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이야기>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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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이야기>
커피콩_레벨_아이콘Confession
·16일 전
나는 해바라기예요. 난 하루 종일 태양을 쫓아도 지칠 줄 모르고 더없이 밝고 환한 꽃을 피우던 아기 해바라기였어요. 하지만 나는 태어날 때부터 줄기가 약한 해바라기였고 다른 꽃들과의 경쟁에서 쉽게 밀려나게 되었죠. 그럴 때마다 나는 새로운 기회의 땅에서 파내어져 안전한 유리 온실에 가둬지게 되었어요. 나는 꽃으로서의 생명은 거친 들판에 자기의 힘으로 뿌리내려야 비로소 자기만의 광휘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 믿어왔어요. 그래서 몇 번이고 모두가 있는 넓은 세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진실하게 노력했지만 언제나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나의 허리부터 꺾이고 말았죠. 온실로 돌아온 나는 언제부턴가 거울을 바라보려 하지 않았어요. 제공되는 물과 양분과 햇볕으로 본능처럼 꽃을 피우며 내가 어떤 색의 꽃을 피우는지조차 바라보려 하지 않았죠. 어느 날 해바라기는 여느 때처럼 고요하고 외로운 밤에 혹시 다른 꽃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그런데 어째설까요? 해바라기의 옆에 어떤 생명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어요. 점점 더 낡아가는 온실 속에 덩그러니 놓인 해바라기만이 홀로 고개를 숙인 채 숨 쉴 뿐이었어요. 해바라기는 태양을 동경해 늘 태양을 닮으려고 했어요. 모든 생명을 따사롭게 비춰주는 태양처럼 해바라기는 아파하는 생명들의 마음 하나하나에 다가가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해바라기의 곁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고 내가 해바라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했을 땐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얼룩이 나의 꽃끝 한 장 한 장에까지 전부 번져 있었어요. 나는 얼룩진 해바라기예요. 난 한낮의 태양에 고개를 숙이고 마는 더없이 얼룩지고 병든 꽃을 피우는 어른 해바라기예요. 마지막 꽃잎이 시들면 누군가는 나를 폐기 처분하겠지만 아직 내가 해바라기의 형태를 갖추고 있을 때 딱 한 번만 더 꿈을 꾸게 해줘요. 나는 별이 되고 싶어요. 더 이상 태양이 될 수 없는 해바라기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이 될 거예요. 내 안의 깊은 사랑으로 가장 어두운 시간을 홀로 헤매는 당신의 마음을 위해 밝은 눈물을 흘릴 거예요. 그러니 오늘 밤은 나를 울게 해줘요. 세상에 쓸모 없어진 나를, 세상의 쓰레기가 된 시든 꽃을 그저 홀로 끌어안고 울게 해줘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나는 당신의 모든 모습을 사랑해요. 세상의 모든 것이 결국 덧없이 사라져 갈지라도 당신을 사랑하는 얼룩진 해바라기 한 송이 여기 있었음을, 부디 기억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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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
haaa000
· 16일 전
^^감동적인 글이네요 편지 같아요 늘 사랑받는 다는 사실을 잊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