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아빠가 퇴직하신대요
얼마 전 수능이 끝났고, 전 공부에서 해방되었어요
이제 수학공식을 외울 필요도, 영어단어를 외울 필요도 없었고 태정태세문단세를 중얼거리지 않아도 되는 거죠
수능 전에는 분명 하고 싶은 것들이 이만큼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먹고 자는거 밖에 생각이 안 나요
사실은 생각이 다 나요
저는 운전면허 자격증이 따고 싶었고, 일본으로 놀러가고 싶었으며 에버랜드에 가고 싶었어요
라식 해서 안경을 벗고 싶었고 귀를 뚫고 싶었고 쌍커풀 수술도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화장품을 사서 화장해 보고 싶기도 했고 예쁜 옷들도 잔뜩 사고 싶었어요
그런데.
수능 끝나고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자고 있는 엄마폰으로 유투브 영상을 보던 날
제 폰이 아직 투지여서 동영상의 일부를 캡쳐해 제 pc계정으로 통해을 보내려는게 실수였나봐요
물론 잘못된 행동인거 알지만 아빠와의 대화가 보였고
ㅡ잘 생각해보세요ㅡ
라는 말이 궁금해 채팅방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여행 계획인가 싶었는데. 아니더라구요.
아빠가 퇴직 권장 받았대요
그리고 아빠는 2월달에 회사를 그만둔대요
보는 순간 깨달았어요 왜 갑자기 엄마가 장을 안 보는지 왜 과자며 음료수가 우리 집에 더 이상 없는지
나 이제 막 대학 가는데.
동생 이제 막 고1인데.
나 그동안 과외랑 학원비 빛도 있대요
근데 동생은 아직 학원 다니고 있구요, 저 이제 대학 등록금 내야해요
집도 전세 다 됐는데 재계약 안돼서 이사도 간대요
우리집 평범한 중산층이었는데
그냥 평범한 집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게 됐네요
이제 우리집 수입원이 없어요
아직 학생인 제가 알바해서 버는게 유일할 건데, 전 알바 자리 못 구했어요
부모님이야 티 안내시지만 이제는 안 보이던 부분이 보이는 제게는 숨기나 마나네요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
차라리 다 같이 죽는게 나을 거 같은데
주변에 용돈응 일주일에 5만원씩 받고 한번 놀때 10만원씩 쓰는 친구들과 비교돠는 내가 너무 싫고
부모님을 원망하는 제가 혐오스러워요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왜 나만 이런지
다들 잘 살고 계시는게 부러워요
아... 죽고 싶다는게 이런 거구나
이걸 굳이 이겨매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차라리 죽을까...
그러면 돈이 조금이라도 덜 필요할 텐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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