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굉장히 긴 글일테니 미리 이해 부탁드릴게요.
저는 겉으로 보기엔 정말 괜찮아보이는 사람이에요. 꿈도 있고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하며 주변에 좋은 친구도 있고. 집안이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도 않죠.
그런데 전 감정적으로 너무 엉망인 것 같아요. 중학교 1학년 시절 사소한 오해로 같은 반 아이들 다섯명한테 둘러싸여 정말 말그대로 개취급을 받고 반에서 왕따로 살아야했었던 기억 이후로 저는 정말 우울이란 감정을 늘 기반에 두고 사는 것 같아요. 저는 중학교 3년 내내 움츠러든채 살았어요
길을 지나가다 누가 웃으면서 지나가면 날 보고 비웃는 것 같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고 학원에서 공부할때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습을 ***면 너무 힘들어서 몰래 빠져나오거나 몸이 아프다며 핑계 대고 나올 정도로 사람들을 피했어요.
그 이후로 힘들어서 학교 그만두고 검정고시 보고 싶다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가장 믿었던 엄마에게 돌아온 말은 "너한테도 잘못이 있었겠지. 쓸데없는 생각말고 공부에 더 집중하라" 였어요. 나중에 엄마는 그런 의도로 말하려던 게 아니었다고 했지만 그닥 저한테는 그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괴롭혔던 다섯명의 아이들과 비슷한 인상을 가진 다른 학생들만 보면 저는 두려워졌고 피하고 싶어졌어요 그 애들이 속한 반에는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다른 친구를 만나려면 그 반 교실에 들어가야하는데 그 애가 그 반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 저는 너무 두려워서 못 들어갔어요 2학년때 좋은 친구들을 만나 안정적으로 남은 중학교 시절을 무난하게 보내긴 했지만 괴롭힌 아이들의 잔상때문에 저는 매일이 긴장상태고 경계상태였습니다. 그나마 새로 사귄 친구들 덕분에 잘 버텨냈어요(이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매일 연락하고 자주 만나요)
우울속에서 그나마 하고싶었던 음악공부는 부모님의 반대로 접었고 괴로운 중학교 시절을 버티게 해주던 그림마저 눈치보며 해야했어요. 진로와 학업문제로 툭하면 엄마랑 싸웠고 저는 매일 소원이 잠들어서 영원히 꿈꾼채로 깨지 않는 거였어요. 몇 번 자해도 했고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아침에 눈을 뜨고 새로운 하루를 살아야한다는게 고통이었어요 당시는.
그러다 저는 엄마와의 갈등끝에 운좋게도 예술계열 학교에 합격해서 살던 도시도 떠났고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중학교 시절 힘들게 앓던 걱정들과 우울감을 떨치고 살았어요. 물론 엄마랑은 여전히 진로문제로 다퉜고 엄마는 제가 엄마랑 소통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해했죠. 고등학교 친구들은 후회하기 전에 엄마랑 많은 대화를 하라며 조언해줬지만 엄마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은 그 날 이후로 근 3년을 입을 닫고 살았는데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내 감정과 마음을 소통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잘 되지도 않았죠. 가장 행복했던 고등학교 시절이었지만 엄마와의 관계는 당시 제 우울의 요소였어요.
그리고 졸업 이후 저는 친구들과 다르게 인문계로 대학을 갔어요. 다른 분야도 공부해보고 싶어서였죠. 그런데 그곳에서 저는 또다시 사람 때문에 상처받아요. 고등학교 시절을 통해 겨우 낯가림을 고쳤고 외향적으로 바뀌었는데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 때문에 제 성격은 다시 후퇴해버렸어요.
홀로 떨어져서 친구라는 존재가 시급했던 저는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잘보이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열심히 웃어주고 들어주려하고 비위 상하지 않게하려 노력했는데 어느날 술자리를 만들더니 하는 말이 "너가 좀 특이한 애같다" 였어요. 제가 평소 말하는 행동이나 투가 특이하다며 크게 잘못이라거나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너가 그러한 애란 걸 알아달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이해도 안됐고 어이가 없어서 그럼 내가 고치면 되겠냐 했더니 첨에는 아니라고 그럴 필요 없다 하더니 재차 물으면 물을 수록 그러면 좋겠다라고 말이 바뀌더라구요.
