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에게도 중요한 인물이 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행인 5, 겨우 그쯤 되는 사람. 여태까지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나는 계속해서 변두리로, 가장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정말로 왜 살고 있나.
내가 살고 있는게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 롤링페이퍼에 적혀있던 죽으란 말 때문인지, 다른 친구들 생일은 다 챙기면서 내 생일은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미미한 존재감의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태어났으니까 존재하고 있을 뿐인 누군가. 고민의 끝에서 내린 결론이 그랬다.
나는 어떤 이에게 커다란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그에게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 나는 이 욕심이 언젠가 비뚤어져버릴까봐 겁이 난다. 어쩌면 이미 비뚤어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누군가의 사랑이 아주아주 거대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에 그게 집착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집착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집착에 집착하는 꼴 같아서 웃기다.
사랑받고 싶다. 누가 날 좀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다. 나는 어떤 의미도 어떤 존재도 될 수 없는 사람. 옛날에 쓸모도 없는데 왜 사니? 라거나 숨 쉬지 마, 산소 아까워 같은 말들을 들은 적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떤 존재도 될 수 없는 사람보다 더 아래에 있었던 것 같다. 산소를 들이쉬고 내쉴 수도 없는 사람? 쓸모 없는 사람? 괜히 숨이 막히는 밤이다. 나는 종종 고민의 끝에서 이렇게 분노한다. 결국에 남는 건 죽으라던 말 뿐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어디까지 밀려날까, 어디까지 밀려날 수 있을까. 나는 왜 살고 있는걸까. 어떤 의미도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