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8년 전
제 처음 연애는 대학생 때 동아리 선배와 했어요
그 사람이 동아리에서는 선배인데 제가 나이는 더 많았어요
그 사람은 저보다 어린데도 선배들께 예의바르고
해야 할 일에 열심히고 책임감도 있었어요
그 사람은 저를 좋아하고 있었고 저도 그 사람이 좋아졌고
연애를 했어요
만난 지 1년 즈음이 됐을 때 그 사람은 군대에 갔고
저는 당연히 그 사람과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건강히 돌아오기만 바랐어요
근데 그 사람은 제대를 한 후에 태도가 많이 변했어요
때때로 다른 여자가 엄청 예쁘다며 한껏 상기된 얼굴로 신나게 얘기를 했어요
평소 제게는 예쁘지 않다고 자기는 얼굴 안 본다고 말하던 사람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제가 그 사람을 정말 많이 좋아해서 기다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사람에게 저는 혼자서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혼자 좋아하다가 지친 게 제 탓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는 한 번 좋아했던 마음이 변한다는 걸 인정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어요
그 사람이 제대하고 나서 고민이 많아졌고 가장 편한 제게 그런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믿으려고 해도
제 자신에게 괜찮다고 힘들어하지 말라고 말을 해줘도
길을 걷다가도 눈물이 나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다가도 눈물이 나고
밥을 먹다가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에도 공부를 하려고 앉았을 때에도 눈물이 났어요
그 사람에게는 말을 해도 위로를 받지 못할 걸 알았으니까
오히려 그사람은 자기가 뭘 잘못한 거냐고 화를 낼 걸 알았으니까
혼자 참다가 참다가 결국에는 제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정말 어이가 없게도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저를 잡더라고요
사실 그 사람은 외모도 학벌도 집안도 모든 면이 저보다 부족했고
그로 인한 자격지심이 심했거든요
그래서 제게 일부러 못났다고 말을 한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았고요
그런데 그 때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한다면서 우리 관계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이 우리를 위한다는 행동이 너무 비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걸 알지만
저를 깎아내려서 곁에 두려고 하는 좁은 마음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제게는 처음이었고 저는 그 사람만 저를 좋아해주면 결코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는데
제 마음이 정리가 됐어요
그런 제게 너무 실망했고 제가 앞으로 누구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제 마음이 가짜일 것 같고
어차피 변해버릴 의미없는 감정일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건 제 생각보다 너무 쉽게 끝이 났고
제 다짐과 약속을 제가 스스로 깨뜨렸어요
주위를 보면 다들 행복하게 연애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제 사람을 좋아한다는 감정이 반갑지가 않아요
겨우 이 정도의 감정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제가
한심하고 이렇게 부족한 제가 또 다른 사랑을 바란다면 너무 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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