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너무 무기력하다.
몇년 전부터 계속 된 이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점점 더 심해진다.
이젠 나 자신을 자극하려 해도 반응하지 않는다.
누구의 위로도 충고도 내게 도움이 되지않는다.
친구들에게 기대는 것도 눈치 보이고 미안하고 창피하다.
어머니는 오늘 나에게 자퇴하라 하셨다.
그딴 식으로 살거면 다닐 필요없으니 그냥 다 그만 두라고 다음 학기부턴 휴학말로 아예 자퇴 하라고 하셨다.
이 말에도 이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어머니가 채찍처럼 정신차리라 하는 말에도 이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결국 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내 방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외롭지만, 외로울 때도 있지만, 이게 가장 편하다.
그냥 하루종일 누워서 핸드폰을 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 TV속 주인공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대리만족 같기도 하다.
전에는 그런걸 보면 동기부여라도 됐는데 이젠 그저 부러운 정도.
감흥이 점점 사라진다.
끝내 남는건 그저 자기혐오뿐.
그렇게 하루종일 핸드폰을 하다가 잠이 든다.
아주 늦은 점심에 깬다.
다시 핸드폰을 한다. 다시 잠이 든다.
늦은 저녁이다.
다시 핸드폰을 한다. 다시 잠에 든다.
다시 늦은 점심이다.
이렇게 자도자도 졸리고 회피하듯 잠에 든다.
딱히 꿈을 꾸진 않는다. 하지만 개운하진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했던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고3때는 나랑 얘기하면 너무 우울하다고 싸우고 헤어진 애들도 있다.
그 뒤론 슬퍼도 우울해도 힘들어도 감추려고 노력한다.
튀어나온 감정을 삼키려고 노력한다.
잘 되는건 아니지만 그럴듯하다.
난 매력도 없고 얼굴도 못생기고 욕심이 덕지덕지붙은 괴물이다.
너무 부끄럽다.
하지만 나서서 내 모습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결심은 오래 가지 않고
점점 결심하려는 마음도 사라진다.
웃기다.
결국 다 내 잘못이다.
내 미래는 깜깜하고 눈 앞이 보이지 않는다.
무섭다.
한편으론 어떻게든 되버렸으면 싶다.
사라지고 싶다.
누가 나 대신 살아줬으면.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게 좋아서 하던 것들도 재미가 없다.
좋아서하던 것들도 하나씩 사라진다.
그냥 눕는다.
누워서 아무생각도 하지 않는다.
의욕도 없고
과연 내가 이걸 이겨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온몸에 힘이 없다.
밥 먹는 것도 귀찮다.
나는 이겨내지 못할것만 같다.
난 이게 제일 무섭다.
세상에서 숨고싶은데 당당해지고 싶다.
추악하고 모순적이다.
나도 저 사람들 처럼 멋있게 살고싶다.
이렇게 한심하고 더럽게 살고싶지 않다.
의존적인 내가 싫다.
하지만 누군가 날 도와줬으면 좋겠다.
살아가고 있지만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너무 혼란스럽고 아무 생각도 결정도 못하겠다.
다시 일어나고 싶다.
새로 삶을 살고 싶다.
이런 생각, 몸, 마음, 생활 다 그만두고 싶다.
당당히 살고싶다.
행복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