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것도 없는 평범한 계기로 안면까지 트게 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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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특별할것도 없는 평범한 계기로 안면까지 트게 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의 글에 반해 혼자 뒤를 몰래 쫒으며 앓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내 그림을 좋아하고있다며 먼저 말을 거는 것이었다.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그 몇 자 안되는 글에 한시간이었던가 답장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당초에 겁많고 수줍음 많던 나로서는 이게 무슨일인가 하고 당황스럽기도했고, 현실감도 없었고. 언제부턴가 사람이란 사람은 죄다 무서워하게 되던 기질탓에 이쪽에서 먼저 벽을 깔고 밀쳐내기만 했던지라 이 사람도 몇달 몇주면 나에게 질리고 등돌일 일이 올거라 먼저 거리를 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도 기뻤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얼마 안 이어질 인연 멀어질 때 까지만 유지 해보자고. 그런데 그게 기우였다. 상대방이 상낭하거나 친근하게 '난 당신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하고 다가오면 무의식적으로 답을 우회하고 반응을 짧게하고 일부러 정떨어지게 멀찍이 떨어지며 벽을 치던게 내 답답한 반응이었는데, 생각보다 활발하고 친화력 높던 그 사람은 깡패같은 친화력과 넉살로 멀어지는 나를 그때마다 옆에다 잡아 끌어다놓는 것이었다. 반대로 나는 아닌척은 또 못하는 멍청한 성격이라 그때마다 부담스럽다는 티도 엄청나게 냈었고, 그 사람은 그것마저 또 아무일 아니라는 듯 넉살좋게 얘기를 이어나가고는 했었다. 이때즘이면 질릴 때도 되었는데, 속으로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다. 그렇게해서 꽤 깊이 지냈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만나고 얼굴까지 본 사람은 이번이 네번째인데, 앞의 세번은 친구 등살에 밀려 반강제로 행사에 참가했다가 불가피하게 얼굴을 트게된인지라 내 의사로 만나서 얼굴을 틀게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약 서너번인가 약속을 잡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말재주가 정말 형편없는데에 있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항상 일방통행의 대화였던것같다. 상대에서 이야기를 던지면 이쪽에서 잘 받아치지 못해 오래 잇지 못하고 금방 떨어져버리는 그런. 이쯤되면 정말 질릴법도 한데 나는 너무 정이 들어서,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데 내가 재미없는걸 아니까 막상 만나자는 말은 못꺼내겠고, 그렇게 항상 보고싶다고 생각할 무렵 매번 그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약속을 잡아주는게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미안하고, 죄스럽고, 고마울 수 없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었나? 사실 좀 이상할 것도 없는 얘기다. 그 사람을 만나게 된 매개체에 정이 식은지는 꽤 오래된 일이라. 서로 관심사가 틀려지다보니 저절로 멀어지게 된 것 같다. 나는 내 관심사를 쫒아 멀어지는 중이었고, 그사람도 본인 관심사대로... 거기다가 sns도 거의 끊다시피 했더니 더더욱 접점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더군다나 그 사람은 카톡도 탈퇴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조금 어색했던 분위기가 생각난다. 오늘 오랜만에 sns를 들어갔는데 결국엔 한마디도 못 나누고 다시 나오게 되었다. 못본걸까? 보니까 다른사람이랑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예전같으면 반 진담 반 장난삼아 질투라도 했을텐데 이제는 뭐 그것도 못할것같고.. 이런말 하는것도 웃기지만 먼저 밀이내고 방치한건 나였으니까. 그런데 더 웃긴건 그렇게 슬프지 않다는 점이다. 서운한게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속상할 줄 알았는데. 글을 어떻게 끝내야할지 모르겠다. 갑자기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쓰긴했는데 이걸로 한시간이나 넘게 잡아먹다니...... ..... 오늘 공부도 못했는데.. 아무튼 연락이 아예 끊긴건 아니니까 완전히 인연이 끊기지는 않겠지만 돌아오면 이번에는 어색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돌*** 수는 있을까? 그때보다 말재주도 조금 늘고 여름에는 치료받으러 가기로 했으니까 다시 만날때 쯤이면 편하게 대할 수 있겠지? 올해가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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