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괜찮은 건지가 의문스러워요. 왜 이런 의문을 품게 되었냐면요, 옛날에 제가 전 괜찮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하나도 안 괜찮았더라고요.
저는 엄마와 매우 심정적으로 가까운 사이였어요. 엄마를 미워하고 상처입히는 사람 모두가 미웠고 엄마가 미워하는 사람들 역사 모두 싫어했어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를 먼 타지역 기숙사제를 들어갔어요. 농어촌전형 이런것 때문에 간게 아니라 그냥 가고싶어서요. 그때는 제 주변환경을 새롭게 바꾸고 싶다는 일념에서 갔어요. 그런데 제 내면을 살펴보니 엄마한테서 도망가고 싶었던 거였어요.
엄마는 늘 저를 심리적인 감옥의 죄인으로 만드시고 제게 모든 감정을 퍼부으셨어요. 너밖에 없다 너만 믿는다 너때문에 산다 지애비를 닮아서 못되처먹은년 화가 나시면 저에게 풀었고 슬프고 학대당한 경험을 못이 박히도록 저에게 말하셨고 뭐든지 저에게 말씀하시면서 제 얘기는 들어주지 않으셨어요. 동생에게 가장 부러웠던게 동생은 엄마 잠깐만 나 할일있어서 라고 말하면 응 그래 라고 놓아주셨으면서 차마 그런말을 못해서 계속 듣다가 조금 피곤하고 지루한 티를 내면 ***없는년 그러니까 너가 다른 사람하고 잘 지내지 못하는 거야 라고 욕을 얻어먹고 엄마기분은 더 안좋아지셨어요 그래서 저는 또 제가 미워졌어요
엄마는 늘 모자란 동생이 자신과 닮았다고 편애하셨어요. 제가 철이 빨리 들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요 저는 그게 제 스스로를 변호해야했으니까 그랬다 생각해요. 동생이 잘못해도 관리감독 못한 제가 혼났거든요. 같이 싸워도 언니인 제가 양보해라 이소리나 듣고요. 책을 엄청 많이 읽었고요 뭐든지 배웠어요 아는게 많아야 제 스스로를 변호할수 있었으니까요. 어린애가 말이 빠르고 글도 잘써요 저는 그래서 그게 제 원래 재능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 스스로를 변호해야할 일이 줄어드니깐요 알게되더라고요 저 말도 잘 못하고 글도 잘 못써요 부지런하지도 않고요 아침운동 열심히 했던것도 살찌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식사절제를 했던것도 제가 그런 자기개발을 열심히했던건 모두 그랬어야 했기때문이에요. 공부를 못하는 저는 인정받지 못하는 저는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제 동생은 모자라도 또래보다 덜떨어져서 왕따당해도 집에서는 제일 착한 딸이고 인간성이 좋대요. 사랑받는 체질이고 피스메이커 그러니까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래요. 제가 밖에서 아무리 친구 많고 인기 많고 인정받아봤자 쟤는 성격이 안좋아서 누구도 저를 좋아하지 않을거고 사랑받지 못할거래요. 늘 우리집의 검은양은 저였어요. 엄마한테 어디가서 내얘기하지말라고 좋은얘기라도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게 엄마가 저를 앞에서나 뒤에서나 흉본다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랬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입이 방정인 스타일이시거든요. 엄마는 예민한 큰딸비위 맞춰주는 내가 이렇게 좋은 엄마다 떠들고 다니시던데 코웃음 나더라고요 내가 진짜 왜 그런지는 생각도 안하나하고. 이유는 안 궁금하고 그냥 예민하다로 끝내버리는거에요.
저는 제가 정말 엄청 이기적인줄 알았어요. 엄마한테 제일 많이 듣던 말이 그거거든요. 저는 늘 누군가에게 뺏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생도 미워했어요. 제가 퍼주는 버릇이 있는데 그게 뺏기기 전에 먼저 주는게 평판관리에 도움되기 때문이에요. 뱃속에 동생이 있는 걸 미리 눈치챘는데 엄마가 돌려묻는 동생이 있었으면 어떨거같아 이말에 싫다고 어떻게 말해요? 어차피 동생이 태어난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을거고 거기서 제가 싫다고 해봤자 바뀌는건 엄마가 나에 대해 못된 언니란 인상을 받고 또 동생을 괴롭히는게 아닐까 하고 의심이나 받을텐데요. 그말 안꺼냈는데도 어찌 알았는지 종종 동생 미워하고 구박하는거 아닌가 의심하시더라고요. 달라붙는 동생 떼놓고 당신에게서 저를 보호하느라 바빠죽겠는데 무슨. 아 근데 그건 있어요. 엄마가 저에게 하는것처럼 제가 동생한테 하고있더라고요. 기숙사 간거에는 엄마 닮기 싫어서 동생과 저를 떼어놓는 의미도 있었어요.
