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좋아하던 만화가 있었다. 아버지는 옆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왕따|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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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어렸을 때 좋아하던 만화가 있었다. 아버지는 옆에서 주무시고 나는 만화를 보고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만화 오프닝을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추다가 아버지의 밟을 밟아버렸다. 죄송하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아버지가 뺨을 때렸다. 드라마틱하게 나는 쓰러졌다. 그 뒤에 바로 울었는데, 때 마침 엄마가 나왔다. 엄마는 아빠한테 상황설명을 듣고서도 아빠를 강하게 꾸짖지 않았다. 아빠는 짜증난다면서 날더러 방으로 꺼지라 말했다. 최근에 엄마한테 이때 얘기를 웃으면서 하자 엄마는 "안됐다."라고 꽤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때 일은 수치심이라는 아주 무섭고 끔찍한 감정으로 내게 남아있었다. 난 그 뒤로 그 만화를 잘 보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같이 춤추다가 얻어맞은 게. 아빠가 날 그렇게 봤던 순간이, 또 아빠한테 바보 취급 당했다는 게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 일은 드문드문 잊혀지는듯 하면서도 내 안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후 몇 년이 지나도 난 그 만화가 이상하게 불편했다. 보면 볼 수록 수치스러웠다. 야, 꺼져. 쟤네가 불이야? 꺼지게? 꺼지라는 말은 아빠한테 지긋지긋하게 들었던 말이다. 난 저걸 들을 때 마다 굉장히 주눅들게 되었다. 그 때 마다 엄마가 좀 더 강하게 부정해줬음 했다. 하지만 엄마의 저지는 저게 마지막이었다. 익살스럽게 괜히 웃으며 슬쩍 저 얘기들을 꺼내며 그 때 아빠가 심했는데 왜 말리지 않았냐고 여쭤보면 엄마는 "그 때는 아빠가 옳은 줄 알았어."라고 말하신다. 꺼져, 이외에도 어린아이도 한 번에 이해할만한 폭언을 일삼던 아빠와 말리지 않았던 엄마. 둘 중에 누가 더 나쁜가, 역시 둘 다 나쁘다. 나는 생각했다. 집은 이상할 정도로 엄했다. 중학교에 들어와서 겨우 염색을 허락 받았다. 염색약 상자에는 블루블랙이라는 글씨가 새겨져있었다. 말대꾸해도 안 돼, 아빠가 하는 말에 내 대답은 무조건 네였다. 무슨 말이라도 하면 맞을 것 같았고, 실제로 맞았다. 내일이면 스무살인데 난 친구네 집에서 자본 적이 없는 애였다. 밖에 나가서 예의범절을 잘 지키라고, 너희들 좋으라고 그러는 거라고. 엄마는 자부심에 차서 말했다. 밖에 나가서 너희들 예의 없어서 혼난 적 있어? 없잖아! 엄마는 너무 눈이부셨다. 기분나쁜 반짝임이었다. 엄마는 옷을 사주는 것에도 은근히 제재를 가했다. 고등학교 때 긴치마를 사겠다는 것에 엄마가 반대해서 싸우다가 알게되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겠어! 아니, 이상하게 보여지는 건 나지 엄마가 아니잖아요! 네가 그러고 다니면 사람들이 누굴 욕하겠어! 집안 욕할 거 아냐! 엇차! 나는 그 때 무릎을 쳤다. 우리집이 엄한 이유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엄마는 욕을 먹는 게 싫은 거였다. 늘, 자식들에게 자신을 투영하여, 소위말해 학원뺑뺑이를 돌리는 헬리콥터 맘들을 증오하던 엄마는 다른 형태로 자신이 그 헬리콥터맘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과연, 사람은 자신 안에 있는 것을 증오하는 법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엄마가 줄곧 말하던 대사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엄마만한 사람 없지, 엄마가 너희들을 어떻게 길렀는데. 엄마만한 사람도 없다. 사실, 뭐 엄마만한 엄마들도 널렸고 더 좋은 분도 나쁜 분도 많았다. 아빠는 달라졌다. 신기하게도, 어느 시점을 넘어가니 더 이상 때리지 않았다. 난 중3때를 마지막으로 아빠한테 맞지 않았고, 고2 때 맞을 뻔한 적을 빼면 더 이상 손찌검을 당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육체적인 폭력은 폭력이라기엔 체벌에 가까웠다. 벌을 받는 기준이 너무 엄해서 자주 맞았을 뿐이지. 솔직히, 많이 맞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아빠는 똑똑하고 무섭도록 냉철한 인간이었으니까. 아빠의 문제점은 정신적인 폭력이었는데, 대화거부, 폭언, 무시하는 발언, 노려보기 등등 정서적 폭력에 해당하는 건 모두 야금야금 하셨다. 앞서말해 냉철하고 상식적인 분이셨기에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때 비속어는 섞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항상 엄마는, 아빠의 저런 폭언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 대사를 부정함으로써 난 내 안의 그늘에 대해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으니 특별히 강조하고싶다. ☞「【아빠는 너희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어렸을 때 부터 예쁘다 예쁘다 하면 사회에 나가서 견*** 못 해. 아빠는 너희를 강인하게 하려고 , 사회에 나가서도 버티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야.】」☜ *** *** 같았다. 그 따위 조기교육을 왜 새파랗게 어릴 때부터 하는 건데. 저생각을 하기까지 십년이 걸렸다. 그 전까지는 폭언하는 아빠를 미워하는 건 아버지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함부러 미워하지도 못했는데 이젠 저 말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안다. 