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아빠 큰 딸이야. 어때, 요즘 괜찮아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중학교|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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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아빠, 나 아빠 큰 딸이야. 어때, 요즘 괜찮아요? 최근에 살갑게 이야기도 하려 하시고 변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점점 발전해 가는 것 같아서 정말 좋은 걸. 하지만 아빠, 사실 나는 아빠가 말을 걸어오는 게 너무 싫어. 치가 떨려. 화가 나고 짜증이 치미는 걸. 알고 있어, 나 쓰레기 같은 거. 하지만 아빠, 나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기억해? 시도 때도 없이 날 때렸던 거. 어릴 때 담배 심부름을 가다가 돈을 잃어버려 재떨이에 맞았고, 어딘가에 집중하느라 아빠 말을 못들어서 의자에 머리를 맞아 피가 흐르기도 했어. 외식하던 날, 무심코 꺼냈던 개명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식당에서 밥상을 뒤집기도 했었지. 그 때 난 이름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아빠, 몰랐지? 그 일들이 쌓여 결국 매일 아빠 눈치를 봐야했고, 집에 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 집에 아빠가 없는 것이 그리 안도가 되더라. 중학교 1학년, 얼굴에 피멍을 달고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에게 차마 맞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얼버무릴 때의 비참함이 너무 싫었어. 하지만 아빠, 난, 그래도 아빠가 불쌍했어. 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추석에, 다 같이 식사를 하는데 아빠만 혼자 앉아 있던 게 너무 안쓰러웠어. 그래서 용서 하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키웠던 개, 기억해? 물론 기억하겠지. 아빠가 잊으면 안되지. 그 즈음의 아빠는 알아, 많이 힘들었겠지. 보증 문제에, 실직에. 하지만 아빠, 그걸 그렇게 우리에게 발산 했던 건, 난 용서가 되지 않아. 그 개에게 발산 했던게 용서가 되지 않아. 매일 깽깽 거리는 그 비명을 무시하던 것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는지, 그러면서도 내가 맞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기던 내가, 얼마나 쓰레기 같았는지. 그 강아지를 괴롭히지 말라고 한 마디도 못한 내가 얼마나 미웠는지. 그 해에 아빠가 할머니를 때렸을 때도 그랬어. 스스로의 무력함에 얼마나 울었는지, 내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그래서 그 날 아빠가 무릎을 꿇고 울며 미안하다고 했을 때 용서하지 못했어. 바뀌지 않을 걸 알았으니까. 기대도 하지 않았고, 결국 아빠는 바뀌지 않았지. 그 뒤로도 계속 우리를 괴롭혔으니까. 아빠, 아빠는 내가 나를 혐오하게 만든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아빠를 용서 할 수 없어.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아빠가 바뀌고 있는 것이 보여. 하지만 역시 사람이 변하기란 쉽지 않아서, 수시로 화를 내고 성질을 내서 살얼음판을 만들지. 작년에 내게 엄마를 더러운 년이라고 부르게 했던 거 기억해? 그것도 사소한 오해로 말이야. 아빠, 아빠는 나를 어디까지 나쁜 년으로 만들려고 했던건지, 난 짐작도 되지 않아. 그래서 난 아직도 아빠를 미워하고 있나봐. 원래 사람이 변해가면 그것을 지켜봐주는 것이 맞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아빠, 난 그 역할을 해줄 수가 없어. 물론 이기적인 거 알고 있어. 하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를 갖고 나를 억지로 누르려 하는 것이, 무의식 중에 나오는 것일 그 성희롱 들이, 난 너무 불편해. 이제는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무섭고 화가 나요. 미안해. 이기적이어서. 아빠, 비록 나는 아빠를 용서 할 수 없지만, 다른 누군가가 아빠를 용서 해 주길 바랄게요. 아빠의 큰 딸은, 아무래도 무리 일 것 같아. 진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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