저는 그 애들에게 또 맞춰주기 위해 제 행동이나 표현방식에 대해 스스로 통제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감정표현들이 점점 억제가 되었고 저는 스스로에게 답답해졌어요. 그 애들 눈치본답시고 저답지 않게 행동하려니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고 갑갑했어요. 덩달아 외로워졌죠.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그 애들은 나더러 노력을 안한다며 뭐라했거든요. 그와중에 저한테 치킨이나 술 얻어먹는 건 좋아해서 툭하면 사달라고 그랬고 저는 환심을 위해 다 들어줬죠. 지금 생각하면 한심해요.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좋아하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고, 힘든 대학생활을 의지하며 믿었던 언니는 알고 봤더니 제가 그간 불편했었다며 다른 사람에게 제 얘기를 했다는 사실도 접했어요.
대학와서 이런일을 자꾸 겪게 되니 내 자신이 이상해보이고 내 성격에 장애가 있나 이런 마음도 들더라구요. 고등학교,중학교 친구들은 카톡으로 열심히 응원해주고 위로해줬지만 우울감은 나아질 길이 없었습니다.
점점 원망과 분노도 커져가고 불안감이 심해져서 밤에 잠을 못잤어요. 갑자기 제가 죽는 생각이 들어서 공포심에 소리지르며 벌떡 일어나서 룸메이트 놀래킨 적도 잦았고 그러고나면 한동안 정신이 멍해져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어요
저는 결국 술친구를 만들어서 거의 매일 밤에 술먹고 약간 취한 상태에서 잠들곤 했어요. 안그러면 잠을 잘 수 없었어요.
결국 정신과 상담에 약도 먹었지만 그닥 수면제 빼곤 도움이 안되서 포기했어요. 엄마는 나이가 몇인데 친구문제로 그렇게 괴로워하냐며 속상해했죠. 저는 위로해주지 않는 엄마가 또 싫었어요. 힘들었구나 라는 말 한마디가 엄마에게선 왜 안나오는지 정말 슬펐어요
그리고 저는 전부 지친나머지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결정했어요. 차라리 집에 머물며 아르바이트라도 열심히 해서
돈이라도 벌며 사고픈거 사고 즐길거 즐기며 지내고 싶었어요. 제 꿈도 있다보니 준비를 하려면 휴학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래저래 휴학에 대한 선택은 만족하고 있어요. 정말 휴학하고 나서 우울,불안증세나 수면관련 문제가 많이 좋아지긴했거든요
물론 엄마랑 감정문제로 다투거나 해서 우울한 상황이 닥치면 여전히 감정통제가 안되서 힘들긴합니다. 작은 스트레스가 오면 그걸 감당해내는 건 아직 많이 어려워요. 여전히 이런 문제 땜에 스스로 계속 고민 중이기도 하구요.
문제는 내년에 복학이네요. 돌아가서 다시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 대학에 가고 싶지 않아요 전부 꼴보기 싫어서.. 복학하면 지금 너무 만족중인 알바도 못하고 휴학하고 열심히 하는 필라테스도 그만둬야하죠.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다보니 지금 사는 지역에서 하는 것들 대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싫어요. 거기다 복학하고 새로 만날 사람들이 좋을 거란 보장도 없고 여전히 보기 불쾌한 사람들이 남아있을 걸 생각하니 정말 토나오게 끔찍해요 하지만 졸업을 마치긴 해야 유종의 미를 거둘테고 복학이 다가올수록 다시 우울해지고 불안해질 제 모습이 보이는 것같아 힘들어요.
그냥 이런 전체적인 제 모습자체가 참 한심하게 느껴져요. 왜 우울에서 못벗어나나 왜 감정적인 외로움을 받아들이지를 못하나.. 제 정신력이 너무 약한 것 같아서 자꾸 절 다그치게 되네요. 제가 뭘 어째야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 될까요. 겉으로야 얼마든지 괜찮게 보일 수 있는데 참 내면이랑 다르게 살려니 그것도 점점 힘겹고 견디기 어려워지네요. 도와주세요. 긴글 읽어주신 분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