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먼저 마음을 줬고, 몸도 줬고.. 관계를 확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스트레스|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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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제가 먼저 마음을 줬고, 몸도 줬고.. 관계를 확실히 하고 같이 밤을 보냈어야 했는데 회식 후 술기운까지 더해지니 전 도저히 당신을 뿌리치지 못하겠더군요. 2014년 초겨울, 그렇게 함께 보낸 하룻밤, 그날 이후 거리를 두던 당신... 그리고 한 달 정도 뒤에 마주한 임신 테스터기 두 줄. 조심 또 조심했어야 할 임신 초기인데 멀어진 당신을 잊겠다며 꽁꽁 언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겨울산을 등반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미칠 듯한 입덧과 함께 시작된 하혈. 병원에서는 자궁외 임신이라 했고 임신도 당황스러웠는데 내가 살겠다고 아이를 유산 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니.. 당신도 없는 마당에 아이까지 보내야 한다니.. 사랑했을 뿐인데 돌아온 결과가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망연자실하게 울고 또 울었어요. 남탓을 할수도 없었어요. 제가 제일 어리석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지만 사랑이 아니었다던 당신에게 짐을 지우기가 싫었어요. 몸도 마음도 너무 아파 미칠것만 같았던 나날이었지만 한 발을 빼고 있던 당신에게 치댈수도 없었기에..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습니다. 해가 바뀌어 회사도 잘리고 병원비도 혼자 감당하며 병원 다닌지 꼬박 넉달쯤 지나니 당신은 멀어졌죠. 멀어지는 당신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저의 처절한 몸부림과.. 그러다 생긴 오해를 당신은 풀지 않고 저를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당신이 떠나간 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삶에 대한 애착이 없었어요.. 주변과 의료진의 권유로 정신과 진료를 시작했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을 진단 받아 약물치료와 면담을 했습니다. 그래도 불면과 악몽, 우울, 마음에 응어리진 상처들을 다 풀어내지 못한채 시간은 흘러 2015년이 그렇게 갔습니다.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다며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저는 그렇게 보낸 아기와 떠난 당신을 그리며 수면제를 삼켰습니다.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나서는 바다로 걸어 들어갔어요. 당신이 떠나고 딱 1년 되던 날 당신을 다시 만났습니다. 죄책감과 미안함을 언급한 당신이었기에 보고싶기도 했고.. 제대로 마무리 짓고 싶었어요.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 기억이 정확하진 않습니다. 전 다시 약을 먹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거 잘 알지만 고통에 휩싸이기 시작하니 이성적인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세번의 자살시도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 돌아온 저더러.. 당신은 사랑이 아니어도 다친 몸과 마음은 함께 치료 받자며 주변을 정리하고 오겠다 하셨어요. 그런데 전, 당신에게 남은 감정이 무언지도 모르겠고.. 제 곁에 계시면 당신은 분명 지난해보다 더 속상할텐데 감당하기 힘든 절 추슬러가며 버텨주실지도 모르겠고, 서로 신뢰가 없는 상황에 언제 당신이 떠나실지 몰라 전 매일을 불안에 떨고 있는데.. 당신과 치료를 시작해서 되려 상처를 헤집어 놓는 꼴이 되진 않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당신을 다시 밀어내야 한다는 제 자신과, 상처만 주고 떠났지만 그래도 간절했던 당신이니 함께하며 어떻게든 아픔을 이겨내보자는 제 자신이 하루가 멀다하고 다툽니다. 함께 치료를 시작하기도 두렵고 당신 없이 홀로 괴로움 속에 있는 것도 두렵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결정일까요. 자신이 없습니다. 매일이 혼돈과 눈물이에요.. 너무 힘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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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oon6738
· 9년 전
마음이 움직이는데로 하세요 나중은 생각지 말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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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light120
· 9년 전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동안..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상처여서 감히 제가 쉽게 위로 할 수 없네요..치료라는 것이 그냥 내가 아프다고 해서 받는게 아닌 문제인거 잘 알아요..하지만 다시 상처받는게 두려워서 또다시 남은 생또한 아픔으로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자신을 더 아프게 하는게 아닐까요?저는 이미 글쓴이 님이 3번이나 이 세상을 떠나려 하셨다는게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저는 아직 이세상이 살만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삶을 포기할정도의 아픔을 겪었다는게 마음이 아리네요..이것이 제가 함부로 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감히 제가 말을 하자면 길이 두개가 있다면 어디로 가야할까 생각하신다면 전 글쓴이님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어느방향으로 갈 지 정했냐고 아직 정하지 않으셨다면 맞는 길이 있을까요?아뇨,그길이 힘들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또한 길이란 것은 변치 않아요.글쓴이님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신다면 한번만 더 '당신'을 믿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더이상 몸도 마음도 지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