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들이 좋아요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좋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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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저는 사람들이 좋아요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좋고, 길 가다 인사해주는 사람들도 좋아요. 그래서 늘 사람들한테 할 수 있는 한 많이 좋아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것들, 줄 수 있는 것들이면 전부 돕고 줬어요. 고민하고 있으면 고민 들어주고, 좋아하는게 있으면 좋아하는 것들 이야기도 같이 하고. 원래 성격이 살갑지 못 해서 많이 노력했어요. 넓게 여럿 알고 다니지는 못하더라도, 열 명도 안 되더라도 전부 믿고 좋아했어요. 그런데 딱 한 번, 인간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도 제 일에 대해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던게 많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울면서 이야기를 해도, '네가 잘못했겠지', '별 일 아니네. 그런 것 가지고 뭘 우냐' 였어요. 제가 바란 건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딱 한 마디였는데,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게 무서웠어요. 그 즈음에 가족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겼고, 아직도, 제가 보는 앞에서 부모님이 서류를 쓰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여러 일이 겹치면서 밖의 문제가 아니라 저 자신한테도 문제가 생겼고, 병원도 다녔어요. 결국 그 쪽에서도 제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았지만. 전부 이해해요. 다들 각자 사정이 있었겠죠. 친구들은 제 3자 입장이니까 별로 와닿지 않았을거고, 부모님은 당신들 문제만으로도 버겁고 힘드셨을테고. 다른 가족들은 학업이며 가족 때문에 제 이야기 듣기에는 너무 부담이 컸을거예요. 선생님이야 반에서 애들 다투는 일은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일이니 별로 깊게 생각 할 필요도 없으셨을거구요. 병원에서는 저보다 심각한 일도 많이 봤을테고, 심각하게 생각 할 정도로 여기진 않았을거예요. 저도 제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어서 그렇지, 아마 제가 그 입장이었으면 그 때에 주변 사람이 힘들어 하고 있어도 감싸안고 들어줄만큼 여유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부 알아요. 누구한테도 잘못은 없는 걸 다 알아요. 잘못이 있다면 저한테 있겠죠. 제가 쏟아 붇는 감정이 다른 사람들한테는 충분히 버거웠을 수 있을테니까. 알아요. 인간관계라는게 정말 쉽게 틀어질 수 있고, 그 속에서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복잡하다는거, 잘못이 없을 수도 있다는걸 다 알아요. 정말 다 아는데, 아는거랑은 많이 다른 문제인가 싶어요. 사람들이 좋은건 여전한데, 무서워요. 대화를 할 때는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를 모르겠고,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했고, 눈을 마주칠 때는 어떻게 인사를 하냐보다는 어떻게 안 마주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을 피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해요. 가끔가다 제 생각이 많이 나온다 싶으면 서둘러서 말을 끊었고, 좋아하는 주제로 이야기하는게 들려도 말을 걸고 싶어할까봐 눈을 감고 자버리곤 했어요. 하고싶은건 참고, 하기싫어도 하고. 그냥 다들 하는 것 처럼 했어요. 다들 남들도 겪는 일이라고 했으니까, 남들이 하는 것 처럼 하려고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정말 좋아요. 아직도 전화라도 오면 별 일 아닌데도 웃으면서 전화하게 되고. 사람들이랑 대화하는거 기분 좋잖아요. 그런데도 버릇이 남아서 그런지 대화는 길게 못 하고, 눈은 길게 못 마주치고, 말을 걸어주면 반응은 늘 약하게 웃기밖에 못 하겠더라구요. 사람들이랑 말 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내 뒷 이야기를 하겠구나, 날 어떻게 생각할까, 방금 대답 가지고 욕하진 않을까... 쉴틈없이 생각하다가 결국엔 저 사람도 똑같겠지, 뭐. 끝이 나죠. 그러다보니 점점 제 생각을 말하는건 적어지고, 말은 짧게, 호응은 간간히, 가끔씩 되물어주기 같이 제 규칙이 생기게됐구요. 좋아하는게 무서워하는거랑 같다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아이러닉하더라구요. 사람들 사이에서 애정을 주고 애정을 받는 게 너무 좋은데, 애정을 주기만 하고 받을 애정을 무서워하고 피하게 되니까 그 상황에 지치고. 받지를 못 하니까 그게 내가 받을 수 있는거였나? 애초에 그게 진심이기는 할까? 의문만 생기고. 나름대로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전에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 때처럼 변하질 않기를 바라는걸 보면 또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간 나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병원에 다녀도 안 나아진게 얼마나 걸려야 괜찮아질지도 모르겠고, 사실 괜찮아질 수 있을거란 자신감도 없어요. 사람 사이에서 이런 일도 흔하고 이런 상처들도 다들 갖고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 쯤은 꺼내서 말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매장시켜 놓은 그 때의 나도 이해받을 수 있을거라고. 모두가 각자의 사정이 있다고 했어도, 그 때 내가 겪은 일은 감당하기엔 큰 짐이었다고. 무조건적인 비난과 무관심, 병원에 가던 날 숨기고 싶어하던 가족의 창피함은 어렸던 내가 받기에 많이 힘들었던게 당연하다고. 말이 많이 횡설수설해요. 별로 재미있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평범한 이야기가 의외로 기네요. 그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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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le
· 9년 전
사람이랑 애증관계가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