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더 이상 외딴 섬 마냥 덩그러니 두세시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마인드카페 네이버블로그 링크마인드카페 페이스북 링크마인드카페 유튜브 링크마인드카페 인스타그램 링크마인드카페 앱스토어마인드카페 플레이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앱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플레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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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더 이상 외딴 섬 마냥 덩그러니 두세시간 앉아있다 쓸쓸히 돌아오는 강의도 듣기 싫어서 그냥 자취방에 미드 틀어놓고 멍때리고 있었어. 이러면 또 엄청 후회할거란거 알면서도 말야. 집이라도 올라가야겠다 싶어 짐을 챙기고 마지막 통학버스를 타러 갔어. 내일 아침에 우울증 약 받으러 오랜만에 정신과라도 찾을까 해서. 마침 폰에 충전되어있던 버스비를 다 써서 얼마전에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침대 밑에서 발견한 버스카드를 찍었는데 웬걸, 딱 40원 모자라서 못 타는거야. 만원정도 들어가있었는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올때 쓴 금액을 계산 안했던거지. 현금도 안 받고 이제 버스 출발할 시간이라 편의점에 충전하러 갈 시간도 없는데말야. 그래서 그냥 자포자기 하고... 옆에 벤치에 앉아서 아까 오면서 배고파서 산 초코퐁듀가 든 도넛이라도 먹고 돌아가려는데 이게 옆으로 기울어져서 뚜껑 틈새로 초코퐁듀가 다 새어있더라. 퐁듀가 뚝뚝 흘러 엉망이 된 책들이랑 가방을 닦으면서 내 인생이 언제는 안 이랬던가... 그냥 죽을까ㅋㅋ 이러면서 앉아있었거든. 그렇게 자책하고 있었는데 버스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말했어. 학생 어디가! 그 버스 타야하는데 40원이 부족해서 못타요! 그랬더니 쿨하게 아저씨가 들어오라고 하시더라. 거듭 감사하다고 말하며 허겁지겁 짐챙겨서 버스에 올라탔어. 담에 언제 오는지 묻더니 담에 탈 때 내래. 확인도 할 수 없을텐데말야. 학생 믿겠다면서. 그렇게 난 지금 버스타고 집으로 가고 있어. 내일 아침부터는 약먹으면서 좀 기운낼 수 있겠거니 하면서. 남이 보기엔 되게 별일 아니겠지만... 왠지 좀 힘이 나더라. 새삼 내가 사는 곳이 마냥 외지지만은 않았구나 싶었어. 근 며칠간 오늘 하늘마냥 우중충했던 마음에 햇볕이 드는거같았어. 아마 이래서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하는가봐.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겐 그런 작은 햇볕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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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vely
· 9년 전
작은 마음 베푸신 버스기사님도 물론 좋으신분이지만 그 호의를 감사하게받아들이고 이렇게 예쁘게 생각하시는분이 있다니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