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입시 준비로 바쁘던 해에 부모님이 자주 싸웠다.
처음에는 내 일로 바빠서 신경쓰지 않다가 정도가 점점 심해져 엄마 일기를 뒤졌다.
뒤지는건 쉬웠다.
문서가 들어있는 외장하드가 컴퓨터에 꽂혀있었으니까.
아빠가 왠 여자를 임신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모른척하려다가 결국 엄마한테 내가 알고 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들었다.
더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버렸다.
아빠가 셋째를 가지고 싶으니까 관계를 맺자고 했고 엄마는 거절했다.
그러니 아빠가 그럼 대리모를 둬도 되냐고 물었단다.
엄마는 그걸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수락했다.
엄마를 위로할 생각으로 꺼낸 이야기가 엄마마저 혐오하게 만들었다.
대체 어떻게하면 그런 이야기가 농담이 되는걸까.
어째서 엄마 아빠는 나와 동생에게 논의하지 않았던걸까.
나와 동생의 의견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건가.
그 얘기를 듣고 온갖 정이 떨어져서 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 분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임신했다고 들었는데.
역겹고 잔인한 사람들.
이 이야기가 계속 멤돌아서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고 역겹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