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른한 살 직장인입니다. 첫째딸이고, 남동생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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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김토끼r
·9년 전
저는 서른한 살 직장인입니다. 첫째딸이고, 남동생이 있습니다. 저는 금지옥엽 귀한딸로 자라왔습니다. 엄마는 당신께서 어머니께 사랑 못 받고 자란 한이 있어 워낙 딸에 대한 환상이 있으셨습니다. 딸을 낳으면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줘야지 그런 거요. 아빠는 워낙 딸이라면 껌뻑 넘어가셨습니다. 집안의 모든 관심은 제가 독차지했고, 남동생은 상대적으로 사랑을 덜 받았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엄마는 남동생에게 죄책감 같은 걸 가지게 되신 것 같습니다. 제가 동생과 싸우거나 욕심을 부리면 절 유독 강하게 비난하셨습니다. 나쁜 년. 이기적인 것. 마귀같은 것. 같은 말씀도 몇 번 들었습니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남동생에게 맞았습니다. 쌓였던 분노가 터진 것 같습니다. 그전에도 전 동생이 친구들 앞에서 누나 욕을 하거나 친구들 부추겨서 제게 공을 맞추고 낄낄대거나 제 사진의 얼굴을 까맣게 칠해놓는다던가 하는 공격적인 행동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부모님이 집 비우신 어느 날, 컴퓨터 때문에 싸움이 났던 것 같습니다. 개 맞듯이 맞았습니다. 맞고 차이고 머리채 잡혀 끌려다니고, ***년 뭔년 소리 들어가면서 당했습니다. 그땐 자존심도 좀 상해서 부모님께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그게 습관이 되어 제가 서른이 된 지금까지도 가끔씩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폭력의 수준도 점점 높아져서 이제 아빠가 힘으로 막아도 안 되고, 얼마전에는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백수 동생의 장래가 걱정되어 사건 처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서른인 남동생은 아직 대학도 졸업 못했고 집안에서 종종 큰소리를 내며 독재자처럼 군림하려 듭니다. 엄마는 맞은 너도 잘한 거 하나 없다면서, 동생이 화날 만한 짓을 만들지 말라고 그렇게 거듭 말씀하십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전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전 일찍부터 독립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허락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스물넷에 첫 연애를 했을 때, 부모님은 남자친구의 직업이 변변찮은 걸 알고는 매우 심한 반대를 하셨습니다. 차로 뒤에서 미행을 하고, 핸드폰을 뺏고 집에서 못 나가게 하고, 결혼이라도 할 거냐고 매일 몰아세우고, 밤에 몰래 만나고 오면 다 늦은 시간에 남자를 만난다고 ***년이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만나지 말랬는데 부득부득 만나니까 미쳤다고 절 억지로 정신과에 상담을 맡겼습니다. 부모님 강요에 못 이겨 받은 심리검사에서, 전 조울증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신과 선생님이 가족상담을 권하셨지만, 부모님은 너 혼자 미쳤는데 왜 우리가 병원에 다니냐고 거부하셨고 정신과엔 끝까지 저 혼자 다녔습니다. 결국 심한 반대에 남자친구는 잃었고, 전 정신병을 얻었습니다. 그 뒤로 치열한 싸움 끝에 방을 얻어서 따로 살기 시작했지만 엄마 아빠가 매일같이 반찬을 싸들고 방에 와 눌러앉아 있는 바람에 독립의 의미도 없어졌고, 저는 위장병만 잔뜩 도져서 고생만 하다 결국 꺾여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몇 년이 지난 이제는 제가 조울증이란 사실을 인정합니다. 전 감정조절이 (특히 분노조절이) 잘 안 되거든요. 감정 기복도 심하고요. 다른 사람을 대할 땐 덜한데 엄마 아빠와 조금만 말을 섞으면 제 감정이 폭발합니다. 제가 툭하면 아프니까 절 잘 모르는 한의사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너같이 좋은 부모 밑에서 사랑 듬뿍 받고 자라고, 좋은직장 있고 안정적인 사람이 뭐가 힘드냐고 배부른 투정으로 보인단 말을 종종 하십니다. 공감받기 힘든 고민이란 걸 알아서 (그리고 부끄러워서) 누구에게 고민도 잘 터놓지 않고 제 안에만 계속 담아두고 살았습니다. 자살기도를 수 차례 했었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갔던 때 엄마가 펑펑 울면서 널 너무 사랑해서 널 힘들게 했구나 하셨고, 그 뒤로 자살의 생각은 접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 생각은 전혀 바뀌지 않고, 갈등을 겪는 것도 하나 변하지가 않네요. 요즘도 사소한 걸로 싸우는데, 그 때마다 제 감정 추스르기가 너무 힘듭니다. 엄마는 서른이 넘은 절 여전히 어린 여자아이처럼 예쁘게 입히고 다니려고 본인 취향의 옷을 살 걸 강요하는 등 절 스트레스받게 합니다. 맘에 안 드는 제 옷은 몰래 갖다버리고, 아니면 버리라고 잔소리를 하거나 그럽니다. 오늘 아침 옷 때문에 싸웠습니다. 근데 중요한 건 옷이나 그런 게 아니라, 제 안의 근본적인 분노는 살면서 한 번도 풀린 적이 없었고, 부모님은 절 위하신다 하면서 제 얘긴 한 번도 들으려 한 적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아무 소재로도 자꾸 제가 폭발해버린단 것입니다. 부모님을 칼로 난도질해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자꾸 듭니다. 생각 이상으로 제가 심각하다고 느껴서 오늘 여기 가입했습니다. 이대로 가단 제가 정말 부모님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널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하시는데 전 가족의 사랑이 너무 몸서리쳐지게 싫습니다. 전세자금도 모았고 올해 안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긴 한데, 나간다 해서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그렇고 모든 게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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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in
