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어릴 적 가정폭력이 있었다.
내가 세 살. 아빤 술만 먹으면 흔히 말하는 개가된다. 그 땐 난 기억도 없었지만 엄마는 아빠가 휘두른 파이프에 쇄골을 맞아 뼈가 부러졌었다. 창문(전원주택이고 큰 창문이 거실에 있다.)으로 날 넘기어 도망갔고 그게 첫 구급차.
내가 일곱 살. 예쁜 빨간 벽돌집에서 무너져가는 할머니 명의인 집으로 이사왔다.
술 먹고 들어온 아빠와 바가지 긁던 엄마. 싸움으로 번졌고 아니나 다를까 아빤 폭력적으로 변했다. 문을 뜯어(옛날 시골집이라 나무 살로 된 문풍지를 바른 사잇 문이다.) 가장 굵은 살로 엄마에게 휘둘렀다. 그 나이에 엄마를 지키*** 만화에서 보던 것 처럼 두손으로 잡을랬는데 그건 망상이더라. ***손가락을 맞았다. 아빤 나는 손대지 않는 사람이였다. 경상도 사람이라 표현은 잘 못하지만 열아홉인 지금까지 늘 느끼지만 아빤 딸***다. 하여튼 딸내미의 손가락이 퉁퉁 부어오르고 엄만 머릴 맞았음에도 내 손을 감싸쥐고 그 와중에 내게 약을 발라주었다. 멈춰있던 시간은 다시 흐르고 엄마와 집 밖으로 나오던 중 아빠가 뛰어나와 엄마를 또 때렸다. 위치도 기억한다 통나무 쌓아놓은 좁은 집 입구에서.
엄만 나보고 얼른 가라며, 난 ***듯이 히끅거리며 아랫집으로 갔다.
아랫집은 꽤 친한 집이였다 그 집 아들들과 자주 놀았고 아줌마와도 안면 튼 사이. 아랫집에선 술판이 벌어져 동네 아저씨들도 여럿 있었다.
생생히 기억한다. 난 그 집 문을 열자마자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하며 숨넘어가게 울었다. 곧이어 까진 아니고 어른들이 날 진정시켜서 숨이 돌아올 때 쯤 엄마가 왔고 이마.. 이마에 피가 흘렀다. 퉁퉁 불어있고.
아빤 *** 개마냥 엄말 찾았고 두번째의 구급차와 동네 아저씨들의 중재 속에서 그렇게 지나갔다.
그 이후론(사실 전에도 딱히 부부애는 없었지만) 부부보단 형식적인 살림을 살았던 것 같다. 엄만 날 데리고 외딴 지역으로 도망갔고 아빠의 꾸준한 연락과 그 때 아빠랑 같이 살고싶냔 엄마의 물음에 그렇다고했다. 그 이후론 아빠도 술을 자제하는 것 같았다.
꾸준히 싸우셨고 내가 6학년 때 또 매질을 할 뻔 했으나 그 때의 내가 사시나무 떨듯 떨며 담임선생님한테 전활 걸었었고 경찰에 신고해주셔서 뭐 어떻게 되었다.
그리고 고2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과정에서 부모님 두분이 서로 충분한 대화도 없이 진행하다 돈이 부족해 이도저도 못한 상황이 생겼었다.
엄만 늘 싸우면 그렇듯 외가로 가셔서 이번엔 구직도 하시고. 좀 오래 밖에 계셨다.
아빠와 사는 것은 좀 불편했다. 아빤 참 좋은사람이지만 술만 먹으면 개가되었었다는 내력이 난 아직도 트라우만 듯 하다. 아빠가 좋지만 싫어. 징그럽다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날 위해 늘 희생해주는 사람이고말이다.
여튼 그렇게 고생고생 하다가 아마 나 때문인진 몰라도 다시 들어오시고 살고있다.
굵은 가지만 쓴 것이지 자잘한 싸움도 많았다.
내 유년기는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내 자신에게 위로가 받고 싶었다.
여전히 어색한 아빠와
예민하고 다혈질인 엄마
두분 모두 오롯이 날 위해 희생해주시며 내가 우선순위인 고맙고 거룩한 분들이지만, 내 유년기를 조금만 묽게 보내게 해주시지 하는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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