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을 드러내기엔 부끄럽습니다. 어떻게할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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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을 드러내기엔 부끄럽습니다. 어떻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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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안녕하세요 현재 대학생이고, 군대를 전역 한지 얼마 안 된 학생입니다. 저희 가족은 총 5명이고, 엄마,아빠,형,저,여동생입니다. 엄마 아빠는 갓 스물에 형을 낳았고, 엄청 힘들고 가난한 삶을 살았습니다. 가족 분들도 엄마 아빠를 다 무시하고, 내쫓기도 하고. (스물에 애를 낳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리저리 이사도 많이 다녔습니다. 1년에 2-3번씩은요. 몇 년 후 저를 낳고 나서도,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초등학교도 5개정도 다닌 거 같네요. 어릴 때는 정말 천진난만해서, 가난에 대한 것도 잘 안 다가왔고, 학교생활만 엄청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어느 정도 힘든 상황인 걸 알았어서, 형과 동생과 다르게 저는 원하는 것에 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으면서 살아왔습니다. 가지고 싶은 거도 많았지만 얘기를 잘 안 했고, 다니고 싶은 학원도 줄였습니다. (엄마가 학원비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또래 애들한테 뒤쳐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혼자서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서 인서울 중상위권 학교에 합격했습니다. 근데 제가 유독 원하는 걸 별로 말을 안 한 것을 엄마도 잘 알고 있는데, 하지만 그것이 제가 정말 필요 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돈 눈치 보는 것은 물론 저한테는 별로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다 괜찮았습니다. 근데, 군대에 있을 때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휴가 나왔을 때 여동생이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집에 엄청 늦게 들어와서 엄마를 화나게 만드는 일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엄마가 저한테 하소연을 하더군요. 힘들다고. 그래서 위로도 해드리고, 안되겠다 싶어서 늦게 들어온 여동생한테 뭐라고 엄청 했습니다. 엄마가 엄청 힘들어한다고, 제정신이냐고. 욕은 안 했지만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렇게 싸우게 됐는데, 그 때, 엄마가 싸우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저한테 왜 그러냐고, 여동생한테 제가 갑자기 저렇게 화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여동생과 같이 자면서 위로해줬습니다. 저는 그냥 혼자 잤습니다. 이 날, 오 만 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제가 엄마한테는 어떤 존재일지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속상해서 엄마랑 말을 거의 안 했습니다. 그렇게 휴가 날을 지내다가 엄마가 얘기를 잠깐 하자고 하더군요. 그 때 다 말씀 하시더라구요. 제가 다 이해해줄 줄 알았답니다. 형이랑 여동생과 다르게 철이 들었다고 생각해서, 엄마가 하는 행동을 다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어린 애 일 줄은 몰랐다고 그랬습니다. 저 말을 듣고 감정이 너무 북받쳐서 소리 지르면서 말했습니다. 저도 어리다고 그리고, 여동생이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왜 저만 철들어야 하냐구요. 저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다 엄마생각해서 참아왔는데 왜 눈치도 안보고 원하는 걸 항상 말해오던 여동생과 형한테는 잘해주고 왜 저만 철들어서 다 이해해줘야 하는 입장이냐구요. 그랬더니 미안하답니다. 생각해주지 못해서. 제가 너무 의젓한 탓인지 엄마도 힘든게 있으면 저한테 기댔다고. 너무 기대왔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앞으로는 저도 잘 챙겨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저한테 필요한 게 없는지 먼저 물어보십니다. 그치만, 저는 정말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뭐 필요한 건 없냐 하실때 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제가 눈치를 준 것 같아서요. 그리고 돈이 없으셔서, 제 군 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서 돈을 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엄마가 어렵게 말을 꺼낸 기억이 있는데 엄마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자식한테 돈을 빌리는 그 순간이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눈치 안 봤으면 좋겠는데 자꾸 제가 눈치를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너무 미안합니다. 최근에 피부과를 예약했는데, 지금은 엄마 아빠가 집 계약 문제로 돈이 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돈으로 하려고 하니까, 엄마가 또 눈치를 보는 것 같더군요. 가난해서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도 그랬습니다. 저는 엄마가 저한테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거부하고 싶으면 거부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자식한테 더 해주고싶어서 그런거겠지만, 항상 필요없냐고 물어주는 저희 엄마. 그리고 집 계약 건 해결되면 꼭 다 도와주겠다는 엄마한테 너무 미안합니다. 제가 지금은 전역해서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웬만하면 제 돈으로 갈 생각입니다. 근데 또 돈 최대한 보태주겠다고 이틀에 한번씩은 계속 말씀하십니다. 저는 정말 눈치주기 싫습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눈치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던 게 아닌데.. 근데 또 눈치주려고 한게 아니라고 말하면 그거로 또 눈치를 주게 될 것 같아서 말도 못하겠습니다. 사실은 제가 집에서 되게 무뚝뚝하게 지내고 있어서, 이런 말 하기도 참 부끄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한테 효도라도 하면서 살아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감정이 북받쳐서 두서없게 글을 썼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정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글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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