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나이 때 쓴 일기장을 우연히 보았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임신]마인드카페 네이버블로그 링크마인드카페 페이스북 링크마인드카페 유튜브 링크마인드카페 인스타그램 링크마인드카페 앱스토어마인드카페 플레이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앱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플레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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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엄마가 내 나이 때 쓴 일기장을 우연히 보았다. 당시 나는 다섯살이었다. 엄마는 늘 사랑받고 싶어했구나. 맘이 너무 아팠다. 내 얘기도 간혹 있었다. 착한 아이를 분에 못 이겨 때렸다고 미안하다고 되어있었다. 사실은 엄마도 어릴 적 상처가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맘이 아프다. 돈이 없어서 친정갈 때도 빈손으로 가고, 임신해서 오리고기가 먹고싶다고 했다가 아빠한테 혼났다는 일기도 있었다. 맘이 정말 아프다. 왜 엄마가 지금까지 오리고기를 안 먹는지 알 것 같다. 더 맘이 아픈건 남편이 사다주지않으면 화를 냈을 법도 한데 돈이 없어서 먹자고 어리광 부려서 미안하다고 써져있다. 당시 단칸방에서 다섯식구가 살았기 때문에 아껴야 저축을 한다는 것 쯤도 알지만, 그렇게까지 했어야하나 싶기도해서 너무 맘이 아프다. 엄마와 아빠는 나이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아빠는 엄마를 너무 어리게 봤고, 또 둘은 가난했을 뿐이고... 일기장에 가면 갈수록 돈 때문에 다툰 얘기들 뿐이다. 지금에서야 엄마가 큰소리 치고 살지만, 당시에 엄마는 아빠에게 아무 말도 못했다. 지금 보니 가계부도 꼬박꼬박 검사받았고, 통장에서 출금 할 때마다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엄마만 그랬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일기장을 보는 내내 답답했다. 며칠 전에 취준생인 내가 백번을 망설이고 망설이면서 인강 한번 듣게 해주면 안될까? 라고 했다. 이십년 넘게 살면서 처음으로 금전적인 요구를 했다. 엄마는 얘기했다. 필요한게 있으면 말하라고 엄마는 니 나이 때 늘 돈가지고 속을 끓여서 니 심정안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냥 위로 차원에서 한 말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일기장을 보니 알겠다. 아껴쓰고 또 아껴써도 매일 아빠에게 혼나고 가계부도 검사받고.. 내가 가계부를 쓰지않는 엄마를 언젠가는 구박했다.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왜 그랬는지 왜 가계부만 보면 지긋지긋 해 하는지 알 것 같아서 죄송했다. 티비를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자식이 참 많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동정이 가는게 아니라 자식들이 너무 불쌍했다. 누릴 것 못 누리고 사는 애들이 불쌍하지도 않냐며, 가난하면서 또 자식을 왜 저렇게 많이 낳았대 라고 했다. 엄마는 그 얘기를 들으며 얼마나 맘이 아팠을까. 나도 늘 가난에 쪼달려살았다. 오백원이 아쉬워 덜덜 떨면서 돈을 벌어도 한턱 척 못 내는 내 자신이 초라하고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돈은 참 늘 아깝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무섭다. 나도 엄마처럼 돈에 쪼달려서 하고 싶은 말 못하고 맘속으로 계속 되뇌일까봐... 지금도 사실 그러고 있으니까... 하지만 달라진 것은.. 이제 엄마를 보면 그냥 용서가 될 것 같다. 엄마에게 잘해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해서 아빠를 원망하고싶진 않다. 아니 사실은 원망해왔다. 무책임하고 가족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데 자꾸 원망만 하니 내가 병들어 가더라..가끔은 얄미울 때 있다. 돈가지고 치사하게 굴 때도 있다. 자식***한테 몇 푼 아쉬워서 만원 한장 없는 척하는 꼴도 보기싫지만..그냥 나를 위해서 원망하지 않기로했다. 돈 가지고 치사하게 구는것 말고는 사실은 좋은 아***는거 나도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돈 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지않다. 돈 때문에 치사하게 구는 내 모습을 보면 아빠를 보는 것 같아서 ***같고 화가 나지만...조금씩 고쳐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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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orylily
· 10년 전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