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네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폭력|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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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끄적끄적. 네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내 기억속의 너에게 베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왜 베카라고 지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냥, 너는 잊기 힘든 사람이다. 잊고 싶지도 않고. 잊어 마땅한 기억은 없는거니까. 나는 너와 달리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너를 계속 곁에 두고 싶었다. 그러려고 나는 포우의 책도 읽었고, 너의 종이인형친구도 좋아해줬고, 네가 아무리 나에게 "너는 예쁘지도 않고" 라든가 "죽어버려" 라는 말을 쉽게 해도 그냥 웃어 넘겼다. 너와 다투면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이었고, 혼자가 되는 건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네가 갑자기 "난 네가 싫어" 라며 내게서 도망쳐 버렸을 때, 정말 말 그대로 도망쳤을 때, 나는 혼자였고, 무서워졌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며 네 앞에서 울었는데, 너는 그저 울지 말라고만 했다. 마치 내가 우는 게 꼴보기 싫다는 듯. 나는 아직도 몰라. 내가 뭘 잘못했는지. 선생님께서 우리 둘을 보시고, "너희 둘 친구니?" 하고 물어보셨을 때, 나는 감히 너와 친구라고 말할 수 없어 머뭇거렸지만 너는 자신있게 "네" 라고 해줬잖아. 그래서 나는 네 곁에 있는 것을 허락받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도 나를 곁에 두었잖아. 나를 데리고 다니며 영단어를 외우고, 같이 숙제도 하러 다니고, 이메일로 좋아하는 음악도 보내주었잖아. 그리고 나도 네가 싫어졌다. 나는 네가 죽었거나 아주 비참하게 살고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최근에 알았다. 너의 가정은 그렇게 화목하지 않다는 것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빠는 너의 아빠처럼 무식하고 폭력적이지 않다고. 나는 가족들로부터 더 사랑받는다고. 그리고 적어도 지금은, 내가 너보다 예쁘다고. 그러니까 내가 이겼다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어쨌든 너도 나처럼, 그리고 다른 대학생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수업을 듣고, 사람을 만나 술도 마시고, 과제도 한다는 것이다. 이건 기분이 나빴다. 실망도 했다. 너는 조금 다르게 살고 있기를 바랐다. 왜냐면 내가 겪었던 너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 달랐으니까. 네 종이인형친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너는 평범하게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쓰고 싶은 한 문장이 있는데, 참아야겠다. 너무 마음에 드는 말이라서 혼자만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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