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지가 아니라 집안 사정 때문에 혼자 살기 시작한게 벌써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괜찮게 사는 집안이라서 돈이 부족하다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하지만 혼자 살기 시작하니까 그 동안 안해왔던게 급격히 다가오면서 힘들어지더라구요.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자기 관리도 안되고. 그렇게 초반 1년은 정말 엉망으로 보냈어요. 수업에 잘 가지 않으니까 성적도 떨어졌고 자취 후 처음 맞는 방학에는 하루 24시간이 아니라 20시간쯤 게임하고 12시간을 자고 또 20시간쯤 게임하고 다시 12시간을 자는 생활을 끊임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러다가 다행히 지금은 꽤 잘 적응해서 학점도 다시 점차 맞춰나가고 이제 집안일도 아주 규칙적으로는 아니여도 꼬박꼬박 할만큼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 근래 자꾸 아빠가 저한테 전화할 때마다 힘든 것 없냐, 적응은 잘하고 있느냐, 우리(부모님)가 보고싶진 않으냐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동생이 입대하고 나서 계속 그러셔요.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불편합니다. 한창 혼자 사는거 적응 못할 때 앓다가 엄마한테 카톡으로 학교 일년만 쉬면 안되냐고 물으니 꾀병 부리는거 알고 새벽에 그런 얘기 하는거 계산하는게 아니냐고 했거든요. 스스로가 우스워서 어떻게 알았어?하고 넘겼어요. 엄마 성격상 그걸 아빠한테 얘기 안했을리도 없는데 나한테 이 이상 어떤 말이 안유더라구요. 그 이후로는 왠만하면 제가 먼저 연락을 안했어요. 이거 외에도 어렸을 때나 같이 살 때 쌓인 일이 더더욱 많아서 점차 싫어지더라구요. 대체 내가 저 물음에 네, 저 외롭고 힘든데 스스로를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면 뭐라고 대답하시려고 묻는걸까요. 원래 그런 분 아니었잖아요.
이십몇년 간을 마음에 안 들면 화 내고 술 취한 어떤 날은 시계를 던지고 어릴 때 빌었다고 바가지로 때리고 장래 하고 싶은걸 얘기해보래서 했더니 벌 세우고. 어쩌면 작은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계속 이게 잊혀지지 않아요. 얼마나 나를 위해 일하고 나를 배려하며 살아오셨는지는 상관 없어요.
차라리 줄곧 같이 살았더라면 이런 생각도 못했을텐데 어찌됐건 혼자 살다보니 그게 너무 커져서 나중에 어떻게 하나 걱정이 커요. 사실 취직한다고해도 당장 자취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가 않잖아요, 요즘 상황이. 내년 여름이면 당장 같이 사는데.. 제발 나한테 힘드냐고 안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안 물어봐도 힘들고 절대로 힘들다고는 한마디도 안할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