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나를 향해 웃었어. 내 손에 쥐어진 건 작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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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달은 나를 향해 웃었어. 내 손에 쥐어진 건 작고 볼품없는 꽃다발 뿐이야. 레이스 하나 없는 밋밋하고 헐렁한 흰 원피스. 엉성하게 엮은 토끼풀 화관. 달빛 베일. 더러워진 맨발은 신경쓰지 않고 가만히 바라볼 뿐. 옷이 없어 검은 천을 두른 채 나는 조용히 속삭여. 나의 영원한 사랑. 나의 아름다운 신부. 나의 사신. 멋없게 내민 꽃다발을 들고 너는 달빛보다 밝게 웃어. 지저분한 뺨을 쓸어 닦고 입을 맞춰. 네가 내게 다가와 달의 노래를 부르면 바람마저 숨을 죽여. 나의 영원한 사랑. 나의 아름다운 신랑. 나의 사신. 서로의 가슴을 꿰뚫은 날카로운 화살이 우리의 예물. 서로의 가슴을 베었던 날카로운 검이 우리의 예물. 마주잡은 두 손에 차디찬 입맞춤을. 사랑스런 미소를. 속눈썹에 내려앉은 베일을 걷어 올려. 얽매이는 운명. 달은 너를 향해 웃었어. 굉음과 함께 떨어져 우리를 집어 삼킨 화려한 불꽃 속에서. 날이 밝으면 강과 꽃을 따라 손을 잡고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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