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고3 여고생입니다.
제 얘기를 먼저 들려드릴게요.
엄마는 중국인이세요. 친아버지와 중국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약속한 후 한국으로 와서 저를 낳으셨어요.
엄마는 정말 순진하게 아빠만 믿고 어린 나이에 홀로 낯선 땅에 와서 정말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셨어요.
아빠가 사람은 착해보여서 가난해도 둘이 함께 성실하게 벌면 잘 살 수 있겠다고 믿었대요.
근데 아빠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일도 하지 않고 형 집에 얹혀서 살았어요. 엄마는 시댁에서 눈칫밥먹으며 저를 낳고 키우셨고 제가 걸을 수 있을 때? 저를 업고 일을 나가셨어요.
타국에서 와서 한국어가 서툰 엄마는 힘든 일밖에 할 수 없었어요. 식당일만 죽어라 했대요. 그 때는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더 안좋고 더 생소했을 시기라 욕도 엄청 먹으셨지만 가정을 위해 참았대요.
근데 그렇게 모은 돈을 아빠가 도박으로 다 날리셨어요.
도박중독에 걸려서 제발 가지말라고 가면 너랑 나는 끝이라고 붙잡는 엄마도 뿌리치고 경마장에서 힘들 게 번 그 돈을 다..
결국 엄마는 제가 3살도 되기 전에 이혼을 하시고 7살이 될 때까지 혼자 저를 키우셨어요. 여자 혼자 낯선 땅에서 아이 키우는 게 정말 많이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지친 엄마는 딸에게 아빠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7살 때 첫 새아빠를 만났죠.
아빠에 대한 기억이 형성되기도 전에 아빠랑 헤어져서 아빠라는 존재 자체가 미지의 영역이었는데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까 '아빠'가 생겨서 좋았어요.
그렇게 2년 정도는 나름 잘지냈던 것 같아요.
컴퓨터도 사주시고 화이트데이도 챙겨주시고 맛있는 거 사주시고 좋은 곳 데려다주고. 제겐 진짜 아빠였죠.
가끔 술취하면 때리시긴 했지만 진짜 가끔이라서 괜찮았어요. 술을 가끔 드셨거든요. 하지만 그 때 눈치 챘어야 했어요..
살림을 본격적으로 합치고 나서 새아빠는 거의 알코올 중독증세를 보이며 일끝나고 나서 밤마다 소주를 한 병 넘게 드셨어요.
엄마는 일끝나면 밤 11시가 넘어서 들어오셔서 매일 밤 제가 술상대를 해드려야했어요. 술상대를 하다가 심기가 불편할 때마다, 자기가 시키는 대로 안할때, 말을 안들을 때 등등 술주정으로 많이 맞았어요. 강압적으로 상식선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을 막 시켰고 거부하면 때리니까 저는 무서워서 말을 잘들었어요.
그래도 술안마시면 그렇게 다정하고 가정적인 아빠가 없었고, 처음으로 얻은 아빠를 잃고 싶지 않아서. 엄마의 웃음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살았어요.
그러다가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어요.
할아버지가 오시고 같이 술을 드시는데 개버릇 남 못준다고 그 날도 술주정을 거나하게 부렸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방에 들어가시고 엄마는 설거지를 하시는데 조용히 저를 부르더니 자기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걸 문 앞에서 보고 있으라고 시키더군요. 성에 대해 하나도 몰랐지만 이상함을 느껴서 처음으로 반항하자마자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방에서 뛰쳐나오셨는데 주변에서 말리고 저도 거부하자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저를 들어올려서 말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렸어요. 몸이 허공으로 붕 뜨더니 급격히 하락하더라고요. 이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조금만 강압적으로 대하거나 싫은 걸 억지로 강요하고 말이 안통하는 상황이 오면 페이백- 공황발작이 오면서 탈진 직전까지 우는 증상이 나타나요.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못했지만 저 새끼 보여주고 말로 하고 만지게 하고 그런 걸로 성추행도 했어요.
작년까지 남자기피증이 너무 심해서 남자애 옆에 가지도 못했어요.
여태 연애도 한 번 안해봤고 첫사랑도 없어요.
저 새끼 헤어지고 나서 한동안 밤에 엄청 찾아와서 문두들이고 욕하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서 친척집으로 피신해있었어요.
덕분에 지금도 큰소리 문소리 고함소리 각종 자극적인 소리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어요. 공황발작이 너무 심했어요.
그 사건 이후로 새아빠랑 헤어지고 1년 정도 또 엄마랑 단둘이 살다가 동생아빠를 만났어요.
동생아빠도 처음엔 잘해줬어요. 요리도 해주고 놀이공원도 가고.
그런데 얘도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본색을 들어내더군요.
완전 의처증에 가부장적인 꼰대였어요.
그 사람이랑 엄마 사이에서 동생이 태어났어요. 저랑 10살 차이가 나는 동생은 남자였어요. 그 날 이후로 저를 벌레 취급하면서 엄청 차별했어요. 부부싸움의 원인 중 90% 이상이 저였어요. 제 사소한 행동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욕하고 그 때부터 싸움이 시작됐어요. 저는 늘 이불 뒤집어 쓰고 숨죽이고 버텼어요. 숨쉬는 것도 혐오스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았어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싸웠어요. 엄마는 애딸린 죄인이라서 참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동생아빠가 너무너무 미웠어요. 그리고 또 말로 아동학대를 했어요. ***하고 인격 모욕하고. 저한테 그러는 건 상관없는데 꼭! 술만 마시면 엄마욕을 그렇게ㅣ하시면서 창년 취급하고 소리지르고 부부싸움..이번엔 그 쪽 친자식이 찾아와서 죽여버릴거라고 협박하고 우리 모녀한테 아빠 뺐어간 천하의 쳐죽일 년들이라고 욕하며 아빠를 되찾아가겠다고 아빠랑 같이 살겠다고 왔어요. 엄마는 친자식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눈 떠보니 이미 짐싸들고 들어왔더라고요. 그 일로도 엄청 싸우고 친자식이랑 차별 당하고 그러니까 제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 같았어요.
