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청춘에 돈 없어서 지지리궁상으로, 제대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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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스무 살 청춘에 돈 없어서 지지리궁상으로, 제대로 먹고 자고 놀지도 못하고 살았는데.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면서, 부모님 대신 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면서, 독하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타내 어떻게든 대학을 다니던 그 시절.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참담하고 가난하고 슬펐던 시절이지만, 때때로 우습고도 즐거웠고, 별처럼 빛나던 순간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빚 독촉을 피해 동생을 데리고 도서관에서 같이 공짜로 만화영화를 보던 순간이라든지. 마찬가지로 궁상을 떨던 친구가 큰맘 먹고 쏜다며 무려 칠천원짜리 돈가스를 사주던 순간이라든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 손님이 남기고 가셨거나 바닥에 떨어트린 음식을 몰래 먹으며 미묘하게 행복해하던 순간이라든지. 친구들과 한강에서 맥주 한 캔씩 든 채 서로의 가난과 불운을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깔깔 웃으며 털어놓고 털어내던 순간이라든지. 그 당시엔 조금 비참하고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문득 돌아보니 그런 순간들 또한 나름의 추억이 되었음을 알았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그만큼 운 없고 고생 많은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스무 살 청춘에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걸 다행으로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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