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섯시간 동안 울고 일어나니 눈이 퉁퉁 부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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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어제 다섯시간 동안 울고 일어나니 눈이 퉁퉁 부어있다. 술이라도 먹는 사람이었으면 술이나 진창 먹고 목이라도 매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죽어야 할까 라는 생각만 하다 잠이들었다. 정말 한계가 온 것 같다. 내가 왜 살아서, 나에게도 상처를 남에게도 상처를 주는 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 미워하기 싫은데 너무 밉다. 내일 모레면 서른인데, 아직도 과거에서 못 벗어 나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죽고싶어진다. 누가 나한테 사는 이유를 물어보면 죽지 못하니까, 나 죽으면 슬퍼할 엄마가 불쌍해서 못죽고 산다고 대답한다. 죽는게 무서운 게 아니라 혹시라도 엄마가 나 따라 죽는다고 할까봐.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어디 안 나가본 대회가 없었고, 그 동네에선 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난 내가 잘난 줄 알았다. 공부도 잘했었다. 근데 뭘 위한 욕심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창 사춘기 때 전학을 가게 된 곳에서 소위 잘 나가는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어쩌면 그 때 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밖으론 높아보이던 내 자존감이 안에선 썩고 있던게. 그래도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내가 받은 성적표를 자랑스럽게 들고가도 왜 1등을 못하니 왜 그것밖에 못하니 우리 집은 참 웃겼다. 집에선 엄마 아빠 싸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밖에만 나가면 다들 이세상 가장 행복한 가족처럼 굴었으니. 어느날 엄마는 약을 먹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빠는 이 정도는 어느 집이나 있는 싸움이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자기 편한 합리화. 그런데 왜 나는 잘나가는 아이들과 비교를 당했어야 하지? 이따위 집에서 밝은 척 하고 아무일 없이 자란걸 왜 고마워하지 않지? 고3때도 그랬다. 중요한 시기였는데 공부를 하고 집에 가도 쉴 수가 없었다. 한기 어린 거실. 아빠는 항상 우리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위로? 들어본 적 없다. 내가 악을 써도 너만 고3이냐고 내 힘듦을 무시했다. 문제집을 사고 싶어서 엄마한테 돈을 달라고 하면 니네 아빠한테 달라고 해. 아빠한테 말하면 니네 엄마한테 달라고 해. 맘 편히 학원도 책도 사 본적이 없다.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집은 가난하지도 않은데... 왜 그 둘 싸움에 내가 끼어서 피해를 봐야되지 그렇다고 엄마아빠는 내 등수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날 한심하게 생각했다. 다들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꿈 따위를 나에게 강요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어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겠지. 가고 싶은 대학교, 가고 싶은 과도 다 무시 당하고 하고 싶은 것들 얘기 했다가 그놈의 돈돈돈 돈 안되는거 왜 가냐면서 욕만 얻어먹었지. 서울 연고대 못갈꺼면 집 있는 곳에서 다니라고 했지. 그때 독하게 알바라도 해서 원서라도 쓸껄. 돈도 없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되는대로 썼고 붙었다. 그리고 대학생활을 온전히 말아먹고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집에선 또 큰 일이 있었고, 엄마 아빠 사이에서 지겹도록 갈등하고 스트레스 받던 나는 도저히 계속 있다간 돌아버릴 것 같아 무작정 해외로 도망갔다. 갔다오니 그래, 이제 어느정도 나만 잘 살면 되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 같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회사가 힘들다고 또 정리해고를 당했다. 멘탈이 서질 않는다.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구나 나는.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거 같은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실망만 줬다.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면서도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날 이렇게 키웠는지 원망감도 든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있는 동생을 보면 가끔 화가 난다. 난 이렇게 힘들었고, 엄마 아빠 때문에 맘고생 한게 얼만데, 다들 아무것도 모르고... 가난해도 행복하고 화목한 집이었으면, 내가 지금 더 행복할까 아니면 이 모든건 선택이란 선택 모조리 잘못하고 무조건 노력하지 않았다고 날 비난해야 할까 자존감은 이미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다.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 오늘 눈 감으면 내일 뜰 수 없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내가 무척 밝은 줄 안다. 재밌고 남의 얘기도 잘 들어주고. 이런 내가 더 역겹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만나서 웃고 떠드는 내가 참 이중적으로 보인다. 글을 쓰고보니 정말 더 명확해지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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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sighn
· 9년 전
앞으로는 밝은 사람이 사실 더 힘들다는 걸 많은 사람이 몰라주죠... 많이 힘들었겠어요 글쓴이분, 그 마음에 백번천번 공감해요. 저 또한 눈을 감으면 내일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어요. 그만큼 힘들었고, 그만큼 지쳐있었죠. 몸과 마음을 달래줄 사람도 무엇도 없어서 더 괴로웠어요. 글쓴이분, 많이 힘들었던 나날들을 지새면서 여기까지 달려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전 누구보다 글쓴이가 대견하고 큰 사람처럼 느껴져요. 어느 누구도 글쓴이 상황이라면 그렇게 꿋꿋하게 버티지 못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글쓴이는 겉으로 나마 잘 버텨주는 것 같아 대단하다 생각이 들어요. 제 생각에 글쓴이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자존감인 것 같아요. 본인은 그렇게 작고 나약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누군가에겐 굳센, 또 누군가에겐 사랑스러운, 누군가에겐 본받고싶은 사람이예요. 그러니 글쓴이 더는 마음 고생 하지말고, 힘든건 여기까지. 라는 생각으로 조금만 더 나아가봐요, 그럼 꼭 밝은 빛을 볼 수 있을거라 믿어요. 글쓴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