가장 인상깊게 기억나는건 있죠 엄마가 제 머리채를 휘어잡고 바닥에 내팽겨쳐요 그리고 발로 몇번 저를 밟아요 아프기보단 모멸감이 느껴져요. 그리고 아빠한테 말하래요. 어차피 니 애비이기 전에 내 남편이라고 이혼하면 그만이라고 그리고 그건 다 너때문이래요. 자기가 널 때려도 어느 누구도 나 비난 못한대요. 어차피 자기가 엄마니까요. 니가 맞고있는것 말고 할수 있는게 뭐녜요. 그러면서 현관문으로 나가셨어요. 그때 웅크리면서 생각했어요. 저 여자 말대로 지금 힘없는 내가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대신 죽을때까지 저여자를 증오하고 용서하지말자. 울면서 저여자가 오늘을 후회하면서 잘못했다 용서빌어도 무덤에 가서도 용서하지말자.
그 어린애가 어찌나 독하게 마음을 먹었는지, 사실 성인되어 엄마가 울면서 비는 사과 두번이나 받았어요. 그런데 안받아줬어요. 걔가 그때 그 맹세를 잊었냐고 다른 사람 다 잊어도 너만은 그러면 안되질 않냐고 엄청 분노하더라고요. 교회에서 미술상담 지문상담 어쩌고 해서 몇번 가족 전체가 받았거든요. 우리아빠가 엄마한테는 좋은 남편이 아니였어요. 그래서 엄마딴에는 그분들한테 아버님이 잘못했네 이 소리가 듣고 싶어서 많이 그랬던거 같은데요 그분들이 하신말씀은 오히려 저보고 잘참고 잘살아왔다 네가 집안의 기둥이였다 그리고 엄마가 저보고 완전 상전이라고 어려운 딸이라고 하는데 그분들이 그랬어요 아니다 사모님께선 큰딸을 가장 함부로 대하신다 바로밑서열이 가장 미운법이다 사모님한텐 큰딸이 그렇다 큰딸분이 참 잘 참으셨고 잘크셨다 하고 대놓고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자신이 온전히 피해자가 아니면 못견디시는 분이세요. 자기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는걸 이해하는데도 한참걸리고 저에게 용서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시려 하더라고요. 어딜감히? 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용서빌었으니 되었잖냐 나는 나대로 내가 용서하고 싶을때 용서하겠다 용서를 강요하는 것 역시 하나의 폭력이라고 얘기했어요. 제 마음이 그래 너는 미안해해라 하고 만족하는 동시에 역시 죽을때까지 저여자를 죄인으로 만들겠다 죽을때까지 괴롭게 하고 싶다 하고 못되게 속삭여요. 두번째로 사과받을때는요 제가 엄마랑 얘기하다 유아퇴행발작을 한번 일으켰어요 늘 엄마한테 사랑받으려고 애써왔는데 내가 엄마한테 사랑받을 수있을거란 확신이 안든다고 내가 죽어도 엄마는 나 사랑안해줄거잖아 아빠 보고싶어 엄마가 나 때려 아빠 빨리 돌아와 왜 아빠가 올 시간인데 아빠가 안와 내가 왜 아빠닮았다고 엄마한테 맞아야해 나 때리지마 맞고싶지않아 아프단 말이야 이러고요. 엄마가 울면서 두번째 사과하시고 제손잡고 귀신은 떠나갈지어다 그러시더라고요. 웃겨진짜 저한테는 귀신이 엄마였는데 누굴 누구에게서 구원하라는 건지. 사실 중학교이후로는 안맞아봤어요 그런데요 엄마랑 가끔 얘기하면 엄마가 나 때릴까봐 그리고 때리면 신고하려고 녹음기를 켜놔요. 그때도 켜놨거든요 제가 발작한거까지 모두 녹음되있더라고요 몇번이고 들으면서 펑펑울었어요 이게 어린 나구나 없어진줄 알았는데 사실은 계속 안에서 남아있던거였어요. 괜찮은줄 알았는데 실은 하나도 안괜찮았어요.
