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너랑 뮤지컬 보러간거 참 재밌었어. 다만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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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ambrosia
·9년 전
얼마전에 너랑 뮤지컬 보러간거 참 재밌었어. 다만 네 부모님이랑은 저녁식사만 같이 하는줄 알았는데 왕복 3시간 지하철도 함께 탈줄은 몰랐지만. 내가 좀 어색해보였지? 근데 데면데면해서 어색한건 아니었어. 원래 나 너네집에 자주 가서 밥먹고 아줌마랑 농담도 잘하고 그랬잖아. 그냥 '가족나들이'라는게 나한텐 비현실적이었어. 아저씨랑 아줌마 그리고 너. "다음에는 이거 보러 갈거야?" "그거 봤잖아 아빠 저번에." "그랬나? 매번 중간부터 자서 모르겠네" "오늘은 저녁 좀 모자라게 먹었으니까 안졸겠지." 뭐 이런 일상적인 대화가 엄청나게 현실감이 없더라고. 뭔가 붕 뜬 그런기분. 뮤지컬을 보러 온 많은 사람들의 반짝거리는 눈빛, 기다리는 동안 재잘대는 소리, 큰 노랫소리, 중간중간의 박수소리.. 그 날은 모든 게 너무 새로워서 지구에 발 딛고 있는게 아닌거 같은 기분이 들었어. 넌 알고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고백하자면 난 널 참 많이도 질투했었다. 카페에 들어서면서 전공책이 무겁다고 투털거리는데 어찌나 묘한 기분이 들던지. 내가 너보다 훨씬 좋은 학교에 더 좋은 학과에 학점도 학구열도 어마어마했는데 하는 유치한 생각이 순간 들더라구. 그리고 얼마 안가 네 입에서 줄줄이 나오는 전공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날 발견하고 비참했지. 근데 남들도 그런 박탈감 조금씩은 느끼고 산다며. 이런 일 그렇게 드문건 아니잖아. 내가 네게 앞으로 느껴야 할 박탈감은 이런 부분이구나 하고 이해하게 됐는데 이제 또 다른 부분을 실감해버렸네. 그래도 저번보다는 더 빨리 괜찮아지겠지? 일이 터졌던 그땐 어디든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고 그냥 나보다 연배가 있으면 이 힘겨움을 좀 알아줄거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겪어*** 못한 사람은 날 위로하려고 노력은 할지언정 가슴으로 이해하고 느끼지는 못해서 그 위로가 어색하게만 다가오더라. 그러다가 그냥 그렇게 멀어져버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오히려 상처를 주기도 했어. 그래서인지 네게 모든걸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용기가 없어. 대신 언젠가 내 얘기로 널 위로할 날이 올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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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 9년 전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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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in
· 9년 전
가족적인 분위기가 너무 어색한 거 이해가 가요.. 저도 애인 집에 갔을 때 식구들이 다 같이 둘러 앉아 밥먹고 도란도란 얘기하는데 저만 다른 세계 사람 같구 그냥 기분이 힘들어지더라구요 ㅎㅎ.. 스스로 참 못났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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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rosia (글쓴이)
· 9년 전
@hermin 저도 나중에 남자친구네 인사가면 어떨지 잘 상상이안가요. 또 그런 붕 뜬 기분을 느낄런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