· 9년 전
지금 직장만 아니라면 어디 멀리 가는 편이 좋을텐데... 되도록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인연끊고 사세요. 말도 안되는 일들을 겪으며 살아오셨는데 그런 폭력에 노출되면서 정신병 없기는 쉽지 않아요. 전 스무살 이후로는 맞은 적 없지만 10년 되어가는 지금도 조울증 우울증 반복이에요 ㅎㅎ 저도 부모님이 그렇게 찾아왔음 미쳤을텐데 아주 먼 지방으로 떠나서 안 마주치니 살만 했어요. 어차피 어른들은 애한테 사과하는 법이 없거든요. 나아지지도 않고. 대화는 이미 불가능하고... 솔직히 전세로 옮기면 주소 알려주지 말고 폰도 우체국 공짜폰 만들어서 지금 번호 거기로 옮겨두시고, 부모님 연락은 그 핸드폰으로만.. 아주 가끔 드리고, 보통 그 핸드폰은 서랍에 넣어두시구요. 나머지는 새 번호 새폰 사용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혹시 직장 찾아오실까봐 그리 말씀드리긴 쉽지 않네요 ㅠㅠ 그치만 그럴 위험만 없다면 시도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아니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연락 적게... 부모님 오실 거 같으면 그냥 폰 끄고 밖에 있어요. 멀리해야돼요. 그럼 진짜 놀랄만큼 많이 나아질거에요. 부모님과 끊어진 것만으로도요. 전세자금 다 모운 것만해도 이미 대단한 준비를 해온거니까 한발자국만 더 나가면 돼요. 불안해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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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in
· 9년 전
아 제 조언이 너무 막장 같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ㅠㅠ 글쓴님이 가족들에게 당해오신 지난 시간들이 몇배는 가혹하고 막장 같은 상황인걸요.. 마음껏 도망쳐요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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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o
· 9년 전
부모님과 한시라도 빨리 분리 독립하시고 동생분과도 빨리 떨어져 지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부모님의 울타리에 가두시고 동생을 너무 편애하여 동생이 너무 버릇없게 자라게 되시것 같고 아직도 폭력을 행사한다고 하시니 안보시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집을 따로 나오셔야 일단 연속된 잘못된 고리를 끊을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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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r (글쓴이)
· 9년 전
@hermin 아니에요ㅠㅠ) 저에게 정말 소중한 조언인걸요.ㅜㅜ. 저 자신도 제가 ***패스처럼 느껴져서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비슷한 경험의 분이 계시네요. 공무원이라 지역 옮기기도 힘들고 직장은 이미 부모님이 다 알고계세요. 집주소를 안 알려드리면 더 집착하실 것 같기도 하구요. 핸드폰은 생각 안해봤는데 부모님용을 따로 만드는 것도 좋은방법같네요. 막상 나가면 매일 돌아오라는 하소연 카톡을 보내실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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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r (글쓴이)
· 9년 전
얘기를 하려하면 항상 난 널위해 내 인생을 다바쳤는데 어떻게 그러냐던가 난 너의 자유를 뺏은 적이 없다던가 계속 당신 말씀만 하셔서 결국 제가 폭발하거나 방구석에 들어가 우는 걸로 끝나곤 했었어요. 독립하려면 이성을 찾고 내 얘길 할수있는 내공이 필요하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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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aq
· 9년 전
독립하시고 어디사는지 부모님한테 알리지 마세요.. 좀 멀어질 필요가 있어요 계속 울타리안에 있다가 미치실듯 가족분들이 병의 근원입니다 가족때문에 내 삶을 망치실 생각 아니면 연을 끊든 멀어지든 하셔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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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r (글쓴이)
· 9년 전
@besto 역시 독립이 답이겠지요? 30년동안 실패경험만 쌓이고 길들여지다 보니 저도 두려움이 먼저 앞섭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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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aq
· 9년 전
첫댓글 조언대로 하시는게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