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혼자에요. 19살이 다 됐는데. 그 시작은 14살이었지만 실은 학교에서 언제나 저는 혼자였던 거 같아요. 누구도 저를 괴롭히진 않았고 그냥 저는 원래부터 혼자 있길 좋아했고 다른 사람을 잘 인식하지 못했어요. 인식하고 난 뒤에는 사람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그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친구를 사귈 수 있는지 방법을 몰랐어요. 저는 14살 사는 게 뭔지도 모르던 나이에 매일 울면서 죽어버리고 싶다고 처음 생각했습니다. 사는 법도 몰랐고 죽는 법도 몰랐고 다른 학교가 있다는 것도 다른 지역이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저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심심하면 이야기를 짓거나 소설을 읽었거든요. 그래서 책을 읽고 잠을 자니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더군요. 그런데 저는 시선을 느꼈습니다. 운동장에 혼자 걸어가며 일부러 당당하려고 정면만 보던 것. 그 기억이 제게는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항상 저는 무기력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중학교 졸업앨범이 나오면서 그걸 버리려 했었는데 엄만 추억이라고 다시 들고 돌아오시더군요. 슬펐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 됐을 땐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라리 시크하게, 쿨하게 보이려고 하는 행동들이 점점 과격해졌어요. 아 폭력성이 생기고 있구나. 지금도 집으로 돌아올 때 핸드폰을 집어 던져버리고 싶어요, 매번. 침대에 누우면 벽비를 긁고 싶고 책상은 그러다 가위로 긁어버렸는데 좀 죄송하네요. 나름 비싼 거랬는데. 그러다 보니까 물건들을 건드릴 수 없다 보니까 차라리 내 몸을 건들자 하고 몸을 때려보고 손톱으로 눌러보고 했는데 슬펐어요. 지금은 그런건 아프니까 싫고. 딱지를 긁어낸다고 해야하나. 그러고 있는데...
학교에 있는 시간이 세 보니 대충 10시간이었어요. 저는 야자 뺐거든요. 매일 도망치면서 가슴이 묵직하니 답답했는데 이제 그런건 정당하게 나오니 없어졌지만, 혼자 집 돌아가는 발이 무거워서 힘이 안나요. 폰에 눈 한번 안떼고 옵니다. 집에 와도 이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1년만 버티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고3 초반에 저는 자신감 있었습니다. 1년 버티면 새로운 곳에서 캐릭터를 바꿀 수 있다. 성공한 적이 있거든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니까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롭게 행동하자. 거기서 공부를 하고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집을 나올 계획이었어요. 대학은 안 갈 생각이었습니다. 생각이 있어서는 솔직히 아니었어요. 대학 가려는 지금도 생각은 없는 어린아이지요. 저는 다만 글을 쓰길 원했습니다. 어디서 뭘 하든 하루종일 돈이라도 벌든 집을 나가자. 학교를 벗어나자. 그런데 겨우 9월인데 더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학교 상담을 받았어요. 본의 아니게. 도움이 전혀 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좋은 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말을 해 주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그건 맞아요. 처음에 말을 했는데 그 다음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니까 그때부터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아 친구들이 학교에 있긴 하지만 그 친구들은 사실 멀어지고 있습니다. 다 제가 문제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어떤 친구에겐 바쁜 시기에 불행한 저를 가까이 하게 하고싶지 않았고. 어떤 친구에겐 그냥 믿음이 안 갔어요. 어떤 친구는 저를 불편해 하고. 어떤 친구는 어려워요. 저는 이제 밥을 먹으러 가는 것도 싫습니다. 수업은 안 듣고 열 시간. 쉬는 시간까지 부득부득 앉아있는게 미칠 것 같아요. 엄마는 학교에 있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라고 하시는데. 동감하는데. 편한게 행복은 아닌거같아요. 저는 왜 이런 딸이라 매일 힘들게 일하시고 오는 얼굴에 대고 오히려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연극같이 산 적이 있어요. 중1때. 그냥 오늘 한번은 쾌활해 보자. 먼저 인사도 건네보고. 장난도 힘들게 노력해서 쳐보고. 그러니까 어떤 아이가 너는 의외로 장난기 많은 성격이구나. 하더라고요. 허탈한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저는 할 게 많아요. 하지만 그건 다 사람들 득시글한 학교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에요. 예를 들어 글쓰기. 글은 정말 제 속마음 그 자체거든요. 그걸 들여다보는 아이들이 정말 거북해요.
자주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해요. 물론 진심은 아니에요. 하고 싶은 게 있고 절대 죽지 않을 거에요. 근데 정말로 버틸 수가 없어요. 집 돌아와선 새마음 새뜻으로 글을 쓰자. 힘들었으니까 한두시간 넉넉히 쉬고 할 일을 하자 했는데 슬슬 쉬는 시간이 늘더니 이젠 꼼짝도 못하겠네요. 아이들은 정말 착하고 착해요..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는 자심감이 줄어들어요. 진이 빠지고 괴로워요. 닥치는 대로 먹고. 집도 싫고 학교도 싫어요. 곧 어른이 될 놈이 이렇다니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요. 점점 생각이나 창의력이 줄어들고 멍해져요. 백치가 되가는 느낌.
지역 상담실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곳도 딱히 사실 도움될 것 같지 않아요. 제 생각대로라면 저는 뭘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슴이 답답합니다. 저와 닮은 사람을 찾고 싶어요. 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이제는 그냥 멀리 떠나고 싶어요. 그런데 학교 마치면 저는 별수없이 정해진 길 따라 집으로 돌아가서 핸드폰만 새벽까지 봐요.
아 그리고 대학같은 경우 저는 학교 공부에 지쳐 있었습니다. 저는 혼자 탐구하길 좋아해요. 언제나 저만의 방식이 최고란 생각이었지요. 저는 제 생각이 강해요. 그래서 남들 다 하는 건 하기 싫고 따라가기 싫고. 청개구리같이. 좋아하는 분야는 좋아했습니다. 국어. 나름 시나 소설을 할 때는 그래도 그 작품 덕분에 괜찮았어요. 그런데 대학 가서 또 같은 전철을 밟게 되면 저는 못버티고 말 겁니다. 엄만 또 하기도 전에 힘빠지는 소리 한다며 나무라셨어요 방금도. 그런데 사실이에요. 저는 지쳐 있었고 단지 자격증을 얻고 싶어 가는 대학입니다. 그전까진 충분히 쉴 계획이었다가 휴학도 그나마 1학기는 마치고 할 수 있다는 소릴 들었는데...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