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내가 당신을 용서했느냐고요? 어려운 질문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바람]마인드카페 네이버블로그 링크마인드카페 페이스북 링크마인드카페 유튜브 링크마인드카페 인스타그램 링크마인드카페 앱스토어마인드카페 플레이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앱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플레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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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nabihayan
·10년 전
글쎄요. 내가 당신을 용서했느냐고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원망하지 않느냐고요, 다시 만났을 때에 동요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요. 바로 대답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그런 질문은 이제 제게 아무래도 상관없는 질문이 되었습니다. 수도없이 O를 썼다가 지우고 X를 썼다가 지우던 시간이 참 너무도 길었군요. 이제 저는 그 질문지 자체도 잊어버리겠습니다. 이미 한참전에 종료된 시험문제에 펜을 들어 정답을 쓸 필요가 꼭 있었던가요? 저는 당신을 떠올리는 것에 드디어 완전히 지쳐버렸습니다. 당신이 준 상처가 어떠했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내가 과연 언제쯤에야 이일을 용서할 수 있을는지 되새기며 상처를 손톱으로 긁으며 덧나게할만한 손끝만큼의 힘도 고집도 이제 남아있지 않아서, 저는 그냥 몸의 모든 힘을 다 빼려고 합니다. 굳어버린 목도 위축된 어깨도 다 홀가분히 내려놓으려 합니다. 그날 이후 이렇게 평안했던 밤은 없었더군요. 사실은 난 아직 당신을 떠올리는 것이 불편합니다. 그럴수 밖에 없음을 이제는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억지로 씩씩한 척 할 필요가 없음을 알아버렸습니다. 억지로 용서할 필요도 없었구요. 원망하고 잊지 않으려고 힘을 기울이는 것에도, 억지로 그것과 싸워 이기려고 하며 용서하라는 말을 그대로 따르기 위해 애쓰는 심정도 다 거치고 나니 그런 에너지의 방향은 전부 그날을 기억하는 데에 있더군요. 저는 이미 그때의 원망을 불어오는 바람에 맡겨버렸습니다. 원망은 일단은 바람에 실려가는 동안 여전히 남아있음을 압니다. 큼지막한 앙금 덩어리였던 원망이 알갱이가 될 때까지 성을내며 ***고 울면서 ***고 발버둥치며 ***고 또 ***다가 작은 알갱이가 될 때쯤 흘려버렸습니다. 내 곁엔 없고 조금 멀리서 날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는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없다고는,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자신있게 말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조차 바람이 다뤄 주겠지요. 제손을 떠났습니다. 당신에게 내가 겪었던 상처만큼의 아픔이 있기를 바라던 마음도 일단 그냥 부는 바람에 내버리고 놓아 두기로 했습니다. 한바퀴 세상을 돌 때쯤엔 이미 그것은 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져 남아있든지 없든지 크게 상관없는 크기가 되겠지요. 어쩌면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혹은 아직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할까요? 이미 내 눈에는 더이상 그게 크게 보이지 않는 걸요. 당신은 더이상 저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혼자서 기억하는 밤들은 너무 너무 싫었습니다. 당신도 기억지 못하는데 왜 내가 기억해야만 합니까? 전 그일을 잊어버려도 됩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데 제 소중한 시간을 더이상은 쓰고 싶지가 않습니다. 손잡이조차 칼날뿐이 없는 양날의 검을 잡고 대상 없는 허공에 휘두르던 *** 짓이 필요할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짓이 사람을 살아있게 해주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이제 내 손은 온통 피투성이이고 저에게는 검을 놓고 손을 치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리석게도 검이 신경을 건드릴 때쯤에야 깨닫고 말았지만요. 그래도 거기에서 안심했습니다. 더 계속했다가는 제 손이 잘렸을 겁니다. 그대로 스스로의 칼날에 베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불구자가 되었겠지요. 사실 당신의 가해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죠? 다름아닌 제 손으로 말입니다. 양날의 검을 든 제 손으로요. 당신을 떠올려도 어떤 통각을 느끼지 않게 될 날을 위해 기도했던 시간이 얼마였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분은 내가 그 기도를 멈춘 순간에 그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그 기도의 내용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일천번과 일만번을 되새김질하며 토했던 감정을 다시 삼키던 순간까지 내 위는 얼마나 고통을 견뎌야 했을까요. 난 그일로 인해 더 단단해졌지만 당신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오롯이 나 자신의 몫입니다. 진주조개는 이물질을 이겨내며 진주를 만들지만 아무도 이물질의 필요악을 운운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오로지 진주조개 본연의 능력입니다. 봐요. 전 이정도의 능력이 있습니다. 그분도 그것을 인정해 주셨고 이제 저의 진주는 한알 늘어났습니다.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하지만 오로지 저와 그분만이 압니다. 당신에게 그걸 애써 증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발견한 진주를 허세 가득한 심정으로 남들에게 과시할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내 진주는 제품속에 꼭꼭 숨겨놨다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물로 드릴 겁니다. 참 다행이지요. 제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줄 것이 이물질이 아닌 진주라서. 만일 아직까지도 제가 줄수 있는 것이 이물질뿐이 없었다면 저는 저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을 겁니다. 전 당신이 오히려 진주를 만드는 힘을 영영 깨닫지 못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 작게 남은 복수심 조차도 사라져서 흔적도 없이 녹아 버릴 겁니다. 저에겐 뭐든지 소화시켜 그것을 보석으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위장이 있습니다. 당신의 표정과 이름조차 이제는 소화된 상태입니다. 그것이 또하나의 진주를 만드는 중입니다. 당신의 표정과 이름을 기억하는 대가로 잠시 잃어버리고 있었지만 결국엔 되찾고야 만 저의 진짜 표정과 제 진짜 이름에 저는 진주를 덮어 더 강하고 아름답게 덧씌웁니다. 그 자체로는 흔한 존재이지만 저의 속에서 나오는 것들은 절대로 가벼운 가치를 지닌 것이 아닐 겁니다. 저는 진주 조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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