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다채로운 빛의 사람이었어요,
아니 얼마 전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늘 그래왔듯 내 삶은 앞으로도 유채색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중간중간 어두운 색도 있겠지만, 결국 돌아보면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예쁜 풍경을 만들어 낼 거라구요.
재수를 선택할 때도 그랬어요.
성적이 원하던 만큼 나오지 않아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을 때도, 1년 더 하면 되겠지, 잘 할 거야라고 마음먹고 다시 수험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잘 모르겠어요.
나는 내 생각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친구들과 하고 싶은 음악도 해 보고, 가끔씩은 책을 던지고 나가 놀기도 했던 나는 환한 빛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무채색이 되어 버렸어요.
매일 똑같은 하루. 무표정으로 보내는 시간들.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것조차 지쳐버린 나날들. 예전 친구들을 만날 때 빼고는 진심으로 웃고 울고 화내는 것조차 잊어버린 것 같아요.
계속 이런 상태이다 보니 더 이상 내일이 기대되지 않아요.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도 들어요.
난 잘 하고 있는 걸까.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걸까.
내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내가 다시 빛날 수 있을까?
재수학원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은 재수생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하면 된다고.
난 불량품인 걸까요. 그냥 좀 다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수생, 아니 죄수생이 된 이상 다른 건 불량일 뿐인 걸까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