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진로|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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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포케포케
·19일 전
유복한 집안에서 성적 압박을 심하게 받으며 자랐습니다. 저보다 훨씬 성실하고 뛰어난 언니가 있었고, 언니와 비교도 많이 당했었습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적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 정도까지만 대강 적겠습니다. 스카이가 아니면 대학 가지 말고 공장에 취직하라는 이야기도 들어봤고, 정말 운좋게도 스카이 대학에 현역으로 입학했습니다. 고1때부터 가고싶었던 과에 진학했지만 제 기대나 예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학기초부터 친구와 트러블이 생기고, 제가 무척 싫어하는 화학 관련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하는 등 과와 학교에 애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잦은 휴학, 수업 무단 결석, 학사경고 등 20대 초반을 이룬 것 없이 흘려보냈습니다. 사실 그 때는 30대에 접어들기 전 죽어버릴 생각이었습니다. 젊음을 즐기고, 10대에 못해본 세상 구경이나 적당히 하다가 한적한 곳에서 말이에요. 부모님께 애정도 그다지 없었기에 가능했던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어린시절 들었던 폭언과 맞벌이로 인해 유대관계 형성을 잘 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제가 죽고 나서 부모님과 가족이 느낄 슬픔이나 고통에 무관심했습니다. 가장 친했던 언니가 슬퍼할 일을 상상하면 눈물이 나오는 정도... 부모님은 제가 죽어도 몇주정도 슬퍼하시고 언니와 잘 살 것 같으셨거든요. 이런 제 생각이 바뀌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22 23년도쯤 제가 정신과약을 과다복용해 죽을 뻔 한 것입니다. 발작 후 기절했다가 일어나보니 온 가족이 제 주변에서 울고있었고, 구급차에 실려가 1주일 넘게 입원치료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 제가 죽으면 우리 가족이 너무나 슬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으면 안되겠댜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것의 죽음때문에 훌륭한 인생들마저 망가지게 되는 것이 너무 죄스럽고 싫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가림만 하며 살면 되지 하는 감정과, 집안 어른들께 부끄럽지 않은 멋진 직장에 다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복합적으로 들었습니다. 언니는 로스쿨, 조부모님부터 부모님에 친척들까지 모두 명문대 출신 사짜 직업인데 모난 돌이 되는 것 같고 실망시켜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수능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사실 잦은 휴학을 하던 20대 초반에도 물론 수능을 몇번 봤었습니다. 학교에서 도피하는 것에 대한 핑곗거리 정도로 생각했었고, 공부야 뭐 하는척만 하고 시험장에 대충 앉아있다가 나오고. 운좋게 잘 보게 되면 좋은거고 아님 말고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어차피 30대 이전에 죽을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성인 이후에는 노력이란 것에 거의 손을 떼고 살던 제가 즉시 풀집중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 힘들었지만 8월말 9월초부터는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꽤 자신이 있었습니다. 혼자 시간맞춰 치뤘던 시험에서는 몇번 빼고 항상 1등급이었고 만점도 종종 받았었으니까요. 체감난이도가 높았던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이정도면 정시로도 지방대 의치대는 가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오만이었나봅니다. 정시는 커녕 수시 최저도 맞출까 말까 한 성적을 받고 말았습니다. 검토를 몇번이나 하고도 시간이 남을 정도였는데, 분명 쉬웠다고 생각했는데. 왜 틀린건지는 복기도 해*** 않아서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기대해주신 어머니와 연락 후 지금까지 그냥 자취방 침대에 누워만 있습니다. 밥도 먹기 싫고 좋아하던 게임도 재미가 없습니다. 그저 병원에서 받은 수면유도제를 먹고 자다깨다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본래 다니던 대학교에 계속 다니자면... 제가 망쳐놓은 학점, 재수강 삼수강을 해야하는 과목들, 이미 많아져버린 나이와 한참 남은 졸업학기, 졸업을 해도 확실치 않은 진로 등을 생각하면 너무나 막막합니다. 그냥 계속 잠만 자다가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공부하는동안 살도 너무 많이 쪄버렸습니다. 빼면 그만이지만 제가 열심히 살아온 몇달동안에 이룬 것은 하나 없고 오히려 건강 외모 시간 등을 잃기만 했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이고 몸으로 느껴지는 느낌이라 너무 괴롭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살*** 용기도 없습니다. 이 글을 적고있는 목적도 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조언을 듣고 싶은 건지 그냥 이야기를 공유하고싶었던건지 제 감정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원래부터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저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모두 언니에게 집중됐을 것이고,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큰 돈을 아끼실 수 있었을텐데. 저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시고 저 때문에 인생이 망가질 일도 없으실텐데 말이에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살아야는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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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톡톡
· 19일 전
