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사람은 되는데, 쉽게 하는데, 난 뭐가 그리 힘들까? 라고
고민했던 적 저도 분명 있어요. 무수히 많이요.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매일 죽을 궁리만 했어요.
인생에서 계속해서 나쁜 패만 뒤집는것 같았거든요.
하루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밖에 나가서 안하던 짓을 했어요.
생전 취향이 아니던 옷을 골라 피팅룸에서 패션쇼를 하고
좋아하지도 않던 장소인 유원지에가서 디스코 팡팡도 세번 타고
더러운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디브이디방에 가서 레옹도 보고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서 공원에서 몰래 펴보기도 했죠.
생각보다 다 괜찮았어요.
입어본 옷 중에는 제가 평소에 '내 체형엔 안어울려' 했던
옷이 찰떡같이 들어맞는 경우가 있었어요. 놀라웠죠.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이며
다른사람들의 후기같은걸 머릿속에 쑤셔넣으며
이런 체형에는 이런 옷. 그런 공식 같은게 있었나봐요.
디브이디방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머릿속 이미지에는 곽티슈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두루마리 휴지가 있어서 더 저렴해 보이는 인테리어였지만
신발 벗고 발도 뻗을 수 있고, 담요도 주고, 시원하고요.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하기엔 타인에게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흡연자를 경시하고 내려보던 제가 담배를 폈습니다.
봄, 새벽2 시, 공터에서요 .
평소에는 고약하던 담배냄새가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와서 안아줄때 나던 향기로 느껴지더군요.
무릎에 고개를 처박고 가만히 있었어요.
저는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아빠를 못보고 지내요.
정확히는 안본다가 맞겠지만요.
이따금 제 기억속에 미화된 아빠의 존재가 그립거나, 공허할때
담배를 피게 될 것 같아요.
내 길이라, 방향이라, 방식이라 생각하며 고집해오던 것들이
사실은 내것이 아닐수도 있어요.
내가 해보지 않은 것들을 다 알 수는 없는거잖아요.
지금 내가 뚜렷한 목표없이 억지로 붙잡고 있는거,
노력하는 내 모습이 좋아서 하는거 아니면 한번쯤 고민해도 되요
내 길이 다 쉬운건 아니지만
내 길은 날 멈춰있게 하진 않으니까.
하고 싶은거
지금 하고있는 것 때문에 참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