뭐하나 잘난 거 없는 상황에서도 엄마한테 뭐라하고 저를 종부리듯이 시키는 모습이 너무 아니꼬와서 한 번 대들었다가 진짜 이것저것 다 깨지고 울고 난리났어요. 그 때 더는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것 같아서 처음으로 자살시도를 했는데, 칼이 없어서 가위로 손목을 미친듯이 그으면서 엉엉우는데 방문이 고장나서 자주 열리는데 안고쳐줘서 그 때 마침 열렸어요. 근데 동생아빠랑 눈이 딱 마주친 거에요. 그 새끼 제가 손목 긋는 거 보더니 진짜 바퀴벌레만도 못한 거 쳐다보는 것처럼 혐오스럽다는 듯이 문을 쾅 닫아버리더라고요.
그 때부터 우울증 증상을 심하게 앓고 자해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숨쉬는 것처럼 했는데 작년까지 그대로 방치했어요.
우울증 걸려서 소심하고 감정이 아예 죽어버리니까 초6 애들이 은따시켜서 친구도 없었어요. 중2 때는 친구들한테 배신도 엄청 당해서 사이버 학교폭력도 당해보고. 집안일은 맨날 산더미..육아도 다 제가 하고..미쳐버리지 않은 게 용하네요.
아무튼 진짜 뭘 해도 의욕이 안났어요. 어차피 죽어버릴건데 열심히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옛 과거들이 저를 꽉 잡고 안놔주니까 미래를 생각할 수도 없었고, 엄마가 그런 감정 보이는 걸 싫어해서 인정도 안하니까 심각해지기만 했어요.
흐음 총 3~4번 정도 자살시도했는데 거의 다 동생아빠랑 싸웠을 때네요.
저 진짜 고3되기 전에 죽어버리려고 했는데 작년에 심리학 공부하고나서 예전에 몰랐던 것들을 알고 납득하고 삶의 목표가 생기고 살아보고 싶어져서 치료 시작했어요.
치료 하기 위해서 그 집 나오고 15년 만에 친아빠랑 살기로 했어요.
근데..역시 고3은 만만ㅊㄱ 않아요.
솔직히 치료받겠다고 결심한 것도 정신 멀쩡한 사람도 고3 입시 스트레스로 급 우울증오고 자살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가뜩이나 불안정하고 예전부터 죽는 게 삶의 목표였던 제가 절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였어요.
그리고 그 판단은 맞았어요. 약을 늘리고 수면제까지 먹는데 불면증에 시달려요. 간신히 좋아진 거 자꾸 좋은 대학 강요하면서 자존감 깎아먹는 아빠때문에 점점 더 악화되고 있어요.
원서 접수 기간인데 나쁜 생각밖에 안들어요.
이 것만 끝나면 다 끝이야 열심히 하자는 생각도 들지만 주변 사람들 참견에 다 사라져버려요.
원래 진짜 고3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저는 제가 입시를 준비한다는 게 정말 와닿지도 않고 얼떨떨하고 스트레스 받네요. 심지어 여름방학 때 발목수술해서 23일 동안 입원했는데 커튼이 없어서 대인공포증도 도졌어요.
발목을 수술한 거라서 아예 걷지를 못하니까 하루종일 침대에만 누워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생각밖에 없더라고요.
병문안 오는 사람도 몇 없이 낯선 사람들이랑만 계속 있으니까 스트레스 엄청 받고..치료 시작하기 전에는 지하철도 못탔었거든요.
괜찮아졌다가 어으..
ㄷ심리적으로 온갖 안좋은 게 다 겹쳐버려서 죽음밖에 생각안나네요. 도무지 의욕적으로 좋은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되지 않아요. 중증 우울증이 다시 도졌어요.
범불안장애 대인기피증 트라우마 공황장애 강박증 우울증 다 정상범위보다 훨씬 높게 나왔는데..이명도 심했어요.
ㄷ근데 환청까지는 안들렸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자꾸 머릿속에서 죽어서 이 상황을 끝내버리라는 말밖에 떠오르지않아요.
누군가 뇌에 대고 소근거리는 것 같아요.
가만히 있어도 힘들 시기에 주변 잔소리, 참견에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계획대로 고3되기 전에 죽어버릴 걸 뭐하러 살아있어서
저딴 헛소리들 들어야 하나 싶어요.
진짜 치료받기 전에 심각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도움을 청할 곳도 없어요.
치료는 받지만 제 이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봐 겁나요. 말조차 꺼내는 걸 기피하는 분위기잖아요.
그래서 한 달동안 끙끙 앓았는데
머리 속으로 죽을 계획을 다 세워놓고 커터칼만 생각하는 제 자신이 보여서 글 남겨봐요.
너무너무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많이 생략했는데도 엄청 많네요..
지금 머릿속도 정리가 안돼서 문장도 엉망진창이고 맞춤법도 엉망진창이고...조금 창피하네요.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안올리면 숨막혀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