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여성입니다.^^
엊그제 20살이 된 것 같은데 벌써 2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네요. 괴로움 속에 파묻혀 산지도 5년이 한참 지났는데 고통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1~2년전만 해도 지나간 세월들이 아깝기만 하더니 이제는 흘러가는 시간도 제겐 아무런 의미가 없네요.
글을 여러번 쓰다 지우다 뭐부터 적어야할지 모르겠어서 고민을 하다가 여기 많은 분들의 글을 읽고 조금의 용기가 나 최근의 일들로 저의 얘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푸념이더라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거도 과거지만 최근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년 전 중국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온 해...
오래 혼자 계신 어머니 곁에 남자 분이 계셨고, 저는 곧 새아버지가 생겼습니다.
나이를 하나씩 먹으니 어머니 입장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고 외로운 어머니 옆에 새아버지가 있다는게 너무나 감사했고, 오랫동안 화목한 가족을 꿈꿔왔던 저는 제가 부모가 되어 꾸릴 가정에서 이룰 꿈을 일찍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새로 걸린 부모님 액자를 보며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머니께서 새아버지께 매일같이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새아버지께서는 우리 동네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착하시고 어진 분으로 유명하시고 저에게 또한 정말 잘해주신 분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믿기가 힘들 정도로요.
그러다 한 날 어머니께 온 문자...
어머니의 얼굴... 눈은 빨간 핏줄이 다 터져서 흰자가 빨갛고, 광대뼈에는 멍자국, 귀뒤로 피가 난 채로 찍힌 사진과 거실에 있는 탁자며 유리며 다 깨지고 난리난 사진을 보니까 덜컹 내려 앉는 것 같았습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저는 당장 어머니 옆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에서 지낸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상황은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두분은 매일을 계속해서 싸우셨습니다.
처음엔 말다툼으로 시작되었다가 서로 심한 욕설을 주고 받습니다.
제가 있으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처음엔 제 눈치를 보며 서로 참더니 며칠을 버티지 못하시더군요.
그러고 함께 산지 한달이 지났을까요?
새아버지의 폭행을 눈 앞에서 보고야 말았습니다.
엄마를 보호한다고 엄마를 감쌌는데 저까지 때리실 작정으로 힘을 쓰셨습니다.
제 머리도 다 뜯기고 울고 불고 했는데 폭력이 더 심해져 이러다 정말 엄마랑 저랑 다 죽겠구나 싶어서
잠옷바람으로 그렇게 엄마랑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 다음날 새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지내는 모습에 저는 더 힘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또 반복 반복 또 반복되는 싸움을 보니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졌습니다.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휴.. 오늘은 엄마랑 저랑 싸웠어요.
제가 요근래 급격하게 살이 찌고 피부가 다 망가졌는데
살이 이렇게 찐게 처음이라 그런지 어머니께서도 많이 놀라셨나봐요.
살도 찌고 사람들도 만나기 싫어서 머리 아프다하고 할머니댁도 안갔었는데..
술이 좀 취하신 채로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네요.
오늘 니가 안간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고. 같이 갔으면 진짜 쪽팔릴 뻔 했다고.
뭐.. 저보고 괴물이라면서 자기 딸 아니라고 하시네요..
저는 어머니께서 어렸을적부터 니인생 니꺼라고 니가 알아서 잘 살라고 했던 말이 마음이 제일 아팠었는데 오늘 하신 말씀이 더 상처가 되네요. ㅎㅎ
글을 쓰면 쓸수록 제 머리는 점 점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사는게 다 그런거겠죠? 사람마다 사연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들 잘 이겨내고 있는거일텐데, 나약한 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인생 끝난것 처럼 살고있는거겠죠...
나만 강하게 마음 먹으면, 오히려 이런 일들 속에서도 더 강하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텐데 제 마음이 너무 약해서 핑계되며 삶을 살아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나쁜 마음이라는게 이게 중독인가봐요.
마음을 고쳐야지 하면서 계속 나쁜마음만 떠오르고
계속 머릿속에 칼든 새아버지, 어떨땐 칼든 제 자신이 나타나요.
살아있어도 죽은거나 마찬가지인 제 삶을 어쩌면 좋을까요?
정말 변하고싶은데 변할 수가 없어요. 왜이럴까요?
몇달전 친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도대체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은 어떻게 감당해나가야 하나요?
신은 감당할 수 있는 것들만 주신다는데, 이 일들을 제가 어떻게 다 감당해나가면 될까요?
사는게 아무 의미도 없는 저는 어떻게 살아가는게... 좋을까요?
좋지도 않은 글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