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내가 자란 곳이 바로 이런 곳이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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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어린 시절 내가 자란 곳이 바로 이런 곳이었다. 밤이면 쏟아질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곳. 지금은 더 그렇고, 그 시대에도 흔치 않았던. 소를 키워 농사를 짓고, 누가 경기를 일으키면 다같이 굿판을 벌이고,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마을 저편에서부터 다같이 꽃상여를 따라 장례를 치르던. 마을 어느 집에 누가 어찌 살고 있는지 모두가 알고, 굳이 집 문을 잠궈놓을 필요조차 없는. 바다와 맞닿은, 아주 깊은 산골짜기의 시골 마을. 그 마을의 가구는 모두 스무 채가 채 되지 않았다. 아마 열 채를 간신히 넘겼던 것 같다. 그 곳에서 우리 남매와 사촌 남매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어린아이들이었다. 때문에 마을의 모두가 우릴 알았고, 귀애했다. 어린 우리가 하는 짓이라고는 빨랫방망이로 빨래하는 어른들을 따라한답시고 냇가에 속옷을 들고 가 돌멩이로 내리쳐 잔뜩 헤지게 만든다거나, 그러다 벌에 쏘여 엉엉 울며 난리를 피운다거나, 우리끼리 갯벌에 갔다가 뻘에 발이 빠져 점점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어른에게 구해진다거나,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를 산책시킨답시고 데리고 나갔다가 논두렁에 빠지게 한다거나 하는, 그야말로 어른들에겐 귀찮은 말썽에 불과했는데도. 뛰고 뒹굴고 구르며 놀다 지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무 집에나 불쑥 가면, 그 집 과일나무의 과일은 우리 것이었고, 떡이나 곶감, 말린 문어다리 같은 주전부리도 우리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의 아이였고, 언제나 환영받는 존재였다. 무슨 짓을 해도 용서 받았고, 한없이 사랑 받았다. 단지 우리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어린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줄 알았던 그 사실이 실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후에 도시로 이사 오게 되며 알았다. 그토록 조건 없고 한없는 사랑을, 아는 사람 모두에게서 받으며 자란 것이 얼마나 흔치 않고,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는지. 그러므로 사는 동안 그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세상은 더 이상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았기에. 그렇지만 사실, 그건 당연한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 누구든, 어린 시절에는 단지 어리기 때문에 한없이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누군가의 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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