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 어머니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어머니도 남아선호사상때문에 항상 집에서 뒷전이었어요. 그로 인해 중졸만 하고 바로 상경해서 일하며 동생들 지원해주게 되었죠.
더군다나 태어난 아들인 제가 장남이라 아기때 울기만 하면 엄청 시댁에서 들들 볶이고 장난 아니었어요. 특히나 며느리들 잘 아끼던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선 더 심각했죠 할머니와 고모들의 텃세가...
아버지는 늘 고모들 편만 들었구요
그것때문에 싸움도 잦았어요 명절 전후해서
그치만 애들한테 스트레스 푼 적이 거의 없었네요
그리고 항상 우리 남매에게 공정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쳤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거의 명절 싸움마다 어머니 편만 들었네요
명절마다 어머니 부엌에서 밥도 못먹고 일하실 때 저도 밥 안 먹고 부엌일 도와주다가 늦은 밥 먹곤 하고
시댁식구들이 장남이 왜 부엌에 있냐고 뭐라 했지만 전 그냥 싹 무시하곤 했었어요 오히려 동생이 눈치에도 뻔뻔하게 제 자리, 상석에서 밥을 먹었고(이건 제 아버지께서 딸바보인데다 제 동생이 진짜 싹싹한 성격에 붙임성이 좋아 큰아버지께도 이쁨받아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다들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잘 알고 할머니도 돌아가셔서 괜찮아졌지만, 이젠 아버지도 정신차리고 어머니 우선으로 살고 계시지만 전 아직도 그 옛날 모습이 얼핏얼핏 떠오르네요
그래서인지 친가에 정이 잘 안 가요
현재 우리 집은 투자가 우선적으로 동생에게 돌아가요
같은 예술 전공이지만 전 문예창작, 동생은 디자인이기에 당연히 돈이 더 많이 드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동생 친구들은 부모님들이 엄청 머뭇머뭇 하신대요 딸이라서...
그래도 제 동생은 단 한 번의 요구에 바로 유학을 갈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딸바보라서? 딸바보라도 인식이 남아선호면 유학은 망설이게 되요 다들... 하지만 우리집은 어머니께서 무조건 보낸다고 강하게 주장하셔서 가능했어요. 제 의사는 묻지도 않구요.
당연하죠, 이건 동생 인생인데 제 의사를 왜 물어봐요.
그 외에도 어머니께서 동생 우선으로 해준 게 많네요.
그래서 전 항상 어머니를 존경해요. 제가 비록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인생관과 가치관은 바르게 배웠으니까요
그리고 이번에 어머니께서 수능에 도전하세요
그동안 못 배운 한 다 풀고 싶어서 작년에 검정고시도 통과하셨어요
물론 제가 공부 가르쳐드리면서 많이 울게 만들었어요
특히 수학에 많이 약하셔서 쓴소리를 자꾸 하다보니 서러우셨나봐요
제가 크게 잘못하긴 했지만... 얼마나 공부에 한이 많으면 제가 그렇게 모질게 가르쳐드려도 악착같이 공부하셨을까요...
우리 엄마 나이 오십둘, 너무도 머나먼 길을 돌아서 왔지만
이제 다시 공부의 한을 풀 때가 다가오고 있어요
집안일 누가 하냐고 아버지가 툴툴거리긴 하지만...
집안일이야 뭐 아버지가 직접 하면 되니까요 ㅋㅋ
아쉬운 사람이 해야지! 하고 놀리긴 했지만 결국 아버지도 수긍하시더라구요 20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그 한을 모를까요 과연 ㅎㅎ
우리 어머니를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