤자 눈물 몇 방울만 찔끔 흐르고 말더라고요. 가슴에 응어리진 듯한 이 느낌 정말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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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wldlwldnjs
· 8년 전
너보다 나이 조금 더 많은 사람으로서 좀 따끔한 충고 하자면, 너가 어른스럽다 잘났다 하는 생각은 버려. 네가 어린애라는 게 아니고, 정말 어른이고 정말 비교가 안 될 만큼 잘났다면 이런 걸로 외롭고 걱정하기보다는 더 궁극적인 일에 매진하겠지. 난 잘나지 않았지만 너 말대로 하면 내가 더 잘났어, 화장이나 그런 것 없이도 흔하다지만 길거리 캐스팅 몇 번씩 받을 만큼은 생겼고, 우리 부모님은 의사 간호사야.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병원 출신의. 사백명 정도의 학생들 중에 전교5등 밖으로 나간적 없고 사교육 한번 없이 195점이 넘는 내신을 받아서 명문고에 입학했어. 어릴 때부터 남들과 이해력 자체부터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 컸고 고등학교 입학할 때쯤 내가 남들보다 잘났구나 싶었어 명문고에 갔다고 했지? 매달 전국 뿐 아니라 사설까지 모의고사를 치르고, 기숙사 생활을 하고 빡빡한 시간표 속에 살았어 근데 내가 차라리 그 사이에서 바닥이었으면 모를까, 360명 중에 20등 위로 올라가지를 않는 거야. 그 학교엔 모의고사 치면 전국등수가 한자리 나오는 친구들도 있었거든, 전과목 100점은 당연하고. 근데 나는 절대 꿇리진 않지만 최상위는 아닌거야 그걸 4월쯤 깨닫고 스트레스 받기 시작했어, 결국 퇴사하고 그 먼 학교까지 통학을 했어, 학습실도 모의고사 성적순이었는데, 비기숙사생임에도 최상위 학습실은 아니지만 두번째 학습실을 썼어 그런데 나 2학년때 일반고로 전학왔다? 왠줄 알아? 적은 노력으로 최상위 학습실에 들어가지 못해서야, 그게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정말 명문고라 하면 생각보다 더해 아침 여섯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자습해 아이들은 전국 최상위권이고. 내가 스트레스 받은 이유가 뭔지 알아? 난 내가 잘나고 머리가 좋아서지 사실 성과에 비해 노력이 적었어 그 학교에 입학해서도. 다른 아이들보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어, 근데도 그 잘난 애들 속에서도 성적이 잘 나오더라 안하다 조금이라도 공부하니까 심지어 오르기까지. 근데 난 내 노력이 얼마나 적은지 몰랐던 거야 그 전에 나 잘났다 하고 아예 안 하다가 조금 하기 시작하니 노력 대비 너무 올라서 난 내 노력이 큰 줄 알았던거지. 그리고 그 처음 느껴보는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서 전학왔어 2학년 내내 팽팽 놀다가 이제서야 공부 제대로 시작했고. 네가 그리고 내가 못났다는 게 아냐 나 잘났다 생각할수도 있지 그거 말고, 애들이랑 달라 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거야 이런 고민을 하는 걸 보면, 너도 어른스러운 열여섯인 것 같아. 나보다 집안, 스펙, 머리, 성적 등이 더 잘난 아이들과 1년을 살다 보니 내가 그랬구나 하고 그제서야 알게 됐고 그 생각이 내 미래를 막았고 결국 날 힘들게 했구나 했어. 그런 생각을 버리지 않고는 진정한 노력이란 걸 해*** 못할 수도 있어 나도 결국 조금 더 어른스럽고 조금 더 똑똑한 열일곱 어린애였다는 걸 열일곱이 다 지날 때쯤 알았던거야 너같은 고민을 하다가 아 이런걸 생각하는걸 보니 그렇네 하고 깨닫고 전학 오고. 이제 어떡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난 지금도 여전히 남들보다 똑똑해 작년에 놀아도 모의고사 100점만큼은 아니지만 전과목 1등급 아래로까지 떨어지진 않았고 너처럼 놀고 게임하고 학원에 의지하는 애들 그러면서 성적 바라는 애들 한심하고. 근데 그건 절대 어른스러운 건 아닌것 같아 난 지금 그냥 열아홉 수험생이고 그런걸 좀 빨리 깨달아서 더 노력할 수 있는 마음이, 머리가 되었다고 딱 그렇게만 생각하려고 해 다른 애들만큼 노력하면 나는 더 잘 할 수 있어 이정도? 내가 머리가 좋든 이해를 잘하든 소용없어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지면 난 그냥 공부 안 해서 시험 망친 사람이 되는 거야 나의 잘난 부분은 그에 따른 노력을 해서 성과를 내야 빛이 나는거야. 그런 생각은 버려 널 힘들게 할걸? 지금처럼 감정적인 것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나처럼. 나처럼 일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길 원하는 마음에서 썼어 내가 좀 더 빨리 알고 추스렸다면 전학 오는 일도 없었을 거고, 갈 대학 이름도 바뀌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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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8년 전
@dlwldlwldnjs 감사합니다. 사실 전 꿈도 없었거든요. 몇 년 전부터 소설 쓰는 일에 흥미를 느껴왔고 남들에게 칭찬받으면서 교내대회지만 장려상도 받고, 나름 재능이 있는 것 같았지만 제 욕심은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업을 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건 돈 때문에 고민하고, 그거 말곤 재미있는 것도 없는데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머리도 굴려보고. 지금 당장 급식 같이 먹을 친구 한 명도 없는데도 댓글 작성자 님의 말을 듣고 보니 제가 닥친 문제는 급식이 아니었네요. 하고 싶고, 하면서 재미 있는 일을 이 악물고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도 물론 열심히 해서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가 성적이 약간 높은 학교지만 무리없이 들어가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저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기겠죠? 그래도 당장 내일은 못 할 거 같아요. 저도 아직 열여섯밖에 안 먹은 뭣모르는, 나 잘났다 잘난 척 밖에 할 줄 모르는 아직 철 덜 든 어린애니까요. 급식도 눈치보고 꼽사리껴서 못 먹으면 그냥 안 먹을랍니다. 그 이후가 되면, 제가 쓴 글과 써주신 댓글을 보면서 무언가 막연히 조금씩 제가 변화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보렵니다. 그래도 괜찮겠죠? 인생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요. 댓글 복사해서 따로 남겨둬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