저도 공부 잘하는 언니(의사가 됨), 적극적이고 자기가 하***하는데 확실해서 미술쪽으로 간 여동생 사이에서 엄청 치인 둘째로 자란 사람이에요. 아버지도 최고만 인정해주는 타입이셨구요. 말로는 저를 많이 모자란 자식 취급하셨지만 제가 대학 두번 갔을 때도 학비 지원 다 해주셨고 말로는 상처 많이 주셨지만 결국 자식이라 해줄건 다 해주셨답니다. 부모님이 말로는 그러셔도 님이 행복해지길 바라실거에요. 과거를 생각하시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가 중요하답니다. 저도 돌고 돌아 새로간 대학전공도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새로운 걸 배워보려고 한답니다. 40대인 이런 제가 님이 부러운게 있다면 젊은 나이에요. 뭐든 다시 해볼 수 있잖아요. 스카이까지 가셨다니 머리도 좋으실거 같고… 님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보시고 다시 도전 해보세요. 정말 중요한 건 대단한 대학 대단한 직업 그런게 아니라 나한테 맞는 옷을 찾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저는 첫 대학에서 성적이 형편없어서 대졸자 전형으로 다른 대학을 한번 더 갔답니다. 제가 진로에 대한 조언은 해드리기가 힘들거 같긴 한데 제 경우는 그랬어요. 참고가 되었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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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케포케 (글쓴이)
· 19일 전
@물방울톡톡 톡톡님은 어떤 일을 새로 해보려고 하시나요? 저도 제가 머리라도 좋은 줄 알았는데 이번 수능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아 착잡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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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톡톡
· 19일 전
@포케포케 수능을 생각보다 망쳤다면 수능을 한번 더 준비해보셔도 되구요… 아니면 졸업만 어찌 어찌 해서 대졸자전형으로 다른 대학에 가보셔도 되구요. 저는 적성에 안맞는 정치행정학과 들어가서 학점도 엉망이고 2년간 공무원 공부 해보다가 실패하고 그 시절 간호학과가 취업 잘된다고 해서 대졸자 전형으로 전문대를 갔는데 간호과가 전부 4년제로 바뀌는 바람에 4년 다녀서 합으로 대학만 8년 다녔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너무 힘들고 안맞아서…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찾고 싶은데 이미 나이는 너무 먹었고 그렇더라구요. 제가 만약 젊었다면 저는 대학에 집착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옷 판매라던지 아름다움과 관련된 뷰티쪽이라던지 그런 쪽으로 배워봤을거 같아요… 지금은 아이 키우며 일을 구해야해서 간단한 알바밖에 못할거 같긴 하지만요. 그래도 운전도 배워보고 주민센터에 가서 이것저것 배워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뭔지 어떤 게 내 흥미를 끄는 건지 알아보려고 한답니다…. 정 안되면 운전 배워서 정수기 아줌마라도 해야지 그러면서요 ㅎㅎ 님과 제가 케이스가 완전 같지는 않겠지요. 님은 젊고 유복한 집안에 주위분들도 다들 명문대 사짜출신에 압박감도 더 심하실거 같긴 해요… 그래도 말이지요… 중요한건 내 행복이에요. 주위 사람들이 중요한게 아니라요. 죽을 시도도 했을 정도면… 꼭 좋은 직업 좋은 대학 아니면 어때요… 님이 행복해지는 길을 찾으셨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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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케포케 (글쓴이)
· 19일 전
@물방울톡톡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톡톡님께서는 사랑하는 남편분과 결혼하셔서 아이까지 있으시군요 꿈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행복을 찾으실 수 있겠어요. 저희 둘 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게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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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톡톡
· 19일 전
@포케포케 사랑하는 남편과 결혼했지만 남편은 저를 무시하고 하대하는 말도 많이 하고 아이는 문제행동을 보여 놀이치료를 받고 있답니다. 제 인생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내 자신이 바로 서야지만 되더라구요. 우울한 생각에만 빠져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가 않더라구요. 좀 더 몸을 움직이고 우울 불안 걱정에 빠져있기 보다는 뭔가 행동을 해야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앞에 1시간 산책을 하고 들어와요~ 그럼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가 되구요. 지금 당장 내가 하고픈 일이나 해야하는 일들이 빨리빨리 되지가 않지만 조금씩이라도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고 있답니다. 제 댓글이 님한테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아이를 낳아보니 아이가 너무 소중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모든 생명이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님도 절대 죽음쪽으로 생각하지 마셨으면 해요… 내가 원하는 멋진 인생… 안될수도 있지만 살다보면 어떻게든 살아지구요. 그 안에서 행복도 찾을 수 있답니다. 죽는 것 보다는요 그래도 주위 사람들 보다 못나두요 사는게 낫구요. 잘나보이는 사람들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그 잘남을 유지하기 위해 더 고생하면서 힘들게 살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님도 기운 내시고 밥부터 드세요~~ 밥 먹고 기운차리세요 햇살이 좋아요^^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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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케포케 (글쓴이)
· 19일 전
@물방울톡톡 계속 약먹고 잠만 잤는데 내일부터는 저도 아침에 나가서 강가도 걸어보고 해야겠어요.. 살려면 언제까지 우울해만 있을 순 없으니까... 님두 오늘저녁 맛난거 좋은거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