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나비를 부러워했다. 나는 평생 거울에 비친 자신을 애벌레라 인지하며 살았다. 언젠가 각성의 시기가 오면 힘든 일을 겪으면 이번만 참으면 이 어려움을 이겨내면 나는 예전보다 강해지리라. 내가 만든 실고치는 두터운가? 난 지금 번데기라고 할 정도는 되는가? ..글쎄. 늘 자신은 애벌레와 번데기 사이의 어딘가쯤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탈피의 끝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지루하다. 삶은 의외로 쓸데없게도 이런 시간으로 많이 채워져 있다. 멍하게 다음 신호가 올때까지 기다리며 서 있는 시간, 또는 어딘가로 도착할 때까지 그저 달리는 것 외엔 생각할 필요가 없는 시간. 그런 시간. 그래서 실감이 더 안 간다. 그게 다 끝난다면 난 나비가 될 수 있을까? 과연? 아등바등 꿈틀거리며 남들을 밀치며 살아가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나비의 날개를 사용할 수 있을까? 어제 그토록 오늘을 바라던 자가 죽고 나는 살아 있지만 정작 그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나는 멍한 기다림의 애매한 시간들만 보내고 있다. 지금쯤이면 화려하게 날갯짓하며 살만도 한데 말이다. 정말로, 나보다 어제를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았던 사람이 있었다면 내 오늘을 그사람에게 주는게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에도 오늘도 나는 일종의 이상한 믿음같은 미래를 꿈꾼다. 이미 속고 배반당하고 낚인지 오래라 빛도 색도 바래버린 나비가 되는 꿈을 ***처럼 혹시나 혹시나 붙잡으며 다시 속기 위해서 또 견디기 위해서 늘 앞으로는 더이상의 기다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이번에야말로. 정말 존경하는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미 나비라고. 나는 그 말을 도무지 인정하기가 싫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이미 완성된 모습이라면 정말로 날 싫어해버릴것 같았다.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는 이유를 대며 애써 위로해보려는 시도가 허탕이 되는거 같아서 그 사람에게 화가 났다. 내가 무슨 나비냐며 두 눈깔이 있다면 보라며 지금 이렇게 열등감 폭발하며 스스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만 쳐다보고 쭈뼛거리는 이 모습이 어디가 나비냐며 난 애벌레도 못된다고 그랬다. 그분은 아무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난 괜히 그랬다. 그분은 말했다. 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네가 이미 온전한 나비라며, 그리고 너도 사랑받는 널 인정해줘야지만이 네 나비의 날개를 진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아직 날 지혜롭게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그럴까? 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눈이 멀어 버린 나비인지도 모르겠다. 날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나비인지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