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딸이면서 행복한 사람일 수는 없을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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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딸이면서 행복한 사람일 수는 없을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착하고싶다
·한 달 전
정서적으로 너무나도 미숙한 우리 부모님... 덕분에 저는 사회성 발달과 정서 발달을 친구들의 도움과 독학으로 해내야 했답니다 하하 오랫동안 앓아왔던 우울증과 각종 정신적인 이슈도 상담받고 약도 먹으면서 혼자 열심히 치료하고 있어요. 태도가 이랬다 저랬다 하고 공부에 과도하게 집착하시는 부모님이 어릴 때는 많이 미웠지만 어른이 되고서는 그게 그분들이 사랑하는 방식임을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소통을 해보려고 많이 애쓰고 부모님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많이 하셔서 (저번에는 성인 자녀와 잘 지내는 법에 대한 책을 사서 읽으시더라고요) 관계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많이 답답하고 상처받을 때도 많지만 용서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스스로도 지키면서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운 마음이 들어도 내가 더 성장하고 착해져야지... 하는 생각으로요. 그러면 될 줄 알았는데...! 자꾸만 사는 게 공허하게 느껴지고 힘든 일이 생기면 없어진 줄 알았던 자살사고도 쉽게 돌아오고는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언제나 부모님의 마음을 1순위로 두고 내가 원하는 건 미뤄두며 살아왔던 게 문제인 것 같아요. 특히 어머니는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화도 심하셔서 원하는 게 생겨도 어머니를 아프게 할만큼의 가치는 없다고 여기는 게 마음이 편했어요. 그러다보니 여우와 포도 이야기처럼 삶의 많은 것들이 신포도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딱히 중요하지도 그렇게 원하지도 않는... 그래서 노력을 해서 얻어낸 것들도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라는 마음 외에는 크게 기쁨이 느껴지지 않아요. 좋아하는 것을 해도 이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지 이걸 해서 지금 내가 행복한지도 잘 못 느끼고요. 언젠가 제가 독립하게 되는 삶을 속으로 준비하고는 있어요. 그런데 제가 두분의 삶의 어쩌면 유일한 의미인데, 두 분이 제가 없어도 잘 살*** 마음의 힘이 있으신지는 솔직히 확신이 안 섭니다. 당신들의 마음이나 감정도 본인보다는 제가 더 잘 알거든요... 누가 누굴 키우는 건지... 하하 혹시라도 내가 나를 위해 한 선택이 부모님께 상처가 된다면 그 죄책감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해요. 다른 부모를 만났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도 수없이 합니다. 지금 부모님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다른 부모님이었어도 똑같이 사랑했을테니까요. 미운 감정이 생겨도 미워할 사람도 없고, 화가 나도 딱히 책임을 물을 사람도 그럴 마음도 없어요. 언제나 이도저도 못한 채 갇혀있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네요... 언젠간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소원을 빌 일이 생길 때마다 가족의 행복을 빌어***만 어쩔 때는 그걸 이뤄낼 책임이 가장 어린 저에게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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