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랐는데, 제가 삶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부부|고민|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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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랐는데, 제가 삶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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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
안녕하세요. 요새들어 상처 받는 일이 많아 심리학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공부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중 '내면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잘못된 가정 구조에서 자랐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부모님께서 경제적으로는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키워주신 것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족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가족 구성원은 아버지, 어머니, 2명의 아들입니다. 유년기를 먼저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좋은 것과 싫은 것을 얘기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랬던 기억이 없습니다. 무엇을 원하는 감정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걸 원하는 마음이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좋고 싫다는 감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요구하는 것들은 무조건 해야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성적 때문에 비교를 많이 당했습니다. 형은 공부를 잘했고, 나중에 취직도 잘하고, 인간관계가 원만했습니다.반면 저는 그렇게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정말 열심히 공부는 했지만, 그 당시에는 억지로 시켜서인지 정말 공부가 싫었습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면 항상 어머니의 꾸짖음을 받았던 기억이 학창시절을 채우고 있네요. 항상 저는 집안에서 부족하고 모자른 아이 취급을 받았습니다. 취직이나 인간관계도 잘 풀리지 않았어요. 부모님 간의 관계를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화목한 부부였어요. 하지만, 집에서는 사이가 좋을 때도 있었지만, 싸우실 때면 집안 분위기는 며칠 동안 냉전이었습니다. 딱히 폭력을 쓰지는 않았지만 잘못하지도 않은 저와 형이 눈치를 보아야했고요. 조금 더 커서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가 자신의 고집이 강한 편이시고 통제적인 면이 있으십니다. 이전부터 어머니의 자유을 많이 억압하셨고, 그래서 다투셨다고 생각해요. 몇 시간을 싸우고 나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어머니는 화가 풀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저희에게 와서 불안한 감정을 풀려고 하셨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화를 풀어드리는 건 형이었고요.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몇년 전에 자존감과 정체성이라는 개념을 알게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부모님이 원하시는대로 맞춰서 사는 게 삶의 목적이었어요. 그래야 혼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제 삶의 주인은 저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제가 느끼는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저라는 존재가 그렇게 모자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가고 있어요. 여전히 집에서는 저를 모자른 아이로 생각하시고, 문제아 취급하시지만요. 다른 사람들은 다 가정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이것 저것을 물으며 진지한 대화도 나누고 성장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부모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이전에 저의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말씀을 드린 적도 있지만, 허황되었다고 생각하셨거든요. 30대라서 나이도 많지만, 이전까지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제서야 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도 되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거쳐온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제가 제 삶을 이끌어갈 수 있을 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께서는 결혼을 이야기 하시지만, 저는 이제서야 제가 원하는 것들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제서야 부모님이 만든 세계가 정답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엄청 서툴지만 사람들과 조금씩이라도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워가고 있어요. 지금 삶의 목표는 앞으로 계속 성장하고, 노력하고, 나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다만 이런 고민을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끝내지 않았을까요. 이런 얘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게 민폐는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가끔 사람들에게도 진솔한 감정을 얘기하고는 하는데, 그게 잘못된걸까 고민도 들고요. 부모님과는 진지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기도 하고, 정말 죄송하지만 정체성을 찾는다거나, 이런 주제에 대해서 관심도 없으실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 키워주시느라 고생하셔서 탐구하실 시간도 없으셨을 것 같고요. 오히려 아직도 자신들의 생각을 고집하셔서 제게 짐이 됩니다. 가끔은 오히려 많은 것을 참고, 원하는 것을 이뤄드리는 제가 부모라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도 이제 저로서 살고 싶어서 고민이 많네요. 친구들에게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짐이 될 것 같아 고민이라 거리를 두고 있기도 하네요. 그리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렇게 바뀌어버리는 모습 때문에 멀어질까봐 마음도 아프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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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백사
· 2달 전
어머나 세상에.. 나이만 조금 다를 뿐이지 어째 저랑 비슷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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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백사
· 2달 전
@신사백사 저도 가족의 실체 아닌 실체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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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2달 전
@신사백사 이런 가족들이 꽤나 많을 거에요. ㅜ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