대학와서 가장 방황했던게요, 어린치기에 맹세한게 공부를 열심히해서 최고의 대학을 가선 대학합격통보서 받고 엄마앞에서 죽어주려했어요. 엄마때문이라고요. 딱 스무살까지만 살기로했는데요. 생각보다 엄마가 저를 너무 사랑하지 않아서 제가 죽어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괘씸해할거 같더라고요. 차라리 그럴바에는 살아서 엄마의 지옥을 만들어주는게 낫지않을까 하고 살아야할 이유를 합리화했어요.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서 그 사람 마음이 아플까봐 못 죽는게 아니라니 참 세상 각박하게 살았어요. 스무살 이후 계획이 없으니 방황도 좀 되고 그러더라고요. 공부하느라 친구도 다 떨어져나가고 그렇다고 그렇게 공부해서 간 대학도 그닥 좋다는 생각도 안들고... 동생이 같이 살기 전 혼자 살았던 때인데 그 시간들은 정말 수렁 그 자체였어요.
이제와서 어머니는 저를 사랑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왜이렇게 애가 잘못컸을까 실패작소리도 들어봤고 너는 내 아픈 손가락이다 라고 저에게 그러셨어요 집나간 탕자 비유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왜 단 한번도 엄마한테 사랑받았다는 생각이 안들죠 한 스무살부터는 사랑한다는 말도 들었던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엄마가 저를 사랑했다 사랑한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엄마가 제가 목숨보다 소중하댔어요 그런데도 저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저 역시도 누군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수 있다 생각했지만 그건 그 사람이 소중하기보단 제 목숨이 그만큼 가치가 없었기에 그런 마음을 먹을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죽을자리가 있으면 얼마든지 하찮게 버릴수 있는데 왜 감사히 생각해야하는 걸까요
어찌나 ***인지 사실 벌써 미운마음이 많이 사라졌어요. 엄마를 사랑안하고 미워하겠다는건 제 스스로를 보호하기위한 분노의 탈을 쓴 두려움이였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고 그냥 저 멀리 적정거리를 두고싶은 그저 태어나게해준 은혜를 베푼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이상의 의미를 두고 싶지않아요. 엄마도 변했어요. 예전엔 자기가 다른집 엄마들과 비교해서 90점은 되는 엄마라고 하고다녔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미안하다 한 이후론 자기가 괜찮은 엄마인지 확신이 안든대요. 좀 통쾌하더라고요 평생 그렇게 반성해라! 하고요.
지금 현재 이시간 엄마와 멀리 떨어져사는 지금의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게 잠시 우울감이 없어진 상태의 저의 착각인지 아니면 정말 괜찮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인간관계는 무섭고 남자도 무섭고 가족들의 염원인 교회가기도 싫고 학교도 다니기 싫고 심리상담 한번 받아봐야하나 근데 받는거 무서워 취업을 어떻게 해야하지 무서워 과제싫다 무서워 미래가 무섭다 그래요. 똑같이 망가진 상태인데, 이렇게 나이먹어서야 엄마라는 하나의 세계를 깨고나왔다는 생각만으로도 저는 왠지 괜찮을거 같아요. 엄마는 나를 미워했고 학대했고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잘못한게 없다. 그렇게만 깨달았는데도 지금껏 엄마는 나를 사랑해 내가 잘못해서 엄마가 그런거야 내가 더 잘하면 엄마가 날 사랑해주시겠지 그렇게 합리화하려던 노력을 그만하기로만 했는데도 같이 사는 동생이 더 귀엽게 느껴져요. 내가 더 소중해지고 세상에 이렇게 재밌고 맛있는게 많은데 누려봐야지 내가 괜찮지 않아도 왠지 괜찮을거 같은 생각도 들고 내가 괜찮다는 게 또 착각일까 불안한 생각도 들어요. 제가 지금 집에만 틀어박혀있고 아싸에다 대학교도 타지역이고 친구도 다 끊겼어요.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누군가에게 제 얘기를 하고싶었어요. 괜찮진 않지만 살 만한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