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나비를 부러워했다. 나는 평생 거울에 비친 자신을 애벌레라 인지하며 - 마인드카페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사연글
자아/성격
nabihayan
7년 전
나는 늘 나비를 부러워했다. 나는 평생 거울에 비친 자신을 애벌레라 인지하며 살았다. 언젠가 각성의 시기가 오면 힘든 일을 겪으면 이번만 참으면 이 어려움을 이겨내면 나는 예전보다 강해지리라. 내가 만든 실고치는 두터운가? 난 지금 번데기라고 할 정도는 되는가? ..글쎄. 늘 자신은 애벌레와 번데기 사이의 어딘가쯤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탈피의 끝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지루하다. 삶은 의외로 쓸데없게도 이런 시간으로 많이 채워져 있다. 멍하게 다음 신호가 올때까지 기다리며 서 있는 시간, 또는 어딘가로 도착할 때까지 그저 달리는 것 외엔 생각할 필요가 없는 시간. 그런 시간. 그래서 실감이 더 안 간다. 그게 다 끝난다면 난 나비가 될 수 있을까? 과연? 아등바등 꿈틀거리며 남들을 밀치며 살아가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나비의 날개를 사용할 수 있을까? 어제 그토록 오늘을 바라던 자가 죽고 나는 살아 있지만 정작 그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나는 멍한 기다림의 애매한 시간들만 보내고 있다. 지금쯤이면 화려하게 날갯짓하며 살만도 한데 말이다. 정말로, 나보다 어제를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았던 사람이 있었다면 내 오늘을 그사람에게 주는게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에도 오늘도 나는 일종의 이상한 믿음같은 미래를 꿈꾼다. 이미 속고 배반당하고 낚인지 오래라 빛도 색도 바래버린 나비가 되는 꿈을 ***처럼 혹시나 혹시나 붙잡으며 다시 속기 위해서 또 견디기 위해서 늘 앞으로는 더이상의 기다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이번에야말로. 정말 존경하는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미 나비라고. 나는 그 말을 도무지 인정하기가 싫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이미 완성된 모습이라면 정말로 날 싫어해버릴것 같았다.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는 이유를 대며 애써 위로해보려는 시도가 허탕이 되는거 같아서 그 사람에게 화가 났다. 내가 무슨 나비냐며 두 눈깔이 있다면 보라며 지금 이렇게 열등감 폭발하며 스스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만 쳐다보고 쭈뼛거리는 이 모습이 어디가 나비냐며 난 애벌레도 못된다고 그랬다. 그분은 아무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난 괜히 그랬다. 그분은 말했다. 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네가 이미 온전한 나비라며, 그리고 너도 사랑받는 널 인정해줘야지만이 네 나비의 날개를 진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아직 날 지혜롭게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그럴까? 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눈이 멀어 버린 나비인지도 모르겠다. 날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나비인지 모르는..
전문답변 추천 0개, 공감 7개, 댓글 2개
eleturph
7년 전
사람보다 일생이 짧은 나비가 나비가 되기 위해 애벌레에서 번데기, 번데기 안에서 나비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나비로서 사는 시간보다 더 길겁니다. 우리의 삶은 매순간이 고난과 역경, 행복함,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시간이 지루하고 멍한 시간들로 채워져있죠. 아마 지금 당장 제 남은 생으로 오바마의 생애의 하루라도 더 채울 수 있다면 세계에는 그쪽이 더 유익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럴 수 없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제가 존경하는 분은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천명이라는 게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천명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그 천명을 따르는 삶을 살게 될 거라고도 하고요. 아마 익숙하지 않아서일지도 몰라요. 처음 했을 때는 그렇게 서툴렀던 나의 모습이 남아있어 여전히 나는 서툴고 어리숙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죠. 왜냐하면 매순간 그것을 지켜보고 감시하는 사람은 나뿐이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존경하는 사람은 당신을 매순간 보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어렸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척어른들을 보면 그 쪼매난 녀석이 벌써 이만큼이나 컸냐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오늘 키재고 내일 키재도 거의 차이가 없는데 말이죠. 내가 처음 했던 때를 떠올려보세요. 그 때와 지금이 같았는지, 나는 여전히 그 때와 같은 애벌레인지, 만약 다르다면 애벌레가 아닌 거죠. 하지만 제가 느낀 당신은 당신에게 매우 엄격한 사람인 것 같아요. 당신은 충분한 노력을 했을 거에요, 이렇게 열등감에 휩싸여있는 것도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인 것이고요. 단지 내 뜻대로 더 빨리 성장하지 못하고,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해서 조급할 뿐이죠. 기준치가 다른 것이에요. 그 존경하는 분과는 다른 기준치겠죠. 만약 아직 애벌레라면 조만간 하얀 나비가 되실 거에요 이미 나비라면.. 이제는 날 때죠 바닥에 붙어있을 것이 아니라
nabihayan (글쓴이)
7년 전
@eleturph 굉장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곳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