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마치고 나의 방황은 시작되었다. 어느 날부터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밥도 먹기 싫었다. 우울증이라는 병이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만 있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를 가족들이 걱정하면서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내가 입원한 정신병원은 나와 같이 우울하거나 다른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지내는 곳이었다. 무서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 또한 각자 나름의 아픔을 지닌 환자라는 것을 느끼고 어울리고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퇴원 후, 극심한 우울과 두려움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죽고 싶었다. 매일을 울고 안절부절 하지 못하였다. 그 후에도 몇 차례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죽을 것 같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생활하면서 정신보건센터를 알게 되었다. 센터에서 프로그램도 참여해보고 내가 삶의 끈을 놓고 싶을 때마다 상담을 통해 조금이나마 내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고 송년회 때는 연극도 참여하면서 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도 찾을 수 있었다. 또 정신건강교육을 통해 내 병에 대해 내가 이해하고 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특히 센터 선생님들의 친절한 미소는 나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여전히 나는 우울하고 때때로 죽음을 생각한다. 나는 안다. 내 병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나를 위해 노력하는 가족들과 정신보건센터가 있기에 내가 오늘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