최근에 아빠가 아프시고나서는(스트레스로 인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셨다.) 저런 짓을 완전히 안 하신다. 가끔씩 치는 장난어린 말은 넘어갈만하다. 그리고 엄마는 이제 아빠한테 막내에게만큼은 폭언을 그만둘 것을 강조했다. 솔직히 처음엔 감동했다. 우리가 상처받은 걸 아시는 구나. 다행이다. 나와 내 둘째 동생의 아픔이 공감받은 것 같아 기뻤다. 엄마는 말했다. 도저히 못 참겠어! 무서운 사람 말은 잘 듣는데 잘해주는 사람한테는 말대꾸하고 짜증내잖아! 블라, 블라, 블라. 아하, 또 알았다. 나도 엄마랑 굉장히 많이 싸우고 싸웠는데, 엄마는 자기가 무시받는 느낌이 싫었던 거였다. 우리가 힘들어해서 아빠한테 그만두라고 했던 게 아니라. 그냥 무시 당하는 느낌이 싫은 거였다. 올해 일곱살인 막내는 아빠의 이미지가 단란한 가족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짱구아버지와 똑같다고 말한다. 나는 쓰게 웃었다. 짱구 아빠야말로 내가 평생을 바라고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던 아버지였다. 아빠는 몰라도 엄마는 엄마가 자식을 잘 키웠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생일선물을 사다드렸을 때도, 내가 다 잘 길러서 이렇게 돌아오는거지..를 표현하셨던 분이다. 우리집은 너무 애매한 집이다. 화목하나 절대 다정하지 못하고 특별한 불화는 없지만 서로의 속이 썩어간다. 나는 우리집을 생각하며 행복이라는 것은 온 집안이 적당히 뜨끈하게 적셔진 상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내 모든 문제점은 부모님에게서 시작되었다. 그분들을 탓해버리면 정말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아 필사적으로 다른 곳에서 문제점을 찾았지만 아니었다. 왕따를 당한 것도 원인이긴 하지만 왕따를 당할 때 너한테도 문제있는 거 아니냐며 괴로워 우는 내게 짜증을 내던 엄마도 만만찮게 큰 충격으로 남아있으니까. 그래도 부모의 본분에 충실하게 부족함 없이 길러준 부모님이다. 한 때는 집이 가난해 맞벌이도 하시면서도 우리의 밥은 절대 굶기지 않았고 책도 많이 사주셨다. 특히 아버지는 상당히 불우하게 자라기도 했다, 그 행동이 이해갈정도로. 하지만 내가 지금 이 지긋지긋한 열등감과 기타등등의 병적인 성격을 고치기위해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일생을 둘러봐야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두분의 일생을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그분들의 행동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내가 감내해야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우리 가족은 어째 죄다 피해자들 뿐이었다. 나는 사람이 두려워서 만화라는 가상으로 도망치고 싶어하는 찌질이다. 늘 누군가 나를 구해주기를 바랬다. 아냐, 넌 꺼질만한 아이가 아니야. 괜찮아. 우는 건 꼴사나운 짓이 아니야. 울어도 돼.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거야. 기타 등등. 정말 누군가 나를 구해줬으면 했다. 아빠의 말을 모두 부정해줬으면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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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al
· 8년 전
저희집과 비슷해서 정말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그런 일을 겪었으면서도 글쓴이분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졌네요 엄하게 다스려서 너희가 밖에서 욕먹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그걸 들먹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휘두르는 그 모습을 어릴땐 당연한 것이라 여겼죠 인간 본성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할 어떤 껀덕지를 만드려 하는데 딱 그 모습이 우리 부모님이었습니다 그걸 제가 성장하면서 깨달았기에 자신이 피해자임을 알게됐으면서도 어떻게 조치를 할 방법도 없었죠 그저 어쩔 수 없이 내가 받아야하는 것들이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마음 속에 응어리들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위로해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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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e
· 8년 전
저도 비슷하게 자랐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자책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줄 안다.' 이것에 대해 전문의는 그런상황에 처한 사람으로써 쉽지 않은 일이고 그런 사람이 흔치 않다 하더군요. 그것은 희망의 씨앗이었습니다. 저의 아프고 뜯긴 상처를 아물게하려면 더 오랜시간이 걸리겠지만 예전에 비해 저희 가족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폭력, 언어폭력, 방관 등... 형태가 완벽히 같지 않아도 저 또한 저런것들을 심하게 겪으며 무참히 짓밟혔었습니다. "그렇지만 전보다 좋아졌어요. 그러니 글쓴이님도 저를 보고 조금이라도 힘을내세요." 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내 잘못이 아닌것을 아는것 그것부터 시작인걸요... 지금보다 나아질일만 남은거에요. 응원할게요. 다 좋아질거에요. 글쓴이님은 충분히 사랑받고 존중받아 마땅한 소중한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