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내내 이곳에서 내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조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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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한시간 내내 이곳에서 내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보았다. 내 문장력이 이렇게까지 ***았나? 하는 생각과, 나태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워서. 재능이 있는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노력을 많이 하는것도 아니야. 오히려 나태하고 오만하지. 그러면서 무슨 예술을 하겠다고? 자신의 이야기도 자신의 말로 풀어내지 못하면서, 어찌 그림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을까. 아직 채 성인이 되지 않아서 이리 헤메이는 걸까. 어렸을 때에는 그저 글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게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를 다른사람과 비교하기 시작했고, 내 한계를 깨닫게 되었다. 이제라도 포기하는게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아직 늦지 않은걸까? 포기하고 남들과 똑같이 적당히 성적 맞춰서 학과에 들어가고 적당히 취직하는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닐까? 그럼, 내가 여태까지 쌓아온 것들은 산화되어 결국 나중에는 손에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녹슬고 썩어 문들어지겠지. 초등학생때부터 지금까지 6년을 계속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만약 내가 정말 이걸 놓는다면 앞으로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마치 텅 빈 휴지통이 된 기분이겠지. 그게 두려워서 아직도 난 내가 재능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내 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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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211913
· 9년 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시는 분인가 봐요. 멋져요:) 저도 글 쓰는 걸 어릴 때부터 참 좋아했어요.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사소한 것도 아름답고 선해 보였고, 세상 모든 걸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았죠. 그럼에도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한 적은 거의 없었어요. 제 글은 대부분 저의 상상에 기댄, 낯모르는 타인에 대한 것이었거든요. 그런 얘길 하는 건 쉬웠는데,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 어쩌면 내 삶에 대해선 더 이상 상상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의 눈이 번쩍 뜨일 섬광처럼 번뜩이는 말로 풀어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지닌 가장 가난한 말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대로 잘 풀어내지 못한다 해서, 그것이 재능의 유무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긴 힘들다고 생각해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10여 년을 하나만 꿈꿔왔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나 아닌 가족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어요. 그러면서 알게 됐죠.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온 것을 놓아도, 놓게 되더라도 살*** 하면 어떻게든 살 길은 찾아진다는 것을. 포기하는 그 순간만큼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도, 지나고 나면 또 어떻게든 웃으면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그리 되지 않기를 정말로 간절히 바라지만, 아주 어쩌면 글쓴이님도 같은 것을 겪게 되실지 모르죠. 그렇지만 괜찮아요. 어찌 되든 괜찮을 거예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해도 행복하지 않게 되는 건 또 아니니까요. 다만 꿈을 놓는, 놓게 되는 그 순간을 많이, 아주 많이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 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평생 품고 살***지도 몰라요. 그 생각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지 몰라요. 그래서 그 곳을 조금만 스쳐도 아파하게 될지 몰라요. 저는, 제가 그래요. 지금도 괜찮지만,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한때 비슷한 불안을 겪어봤기에,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글쓴이님의 불안을 이해하고 그에 공감해서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됐네요. 어느 책에서 나온 말대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명확하게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만 그걸 알지 못해 나와 당신은, 우리는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울며 달려가고 있는 거겠죠.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이 흔들려서, 이 길을 끝까지 달려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넘기엔 너무 거대한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아서… 제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당신은 당신이 원했던 곳에 가닿을 거라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감히 말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당신은 아직 당신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으니, 멈추지 않았으니 나와 다른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겠죠. 멈추지 말고 달려요. 그래도 괜찮아요. 어쨌든 괜찮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